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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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순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시들. 나는 뭐가 되어가는 기분일까, 그런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쉴 새 없는 이야기에 나를 잃어 버리고 또 나를 찾았다. 시를 잘 모르는 나는 시 한 편을 한 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문장과 문장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언젠가 내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던 의문들,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던 내 안의 고민들도 이 안에 담겨 있었다. 여태 나는 행과 행, 연과 연을 구분하고 문제에 답을 찾는 그런 시만을 배워 왔는데 모든게 시가 될 수 있는거구나, 시에는 사실 정해진 틀도 형식도 없었구나, 그래서 모든 시험을 졸업한 후에 오히려 시가 더 어렵게 느껴졌던거구나, 그렇게 이해가 되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하면서도 갖춰진 틀안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이 더 쉽고 편한 그런 삶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쉽게 거부감을 느꼈었다. 앞으로 알든 모르든 내가 시를 읽어야 될 이유는 또 하나 늘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으니 울타리를 허물고, 안과 밖을 구분짓는 일 따위는 그만 둬야겠다. #나는되어가는기분이다

#북리뷰 #창비시선 #439 #이영재 #시집


#밑줄긋기 - ‘암묵’, 제2부 기형 편에서 발췌

착각하면서,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말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말인지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알고 있다 모르는 것마저 알고 있다
지금 적고 있는 문장조차 비켜나고 합리화하려는 노력이라는 걸

결국 욕망은
여기를 향해봐야 저기로 도착하고 만다 나는 무엇도 바라거나 기대한 적이 없다 이미 저기에 모두가 모두와 함께 있고 만다 웃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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