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파이돈》에서 《팡세》까지,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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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여전히 내게 멀고도 어려운 그 무엇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글자를 읽는 것 같은 워밍업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내용들이 내 삶의 고민들과 오버랩 되는 순간부터 읽히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반지의 제왕 이야기로 잔뜩 긴장했던 몸이 살짝 풀리기 무섭게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헤매다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빠져들 수 있었다. 왜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나에게 친근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후기 고대철학에선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가 등장하여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가 나오니 흥미롭게 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중간 중간 웅덩이에 빠지기도 하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자주 고민해왔다. 그에 대한 답은 찾지도 못하면서 그게 늘 궁금했던 것이다. 죽음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영원히 살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만 죽음이 조금 가까이 와있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없이 사는 와중에도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의문은 뜬금없이 불쑥 나를 찾아와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그게 나를 괴롭게 했다.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지 좀처럼 모르겠는데 왜 이러는건가 하고. 죽음에게도 물었어야 했다. 어떻게 살아야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 책은 철학이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철학은 멀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좋은 삶에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자 기예라는 것을 우리가 이름만 아는 철학자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이해시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삶이) 외면해온 죽음을 끊임없이 사유함으로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세네카라는 철학자에 대해서는 인간미를 느꼈다. 그는 철학적 도야와 세속적 성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인간의 모순을 생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갔다고 한다. 이 얼마나 공감가는 모습인가. 처음으로 철학자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으면서도 철학을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철학이 우리 일상(삶)에 맞닿아 있는 줄도 모르고.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데 작은 실마리가 되어준 것 같다. 그리고 품을 들여 읽은 보람을 여기서 느낀다.

#어크로스북클럽 #좋은삶을위해죽음을묻다 #최대환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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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다이빙 문학동네 청소년 79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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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은 성인이 된 후로 처음이다. 청소년일 때는 잘도 읽었으면서 왜 거리를 뒀을까. 더이상 청소년이 아니라서? 난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은 피하고 있었다. 당시의 내모습, 내 감정을 복기하고 싶지 않았다. 낱낱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소설 속 아이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임을 안다. 조숙했던 나도 알았다. 그리고 남들보다 일찍 철들 수밖에 없었던 내 상황이 싫었다. 스카이다이빙의 윤아처럼.

윤아는 자폐를 가진 여동생과 학교에서 짤린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그런 윤아 곁엔 천성이 밝은 도희와 전남친 필우가 있다. 작가는 비장애형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장애인 가족의 서사를 중심에 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감정을 다룬 이야기는 자주 접했어도 그들의 형제자매의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도 그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던, 그 사실조차 덤덤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 말이다.

청소년들은 겁이 많아도 거침이 없고, 두려움이 있어도 용기를 낸다. 잊은 채로 지내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을 만나 내 안에 사그러들던 희망의 불씨를 건져낸 기분이다.

클리셰 같은 해피엔딩보다는 현실을 여실히 담은 새드엔딩이 낫다고 말하는 메마른 어른이어도 이런 해피엔딩이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나도 우리가 사는 이곳이 윤아와 도희, 필우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친절하고 넉넉한 세상이면 좋겠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쪽으로.’
소설속에서 윤아가 여러번 되뇌인 이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p.206 작가의 말 중에서,
읽은 대로 살고 쓴 대로 살겠다는 다짐을 매듭 묶듯 조이고 조였다.

#문학동네청소년 #문경민장편소설 #스카이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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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
김정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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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면서 동물과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내내 뭉클한 감동이 종종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아는게 없어서 몰랐을 뿐이지 의외로 내가 동물의 삶에 관심이 많았단 사실에 놀랐다.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 볼 자신이 없어서 의도적으로 피해왔다는 것도.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라는 제목에 담긴 간절함처럼, 말 못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치료해가며 김정호 수의사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예전에는 사육사라고 불리던 분들을 동물복지사라고 한다는 것, 대추에 신경안정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 독수리가 매서운 생김새와 달리 사냥은 하지 못하고 사체만 먹는 청소부 동물이라는 것, 상업적 이용 없이 동물들이 평생토록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돌봐주는 생츄어리란 개념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동물원을 가지 않게 된데에는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표정을 바라보는게 괴로웠던 탓이 크다. 그런데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 시간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애써온 동물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 진심어린 마음을 알게 된 기쁨이 크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보태면 될 것 같다.

