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사랑스러웠던 이 책은 내가 봉현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였다. 인사동의 작은 책방에서 삽화 전시와 공연도 보고 기다려서 책에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그녀가 무척이나 대단해보였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떻게 겁없이 혼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내게도 그런 꿈이 있었지만 나는 그때 어딘가에 갇혀있는 사람이었는데, 봉현 작가님은 자유로운 사람 같아 보여서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의 첫 책이었던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그 시절의 나를 아주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때의 나는 책의 제목처럼 아주 예쁘게 웃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사람처럼 못나게 굴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우습지만.다시 내게 돌아온 이 책은 제목이 조금 바꼈고 내용도 구성도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봉현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만큼 그녀의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느껴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책 제목에 추가된 ‘그럼에도’라는 말이 지나온 시간 속에 더 단단해진 지금의 봉현을 느끼게 한다. 나도 어느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 라는 말이 가진 무게를, 가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젊음이 우리에게 준 외로움, 괴로움, 행복, 사랑의 감정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곱씹는 시간들이 나의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게 한다. 지금의 나는 성덕이 되어(!) 작가님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끔은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때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그림과 글을 애정하는 내 마음이 긴 시간을 건너 가닿은 느낌이 든다. 컬러로 살아난 그림과 함께 쓰인 글들이 지금 더 와닿게 된 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스며든 우리의 인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 잘 됐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책을 계속 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도 여기서 기인한다.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인지 너무나도 잘 알게 되어서. 그리고 나도 이제는,그럼에도 아주 예쁘게 웃고 싶다🙂💛#봉현 #그럼에도나는아주예쁘게웃었다 #김영사
기존에 내가 접했던 철학 에세이들도 이만큼 잘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텀을 두지 않고는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기 힘들거라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페이지마다 플래그를 붙이고 밑줄을 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게 된 책이 철학 에세이라니! 그동안 내게 철학은 고전과 더불어 쉽게 극복되지 않는 장르 중 하나였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랄까. 여러번 시도했으나 어려워서 포기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굳게 닫혀있던 철학의 문이 이 에세이 덕분에 드디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껏 나를 둘러싼 인생의 난제들 속에서 왜 계속 흔들리며 서있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고.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고 막막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다시 꺼내 읽을 책 한 권을 얻게 되었다. 믿을 구석이 생긴 것처럼 든든해져서는 없던 용기도 생길 듯.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등산시렁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들,킥킥대며 유쾌함을 충전했다. 나는 등산좋앙의 인간이지만 다수가 등산시렁에 가까울 것이므로 이 책은 인기 많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런 제목을 짓고 등산싫어하는 사람들을 산에 데리고 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분이라니, 괴짜가 아닐까 싶은데 확실히 이건 합리적 의심에 가깝다. 덕분에 책은 재밌고 웃음은 절로 난다. 이 기세를 몰아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등산시렁을 통해 등산을 좋아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도 새로운 등산메이트를 좀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텐데. 같이 산에 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이 책을 먼저 선물해야지. 등산시렁을 읽으면서 나는 다름 아닌 트레일러닝에 관심의 눈을 살짝 떴다. 아주 살짝. 작가님은 월간 산의 기자이시지만 일반적인 등산보다 레벨업 된 트레일러닝을 더 즐기시는 것 같다. 넘사벽.. 나도 산은 좋아하지만 트레일러닝은 절로 손사레를 치게 된다. 그냥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산을 뛰어다닌다고?! 트레일러닝은 극한의 운동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뛰는 것과 산에 같이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인듯 싶다. 뛰는 것엔 젬병이므로 아직 욕심을 부릴 때는 아닌 것 같다. 체력이 올라온 후에나 도전해보기.. 또한 이 책에 유쾌함을 배가시키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작가님이 그린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용기라니요. 단순하지만 귀엽고 특징을 잘 살린 만큼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는 재주가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등산 시렁 하나요? 읽고 나면 좋앙 하시게 될거에요~#북리뷰 #에세이 #등산시렁 #윤성중 #안온북스p.226임무를 안고 산에 가면 인생의 피상적인 면들은 전부 증발해버리고 종종 더 심오한 정신 상태에 빠지는데, 힘든 등반을 마치면 한동안 그 상태가 이어지죠. 매사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돼요. 평소엔 당연하게 여기던 것도요. 등반 성공 자체가 인생을 바꾸진 않거든요. 성공을 향해 달려갈 땐 그런 기대를 갖더라도 결국 남는 건 거기까지 이어진 여정인데 그 기나긴 여정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더 몰입하게 되죠. 오랫동안 아름다운 곳에서 지내며 최선을 다해 일종의 정신적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풍부한 이야기와 추억과 경험이 남아요. 저한텐 그게 중요해요. - 마크-앙드레 르클렉과의 가상 인터뷰 ’저승에서 그를 소환하다’#밑줄친문장
