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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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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알다가도 모를 나라, 그리고 결코 좋아하기는 힘든 나라. 우리에게 일본은 그런 나라였고, 그런 나라이고, 그런 나라일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어두움이 깔린 한일관계의 지난 역사와 현재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보다 객관적인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일본은 왜 역사반성을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종족주의'라는 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다 정치에서 보수는 이토록 부정적인 말이 되었을까. 진보가 아닌 다른 대안은 결코 찾을 수 없도록 말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보수와 진보의 균형잡힌 양날개의 역할을 현재로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여느 사람과 같이 과거를 바로잡아야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의 저자는 현재를 바로잡아야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움직일 것을 제안하는 부분이 나에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동적인 태도를 능동적으로 전환하여 주도권이 지금 현재에 있는 것 같아 희망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나는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좁고 편협했던 나의 역사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 앞으론 깊이를 더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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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국가가 등장한 이래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노력은 모든 국가들의 공통 과제였습니다. 일본은 야스쿠니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해왔는지를 되돌아보자는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미화하고 영웅화하면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추도 방식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우리 역시 그 방식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야스쿠니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P.71-72
죽은 자와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가. 일본인들이 야스쿠니라는 이데올로기 장치를 통해서 추도해왔다면, 우리는 과연 국민 또는 민중의 희생을 어떤 형태로 추도해왔는가. 야스쿠니 문제는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국가 속에 살고 있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야스쿠니를 비판하는 동시에 우리 속에 존재하는 국가관과 애국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P.74-75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볼 때 민족적 관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민족적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보편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인권의 문제, 평화의 문제로 여겨야 합니다. P.79
과거를 연구하고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야 하지만 실제 싸움은 지금 여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거사 청산은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해야 합니다. 지금을 바로잡으면 과거가 바로잡힌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를 바로잡아서 지금을 바로잡으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리의 과거 청산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던 중요한 이유가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을 바로잡는 작업에 더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합니다. P.143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갈등과 혐오가 필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한국과 공통점이 많은 덕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일본을 직시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연대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과거사 청산은 물론이고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