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300일동안 세계여행을?
그게 가능할까.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가 선물해 준 책이다.
언니는 이 책을 선물하며 이런 메모를 남겼다.
우리도 꼭 엄마와 여행을 하자고.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년 봄, 스물아홉의 봄에 나도 유럽으로 떠날 계획이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내가 고민하다 자신없다고 생각한 카우치서핑으로 이 모자는 유럽 전역을 여행했다.
몇일도 아니고 몇주도 아닌, 300일이라는 긴 시간을 말이다.
젊은 사람도 지치기 쉬운 긴 여행을 60세 어머니가 해냈다는 걸 보면서 여행자에게 나이는 결코 중요하지 않음을 느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유럽여행을 결심했는데 이들의 여행기를 읽고 나니 떠날 용기와 열린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조급해 할 필요도 없고, 한번에 모든 걸 다 하려고 욕심낼 필요도 없었다.
여행은 계획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변수도 많고 생각치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 당황스럽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외롭거나 서러워질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고 삶을 사는 지혜가 되기도 한다.
엄마와 여행을 떠난 원준씨도 말한다. 역시 세상에 무의미한 시간은 없고 필요하지 않은 경험은 없다고.
그래서 나도 여행을 떠난다. 그 시간이 주는 경험들이 좋아서, 내가 살아있음을 알알이 느끼게 하는 시간 속으로 떠나고 싶어서 그렇게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내 삶과 동떨어진 곳이면 어디든 그 곳을 향해 내 두발을 움직인다.
늘 내 여행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낯선 곳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이 반갑기 보다는 겁이 난다. 그들과의 만남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기 보다는 누군가 다가올까봐 신경을 곤두세우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가 안 통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중에 만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금새 친구가 되는 동익씨가 부러웠다. (동익씨는 저자의 60세 어머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구가 되는데는 언어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전달된다는 걸 그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진심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말이 아니어도 충분한 것이다. 나도 유럽여행 중에 때로 내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기소침해지거나 위축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좀 더 웃고 좀 더 밝은 모습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야겠다. 긴 시간,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카우치서핑을 통해 모두와 좋은 친구가 되었던 어머니 동익씨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엄마와 그런 여행을 떠난 원준씨에게 참 고마웠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은 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냈고, 나에게도 일생에 한번은 엄마와 여행을 떠날 것을 그들의 여행기을 통해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이 곧 나와 엄마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까 나도 곧 환갑이 되는 엄마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 여행 끝에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역시 세상에 무의미한 시간은 없고, 필요하지 않은 경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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