‘구경거리가 아닌 생명으로 동물원 동물을 바라보면, 동물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p.179

#어크로스북클럽 #아프다고말해주면좋겠어 #김정호 #북리뷰

📚밑줄친 문장

p.70 /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서두르지 않고 ‘사자의 시간’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p.90 /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을 힘들게 꺼내는 것은, 문제해결은 솔직한 반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139 / 동물원에서 태어나 적응한 모든 동물을 자연에 풀어주는 것은 방사가 아니라 유기다. -중략- 사람의 과오는 사람이 책임지는 게 맞다.

p.142 / 야생동물과의 공존은 개별적 존재를 인정하고 소유욕을 내려놓을 때 이루어진다.

p.155 / 물리적인 방법을 쓰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된다. 우리는 과오를 통해 반성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생태적인 문제에는 생태적인 해결책을 써야 한다. 그래야 비록 속도는 느리더라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p.168 / 살다 보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내게 나쁜 일이 생기면 그다음에 올 선물 같은 일을 기대하는 이유다.

p.227 /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애를 써야 하고, 기쁨은 잠깐이며, 오래 슬프고 종종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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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웨어 경제학 - 글로벌 시대의 경제 문해력 수업
김경곤 지음 / 북스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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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술술 읽히는 경제학 책은 처음이었다. (과장아님)
그동안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써도 돌아서면 까먹던 경제의 흐름과 매커니즘을 이제 이해하게 됐다고 보면 될 정도.

이 책과 무관하게 경제학 서적은 읽으려고 사놔도 도무지 펼쳐볼 자신이 안생기고 열자마자 덮기 바빴는데, 이건 일단 펼치기만 하면 쭉쭉 읽힌다. 덕분에 기초를 완전히 다진 느낌.

연말에 늘 하는 다짐이 경제공부를 깊이있게 해보자는 건데 기초를 떼지 못해서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매번 제자리걸음인 주제에 욕심은 또 많아서 사서 쌓아둔 책들이 한무더기였는데 이제 그 책들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용기가 생겼다.

저자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이던데 수업을 이 책에 쓰신 것처럼 하신다면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복 받았지 뭐야. 대학 다닐 때 내가 이런 교수님 만났으면 경제에 좀더 일찍 눈을 떴을텐데 하는 쓸때없는 아쉬움도 가져본다. (핑계가 좋지요🙄)

암튼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뜻!

혹시 저처럼 경제학 책을 읽고 이해해보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던 분이 계시다면 강(력)추(천) 드립니다👍🏻

#글로벌시대의경제문해력수업 #에브리웨어경제학 #김경곤 #북스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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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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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고 상당한 두께감에 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있는 기분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읽을 땐 겉돌다가 흥미를 잃거나 미로속을 헤매면서도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하는데 다행히 이 소설은 후자였다. (사실 난 이야기가 2/3를 지나갈 때까지도 헷갈리는 지점들이 많았다🙄)

제목의 의미도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난바다는 먼바다를 뜻하는 말로 땅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를 뒤로 한채 배를 타고 멀리 갔던 사람의 ‘나온 바다’라는 의미란다. 제목이 담은 시점의 새로움만큼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단순하지가 않았다. 인물들도 여러 이름으로 지칭되고.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야 정리가 된다. 두꺼운만큼 긴 여정을 따라가야 되는 소설인데 희한하게도 읽다 말게 되지는 않았다. 나에겐 그 점이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인 것 같다.

6물에서 시작해 1물로 끝나는 이야기. 한번에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소설이 아니어서 코멘터리북도 같이 보내주신게 아닌가 싶다.

#김멜라 #장편소설 #리듬난바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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