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순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시들. 나는 뭐가 되어가는 기분일까, 그런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쉴 새 없는 이야기에 나를 잃어 버리고 또 나를 찾았다. 시를 잘 모르는 나는 시 한 편을 한 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문장과 문장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언젠가 내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던 의문들,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던 내 안의 고민들도 이 안에 담겨 있었다. 여태 나는 행과 행, 연과 연을 구분하고 문제에 답을 찾는 그런 시만을 배워 왔는데 모든게 시가 될 수 있는거구나, 시에는 사실 정해진 틀도 형식도 없었구나, 그래서 모든 시험을 졸업한 후에 오히려 시가 더 어렵게 느껴졌던거구나, 그렇게 이해가 되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하면서도 갖춰진 틀안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이 더 쉽고 편한 그런 삶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쉽게 거부감을 느꼈었다. 앞으로 알든 모르든 내가 시를 읽어야 될 이유는 또 하나 늘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으니 울타리를 허물고, 안과 밖을 구분짓는 일 따위는 그만 둬야겠다. #나는되어가는기분이다 #북리뷰 #창비시선 #439 #이영재 #시집 #밑줄긋기 - ‘암묵’, 제2부 기형 편에서 발췌착각하면서,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말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말인지 생각하면서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알고 있다 모르는 것마저 알고 있다지금 적고 있는 문장조차 비켜나고 합리화하려는 노력이라는 걸결국 욕망은 여기를 향해봐야 저기로 도착하고 만다 나는 무엇도 바라거나 기대한 적이 없다 이미 저기에 모두가 모두와 함께 있고 만다 웃지 않는 표정으로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