냄새로 이렇게 깊은 글을 써낼 수도 있는거구나, 제목이 나를 기른 냄새인 이유가 있었다. 후각이 발달해서 냄새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한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내내 작게 기뻤다. 내 감정을 누가 읽어주는 것 같아서. 다만 어떻게 그 감정을 이런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는 감탄과 놀라움이 동반되었다. 사실 이 책의 서두인 두 번째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이미 반하고 말았다. 무척이나 솔직함에도 아름답게만 느껴지는게 참으로 생경했다. 나에게 솔직함이란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더. 그것은 날 것의 어떤 것이기에 다 드러내어 차마 가리지 못한 어떤 부끄러움을 동반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은 달랐다. 숨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 방식이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고 느껴졌고 부드럽게 읽혔다. 그 점에 반해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을 어루만지듯 읽고 싶었다. 저자의 삶이 담긴 글 속에 내 삶도 있었다. 나는 차마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감정들이 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며 나를 그 문장들 속에 빠져들게 했던 것 같다. 페이지마다 붙인 태그와 읽으면서 더듬어봤던 내 감정들, 모두가 소중해졌다. 나도 나를 기른 냄새가 있음을 알게 됐기에.#북리뷰 #에세이 #나를기른냄새 #이혜인 #청과수풀p.8흐릿한 불편함이 선명한 아픔으로 바뀌는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모순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p.9그때 생각했다. 사람은 순하고 평화로운 순간만으로 자랄 수 없구나. 마음이 돌부리에 걸리는 그 순간을 외면하지 않을 때, 사람은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거구나. 냄새가 다시 한번 일러준 것들이다. p.10나의 글도 분자와 같은 가벼운 무게로 읽는 이의 코에 닿았으면 좋겠다. 읽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어코 맡아져서 콧속이 근지럽고 때로는 콧잔등이 찡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세상을 보이는 만큼 해석하지 않고 맡아지는 만큼,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존재까지도 헤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두번째작가의말 #밑줄친문장 ✍🏻
얼스어스는 내가 애정하는 카페 중에 하나다. 얼스어스의 제철과일 케이크를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하지만 늘 찾는 사람이 많은 이 카페가 이렇게 오래 갈거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이미 포화상태의 시장인데다 잘 나가다가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제철인 시기에 반드시 이 곳을 찾았고 제철의 행복을 누리며 기뻐하던 해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그러면서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얼스어스를 찾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디저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 취향 탓도 있지만 맛있고 재밌고 예쁘기까지 한 얼스어스의 느린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조용히 오래 사랑받는 이 카페의 저력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보고 싶었지만 눈에 띄는 단골도 아닌데다 조용히 즐기다가 사라지는 스타일이라 직접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유유히에서 얼스어스에 대한 책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궁금해했던 영업비밀이 드디어 공개되는가 싶어서. 책 제목도 케이크 작명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용기있게얼스어스 용기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의미 말고도 번거로운 포장법의 용기를 의미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얼스어스답지 아니한가.책 속에는 얼스어스를 어떤 마음으로 오픈하고 운영하게 됐는지가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이 일이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그런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고 그걸 실현시킬 나만의 방법을 찾지 못해 놓아버렸는데 그걸 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아프기도 했다. 대단하리만치 크게 이뤄야 되는 꿈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현실 운운하며 시작보다 포기를 택했던 나와 달리 얼스어스의 대표님은 그걸 작고 소박하게 시작하여 본인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왔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정말 컸다. 진심이 통할까라는 의문보다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목적은 분명했기에 항상 진심일 수 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얼스어스의 진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곳을 아끼고 좋아하게 만들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본디 원목 인테리어에서만 느껴지는건 아닐 것이다. 이 곳을 그런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 때문이겠지.유행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곳보다 흐르는 시간 속에 멋스럽게 낡아가고 오래 사랑받는 곳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얼스어스의 앞으로의 10년, 20년도 기대해본다.#북리뷰 #용기있게얼스어스 #길현희 #유유히출판사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