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결국 정치를 잘해야 되는 것이었고, 나는 매번 거기서 무너졌다. 그럴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을 주던 문장들이 사마천의 사기에 출처를 두었기에 언젠간 꼭 읽어보리란 생각을 했었다. 어리석은 나의 사회생활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지혜를 얻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고전에 매우 취약한 사람....고전이 영원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렵고 잘 안 읽히는 책을 읽어낼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기를 읽을 시도는 더더욱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올해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결국 끝끝내 사기를 읽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고전임에도 요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뼈아픈 조언들엔 잠시 가슴을 부여잡기도 했다. 사기어록은 한문으로 쓰인 명문들을 이해하기 쉽게 완역했기 때문에, 나같은 독자도 끝까지 읽으며 사기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은 역시 이거다.‘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비책이다.’나에겐 정치가 가장 취약하고 쉬이 극복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마음을 가지고 어찌 큰 일을 도모하겠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주자! 아깝다 생각말고. 마음보를 크게 써야 정치가 조금이라도 쉬워지는 것이었는데 그걸 못해서 이 고생을 한거였다. 어렵지만 단순하고 명확한 답을 얻었으니 이제 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이런 다짐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내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빛났음이야.#북리뷰 #민음사 #김원중 #사기어록 #인간과권력의본질을꿰뚫는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