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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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떤 사람이 깨어나보니 유령이 되어있는데 자기가 죽었는지 모르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내 상황이 바로 그랬다.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 나를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았지만 왜 그러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애원하고 외치고 소리를 질러도 내 존재를 알릴 수가 없었다. 


긴 시간이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떠도, 세상은 달라질 것 없어보였고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한 시간만 13년.

상상할 수가 없다. 나는 살아있는데, 사람들은 죽은것처럼 대하는 그 상황들이 어떠할지. 그 와중에도 그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그 수보다 배로 경험을 얻었으며, 체험을 하였다. 그 중에는 좋은 기억도 있지만 , 어둡고 음울한 기억도 있고 , 슬픈 기억들도 가득하다.

이 책은 그가 쓰러진 뒤 의식만이 깨어난 후부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준 버나를 만나고, 그 뒤에 의사소통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  와중에 자신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부터 이 책을 내기까지 옆에서 한결같이 있어준 부모님과 형제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만난 아내 조애나와의 이야기까지 그는 가감없이 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그 어떤 두려움도, 주저함도 없이. 우리가 하지 못할 그 모든것들을 침착하게 해내어 나가면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처음에는 절망이 왔다. 올림픽에 절망의 여신보다 빨리 달리는 경기가 있다면 나는 분명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절망은 온 마음을 갉아먹는, 비틀리고 야멸친 여신이다. 공포에 갑작스럽게 배에 가해지는 서늘한 일격이고 외로움이 등을 짓누르는 육중한 무게라면,절망은 가슴에서 시작해 오장육부를 비틀린 금속으로 만들어 이내 온 몸을 삼켜버리는 괴물이다. 절망의 여신이 나를 감염시키면 온몸의 세포가 다 떨렸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이 찾아온다. 외로움의 여신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도 천천히 삶을 앗아갈 수 있어서 어쩌면 셋 중에 가장 무시무시한 여신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구원한 것은 외로움의 여신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외로움의 여신이 내게 감아놓은 고립의 실타래가 이따금씩 풀릴 때도 있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순간은 시시때때로 온다. 주인공은 이러한 순간을 어떻게 보면 고집스럽게 버텨냈고, 또 물흐르듯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처음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도, 주변에서 이를 믿지 못함에도 그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러한 과정은 독자들에겐 우리 또한 포기하지 말고 고통과 슬픔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처럼 약간은 붕 뜬 상태로 세계를 다니는 경험을 한다. 유령소년이었던(의식은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때와 달리 사물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되고 이에 따라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과거를 직시하지만, 빨려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앞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그렇게 되기까지 스스로의 내면에서 수많은 격렬한 고통을 안고왔겠지만, 과거의 고통과 절망과는 작별하고  사랑하는 조애나와 손을 잡고 밝은 빛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우리에게 희망의 미소를 안겨주었다.

우리에게도 물리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고, 나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오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정신적인 고립감을 느낄 때가 가끔씩 찾아온다. 외로움의 여신이 나를 찾아오고,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올것이다. 그럴 때 나는 마틴을 생각하면서, 한 때는 유령소년이었고 엄마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분노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간 작지만 큰 소년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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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7-03-1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가 서재시군요 ㅎ 반갑습니다. 독서를 참 좋아하시는군요 ㅎ

역시 리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군요 ㅋㅋㅋ

likewind 2017-03-10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감사해요 리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좋으신것 같아요 ㅎㅎ 엘저넌에게 꽃을 이 책도 위의 책하고 비슷한데 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