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이야기를 여러 작가의 글로 읽었다. 김연수 소설가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제주 세화의 여름을 오래 기억하게 할 문장들로 가득한 이야기여서 참 좋았다. 참 좋았다, 라고 말하는게 생경할 만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p.18 / 좋은 날 다음에는 궂은 날이, 궂은 날 다음에는 좋은 날이 옵니다. 좋은 날은 좋은 날이니까 좋고, 궂은 날은 궂은 날대로 좋다면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 되겠죠.이런 식의 마인드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게 좋은거다는 마음먹음이 삶의 고단함 끝에 나온, 결국 나를 살리는 말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홍한별 번역가의 글은 따뜻했다.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되고 싶었던게 참 많았는데 이제는 무엇이 될 수 있냐는 물음 앞에 다 숨어버렸다. 되고 싶냐와 될 수 있냐의 간극은 이토록 크다. 그럼에도 ‘어릴 때의 작은 실망들이 뭉쳐져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말에 또 위로 받는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의 할머니와의 일화는 한 사람이 나고 자람에 있어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과 누군가의 사랑과 다정이 얼마나 크고 귀한지를 알게 한다. p. 76 / 이제는 다 자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일이 문득 절벽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때 받은 사랑과 다정을 꺼낸다. 그것이 여전히 봄날처럼 따스한 걸 확인하도 나면 낭떠러지를 부수고 다시 길을 걸어갈 힘과 용기가 생긴다.나에게도 그렇게 꺼내볼 사랑과 다정이 있음을 떠올리며.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계절의 다른 맛이 느껴졌다. 얇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잘 읽히는 글들을 읽으며 이 지옥같은 무더위를 나는 중이다. 여름 끝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계절쓰기 #물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