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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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몇년 만에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집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졌다. 이사가 확정되기 전까진 꿈꾸는 로망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에 내(가 짓고싶은) 집에 대한 꿈은 완전히 접어둔 채 살아왔다. 반지하 빌라나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내게 내 집 짓기의 꿈은 그 자체로 사치고, 너무나도 머나먼 일 같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좋은 공간을 향하는 내 마음까지 막지는 못했고 건축과 인테리어, 그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건축가)에 대한 관심은 숨길 수 없었다.

이 책은 아는 게 없어 가늠해볼 수 없던 집짓기의 과정을 건축 에세이답게 문과적 감성으로 풀어준다. 덕분에 집은 건축가 혼자서 짓는게 아니고 그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함께 짓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인지할 수 있었다. 다 비슷하게 지어진 집(틀)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살기만 했지, 처음부터 나라는 사람에 맞춰 지어진 집에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은 집에 살고 싶다던 나도 <여덟 개의 우주>를 읽으면서 건축가가 어떤 집을 짓고 싶으냐 물으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겠구나를 깨달았다. 내 취향이 가득 담긴 집을 꿈꾸며 취향 타령한 것에 비해서 구체적이고 명징한 뭔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느낌으로만 집을 지을 수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여덟 개의 우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여덟 채의 각기 다른 집을 구경하면서, 건축가가 어떤 마음으로 공간을 빚어내고 그 곳에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깊이있게 들여다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사진과 그림 뿐 아니라 글로 설명해주니 따라가는 길이 버겁지 않았다.

이번 생에 나는, 나만의 우주가 담긴 집을 짓고 그 곳에서 남은 시간을 살다 갈 수 있을까. 병원이 아닌 내가 지은 내 우주에서 생을 마감하는 꿈을 꿔본다.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건 나만의 시간과 감각을 되찾는 일”

이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여덟개의우주 #최준석 #건축에세이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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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중력 - 돈을 끌어당기는 궁극의 투자
황준호 지음 / 북스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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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대한 관심에 비해 노력보다 운에 기대어 온 시간이 길었고, 그 중력에 눌리는 기분으로 여기까지 왔다. 뼈 때리는 문장들 속에 지난 내 투자들이 꽤 괜찮은 수익을 낼 때도 있었지만 결국 마이너스로 수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인한다.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문장은,
’싸서 산 것이 아니라 싸진 채로 죽어가는 것을 산 것이다.‘ p.123

민망함과 씁쓸함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만큼 많은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는 투자 서적이 되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다르게 읽힌다. 그게 투자의 중력이 가진 힘인 것 같다.

망한건 쳐박아놓고 잊고 싶은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시작하도록 따끔하게 지적하고 확실하게 짚어준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지금 내가 그렇다. 거저 생길리 없는 그 깊이와 통찰력을 갖고 싶어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그 노력을 해볼까 하고, 물음표 대신에 느낌표를 찍으며. 해보자고!

#투자의중력 #황준호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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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 ㅣ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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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네미롭스키의 작품들에서 모녀 사이의 지독한 애증을 빼놓곤 이야기할 수가 없다. 고독의 와인도 그랬다.

p. 54 / 사랑이 그러하듯 천 가지 이유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이유도 없는 증오였다. 사랑을 말할 때처럼 ‘어머니는 어머니였고, 나는 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증오였다.

전쟁과 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러시아, 핀란드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이어지는 장소의 변화, 시간의 흐름 속에 한 여성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를 따라가며 읽는 소설이었다.

p. 253 / 마땅히 아이여야 했을 때 아이로 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다른 이들처럼 성숙해질 수 없는 법이야. 너무 빨리 추위와 바람을 맞아버린 과일처럼 한쪽은 시들고 한쪽은 덜 익은…

이렌 네미롭스키의 소설 속 여자들은 대체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으나 엄마는 되지 못한 한계를 지닌 것 같다. 사랑의 대상이 끝끝내 자신이어서 불행을 양산하고 마는 악순환의 반복이랄까. 사랑받지 못한 자녀, 딸은 그 증오의 마음을 복수하는데에 일평생 쓰느라 본인은 결국 아무 것도 없이 홀로 남는 엔딩이다.

p. 281 / 삶은 계속 됐다. 무분별하고 빠르게,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헛되이 달려가는 경주처럼.

복수는 다 태워야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것이고. 과연 복수 끝에 행복해지는 결말이 현실에 있을까.

📚
고전이 ‘읽힌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끼게 한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완간을 축하하며 : )

#이렌네미롭스키 #선집 #고독의와인 #레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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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쓰기
김연수 외 지음 / 물결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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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이야기를 여러 작가의 글로 읽었다.

김연수 소설가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제주 세화의 여름을 오래 기억하게 할 문장들로 가득한 이야기여서 참 좋았다. 참 좋았다, 라고 말하는게 생경할 만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p.18 / 좋은 날 다음에는 궂은 날이, 궂은 날 다음에는 좋은 날이 옵니다. 좋은 날은 좋은 날이니까 좋고, 궂은 날은 궂은 날대로 좋다면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 되겠죠.

이런 식의 마인드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게 좋은거다는 마음먹음이 삶의 고단함 끝에 나온, 결국 나를 살리는 말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홍한별 번역가의 글은 따뜻했다.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되고 싶었던게 참 많았는데 이제는 무엇이 될 수 있냐는 물음 앞에 다 숨어버렸다. 되고 싶냐와 될 수 있냐의 간극은 이토록 크다. 그럼에도 ‘어릴 때의 작은 실망들이 뭉쳐져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말에 또 위로 받는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의 할머니와의 일화는 한 사람이 나고 자람에 있어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과 누군가의 사랑과 다정이 얼마나 크고 귀한지를 알게 한다.

p. 76 / 이제는 다 자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일이 문득 절벽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때 받은 사랑과 다정을 꺼낸다. 그것이 여전히 봄날처럼 따스한 걸 확인하도 나면 낭떠러지를 부수고 다시 길을 걸어갈 힘과 용기가 생긴다.

나에게도 그렇게 꺼내볼 사랑과 다정이 있음을 떠올리며.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계절의 다른 맛이 느껴졌다. 얇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잘 읽히는 글들을 읽으며 이 지옥같은 무더위를 나는 중이다. 여름 끝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계절쓰기 #물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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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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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귀신 안나오는 기담집. 등골 서늘한 인간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에 훅 빨려 들어갔다. 읽고 있으면서 바로 다음 내용이 궁금해 멈출 수가 없었던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토록 흥미로운 소설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계절에 제격이고, 이 시대에 기담집이라니 낯설고도 새롭다. 성해나 작가의 신간이어서 궁금했지만 제목조차 기이해서 빨리 읽고 싶었던 이 책의 단편 3개를 먼저 만나볼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

읽고나서 제목을 다시 보니 인간 아닌 인간이라는 뜻의 인비인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걸 소름돋게 잘 풀어낸다. 서평단으로 먼저 읽게 된 세편 중에 이 기담집의 제목이 된 인비인이 제일 충격적이고 흥미로웠을 정도! 성해나는 어쩌면 하나의 장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총 9편의 이야기가 실린다고 하던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들도 무척 기대가 된다. 올해는 등골이 오싹한 이 기담집으로 여름나기를 해보는건 어떨까.

#성해나 #기담집 #인비인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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