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스 인 더블린 -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도시, 더블린. ㅣ Fantasy Series 2
곽민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아일랜드는 나에게 낯설고 먼 나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맥주인 기네스의 나라였고,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되었던 나라였다. 아일랜드 마니아 지수 5단계의 나는 그렇게 '원스 인 더블린'과 만났고, 앞으로 내가 감행할 일을 먼저 저지른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는 어느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피하고자 떠난 곳이 아일랜드 더블린이었다. 주어진 일상이 답답해서 어떠한 기대감도 없고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사실, 우선 그 사실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직장생활 3년차인 나는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 조금은 느리고 천천히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현실적인 고민과 걱정, 두려움은 하루에도 몇번씩 나를 주저하고 망설이게 하였는데 3개월간 더블리너로 살았던 그녀는 그런 나에게 자신의 경험을 빌어 솔직한 조언을 해주었다.
더블린에 도착한 첫 날,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 덕분에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먼저 느끼기보다 잘 적응해 나갈 첫걸음이 된 것을 보고 나도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카우치서핑이 내가 짐작했던 것처럼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자 용기를 낸다면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닐 것 같다.
더블린 생활의 주를 이루었던 펍문화, 펍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일상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음악을 듣고 즐기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축구도 함께 볼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펍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조금은 낯선 문화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펍에 가야 진짜 아일랜드 더블린을 경험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상상해봤다. 내가 더블린의 유명펍 템플바에서 기네스를 마시며 아이리쉬 음악에 몸을 맡기는 그 순간을.
조금은 느리고, 여유있게 'laid-back'
그녀는 더블린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나를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과 대화할 시간보다 나와 대화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가끔씩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필요한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진짜 나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가능케 하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나도 앞으로 다가올 나만의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밝고 자유롭게, 좀 더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그 여유로운 시간들을.
뛰는 대신 걷고, 헐떡이는 대신 심호흡을 하면서, 좀 더 천천히, 좀 더 여유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