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 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
김이율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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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내가 가치있게 여기던 꿈이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이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변화의 의지를 놓아버린 채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깨달아가는 요즘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01. 너무나 익숙해서, 지키기 위한 노력을 잊고 살았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엄마도 나이를 들어간다는걸 자꾸만 잊게 된다. 그래서 변해가는 엄마의 모습이 가끔씩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사실 나는 너무 일찌감치 비워진 아빠의 빈자리까지 내가 메꾸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게 자식이었지만, 가끔은 친구였다가 또 가끔은 기대고 싶은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했고 그래서 내겐 10대의 방황과 분노의 사춘기 시절은 생략되었던 것 같다. 요즘 그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나는 나이 들어가는 엄마와 부딪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짜증내고 화내는 일이 많아졌고, 때때로 억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가족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은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내가 지금껏 해왔던 생각들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열여섯, 아빠의 빈자리를 경험하며 있을 때 잘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시절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더 철이 없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02. 너무나 익숙해서,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노래만 듣고도 가슴이 벅차고 뭉클해졌던 때가 있었다. 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알알이 와닿아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했는데 그 노래가 지오디의 '촛불 하나'다. 나는 지오디의 열렬한 팬이자 흔히 말하면 빠순이였다. 순수하게 좋아하던 그 때 그 열정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 10여년 만에 컴백한 그들의 콘서트에 가보려 했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때 그시절을 추억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딱딱해져버린 심장,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뭐 하나 쉽게 동하지 않게 되버린 나에게 이 책은 열정이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온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03. 너무나 익숙해서, 내 자신의 가치를 잊고 살았다.

 

예전에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일체의 의심도 없었다. 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 믿음에 물음표가 많아졌고 더불어 겁도 많아졌다. 내가 나로서 충분했던 때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중이었다. 그즈음 나는 듣기 싫은 소리를 종종 듣게 되었다.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 보이냐는 말. 친한 사람도 아닌 나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게 얼마나 부끄럽고 화가 나는지 몰랐다. 특별해지고 싶어서 다른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동안 나는 진짜 내가 아닌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자신감을 잃게 한 이유가 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행복한 일들을 하면서, 조금씩 진짜 나를 찾아가고 진짜 나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04. 너무나 익숙해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잊고 살았다.

 

이 책의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이 실장을 보니 내 상사가 생각났다. 나의 첫 직장, 첫 상사인 그녀는 이 실장과 너무나 똑같았다. 자기 맘에 안 들면 짜증내고, 말 한마디도 정 떨어지게 하며, 무슨 실수라도 할라치면 죽자고 달려들어 비난과 핀잔을 퍼부어대기가 일쑤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일을 야무지게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더 중요한 건 인품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은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사나운 개'같은 상사를 만났지만, 그녀를 타산지석 삼아 훗날 '다정한 개'같은 상사가 되어야겠다. 유재석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인지상정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05.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한 말들의 의미를 잊고 살았다.

 

어른이 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는게 더 많더라.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건 앞뒤 재지 않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다 경험이 되었다. 내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졌다. 즐거운 오늘만 살기엔 불안하다. 내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에 지금 당장의 행복은 내일로 미뤄두는 습관이 생겼었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행복은 과거에 있는 것도 미래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말이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리라는 사실, 그걸 잊지 말아야겠다.

 

 

일상 속 평범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은 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내가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질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뭔가 따뜻해서 때때로 뭉클해졌다.

나의 평범한 일상이 지겹다 느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봐야지.

그리고 행복이 멀어지지 않도록, 가끔은 낯설음과 친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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