기존에 내가 접했던 철학 에세이들도 이만큼 잘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텀을 두지 않고는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기 힘들거라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페이지마다 플래그를 붙이고 밑줄을 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게 된 책이 철학 에세이라니! 그동안 내게 철학은 고전과 더불어 쉽게 극복되지 않는 장르 중 하나였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랄까. 여러번 시도했으나 어려워서 포기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굳게 닫혀있던 철학의 문이 이 에세이 덕분에 드디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껏 나를 둘러싼 인생의 난제들 속에서 왜 계속 흔들리며 서있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고.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고 막막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다시 꺼내 읽을 책 한 권을 얻게 되었다. 믿을 구석이 생긴 것처럼 든든해져서는 없던 용기도 생길 듯.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