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기쁨의 발견 -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깨달음
달라이 라마 외 지음, 이민영 외 옮김 / 예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슬픔아 니가 필요해"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 했던 말이다. 처음에는 슬픔이에게 "이 원을 나오지 마"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기쁨이에게 슬픔은 제재되어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슬픔이가 사라졌어도 라일라 인생에 기쁨만이 가득한 것도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인생에서는 기쁨만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 영화는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슬픔에서 시작되어도 마무리는 기쁨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 현재 현상이 슬픔이라던가, 분노 등으로 시작되어도 좌절만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갑자기 이 책을 설명하기 전에 엉뚱하게도 나는 인사이드 아웃을 이야기했다.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가 말하려던 것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혹시 이 영화를 보면 두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에서는 삶의 기쁨을 발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가 만나 약 일주일간 대화를 한 것을 적은 글이다. 사실 나는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아도, 데스몬드 엠필로 투투(투투대주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항거한 이 분의 이야기도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다.

첫 장은 둘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기쁨이란게 무엇인지, 그리고 절망이나 고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 것 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둘째 장은 기쁨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쓰여있는, 현실에서 시시때때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모든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두려움 스트레스 , 좌절과 분노, 슬픔과 비탄, 절망, 외로움, 질투  등등 ..그리고 세번째 장에는 기쁨의 여덟기둥이라 하여 관점, 겸손, 유머, 수용, 용서, 감사, 연민, 베풂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사실 기쁨이란 것은, 상당히 다양한 개념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는데 , 저자 중 한명인 더글라스에이브람스가 자신의 시점으로 두분을 관찰하고 인터뷰 하며 또한 자신이 그 인터뷰 속에서 솔직하게 느낀 점들을 적어내려감으로서 그러한 다양한 개념들이 분산되지 않고 잘 융화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더불어 더글라스는 심리학적,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이야기에 현실적인 근거를 덧붙임으로서, 종교라던가 신실한 믿음 등이 없이 지내는 나에게 부담스럽거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수긍할 수 있는, 하나의 가르침으로서 다가왔다.

또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이러한 고통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삶에서 벌어지는 일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 즉 우리의 마음에서 오는 것을 설명함으로서,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정신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등을 첨부함으로서 , 우리가 이 사회에서 겪고 있는 사소한 스트레스부터 전 지구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인권문제, 폭력, 전쟁등에까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나아가야 할 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투투대주교에게서 감명받은 것은, 우리가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고, 화가 난다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죄책감 또는 회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 점이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기보단 이 상황을 인정하고, 이를 고쳐나갈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이 우리에게 오히려 겸허함을 가져다 주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의 분노나 절망을 현명한 이기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달라이라마와 투투 대주교는 이러한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달라이 라마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고, 투투 대주교는 이를 피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수양을 하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이러한 감정들을 우리가 스스로 피한다는건 힘들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투투 대주교의 말이 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둘이 일치하는 점은   위에서 인사이드 아웃을 이야기 했듯이 이 두분도 기쁨과 슬픔은 불가피하게 서로 엮여 있으며, 서로를 엮어주는 건 힘든 시간, 고통스러운 시간, 슬픔과 비탄이라고 한 점이다. 둘은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슬픔들에 대하여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쁨의 여덟가지 기둥에 대해서도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일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유머 부분이었다.

아마 유머, 이부분에 대해서 내 나름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면접을 보았을 때 면접관은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조직의 리더가 되면 " 이라고 시작한 이야기는 (물론 나는 맨 마지막 신입사원인데 리더를 논한다는 데 좀 놀라웠다)

다섯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한명은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고", 하며 한 손가락을 접고

"두명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며", 두 손가락을 접고

"두명은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할것입니다" , 잔인하게 두 손가락을 접었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면접 예상 질문에 있지도 않은 것이었다. 예상 외의 질문이기에, 당황하기도 했고 이러한 질문이야 말로 어쩌면, 정말 개인의 가치관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대학교 4학년때 학술제가 떠올랐다. 조별 과제의 흑역사, 하필이면 조장이었던 나,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1등을 했던 그때의 기억.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가 떠올랐다. 리더가 되면, 적어도 유머는 있어야 한다. 다만 남을 비하하거나, 기분나쁘게 하는 유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방이 친밀감을 가지게 하면서, 또한 남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긴 유머. 그런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술제때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한명, 한명은 주도적이진 않지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한명은 이걸 해서 상금을 탈 바엔 알바를 뛰는게 낫다고 했으며( 그럼에도 상금이 나왔을때 정확히 N분의 1로 가져가긴 했다) , 나머지 두명은 연락두절이었다. (다행히 수업때 출석은 해서 과제에 대한 이야기는 쉬는시간에 겨우 했다) . 이때에도 나는 조장이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그냥 가볍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고, 적당히 밀당을 하면서 꾸려나갔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유머를 적절히 그 둘은 사용하고 있었고, 기쁨의 한 덕목으로도 유머는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다. 달라이라마와 투투 대주교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는 인터뷰를 형성해가고 있었고, 그렇기에 읽는 독자에게도 웃음을 줬다. 진정한 리더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기쁨의 한 덕목으로서 유머를 어떻게 다룰지도 내심 궁금했다.


그들은 유머에 대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다가가기 가장 쉬운 길이라고 소개하였으며,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면 사람들은 그가 젠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고, 스스로 무너질 줄 아는 사람을 누군가 다시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겸손과도 연결되어 이 겸손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게끔 하고, 세상속에서 자신들의 일을 효과적으로 하게끔 도와준다고 하였다. 맞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유머를 가지면 (이러한 유머에 대해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의 '오바마 아웃' 제스쳐였다. 레임덕을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다는 식의 농담을 했었던 오바마. 그러한 유머방식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고, 상황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며 스스로 겸손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남에게 자신에게 기쁨을 만들어주는 모습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었다.)


또한 인터뷰 내내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는 서로를 놀리며 이야기 하는데, 서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도 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닌 유머로 되는 일은 그 유머의 깊은 이면에 '존중'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주교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타인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반대로 지금 이 둘의 유머에는 '이리와서 내 옆에 앉아 나를 웃음의 소재로 삼더라도 함께 웃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너를 웃음거리로 삼아서 또 함께 웃자' 가 들어있다. '존중' 그 자체인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당장의 고통과 슬픔, 분노나 스트레스가 완화될 지, 마음의 평화가 올 지, 기쁨으로 치환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관점'을 달리하여 상황을 바라보며 기쁨의 여덟 기둥을 조금씩 자신의 마음 속에서 넓혀 나간다면,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말이 점차 내 마음의 일부로 자리잡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바꿀 수 있다면 싫어할 것이 무엇이며, 만약 바꿀 수 없다면 싫어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달라이라마가 말한 가르침인데 , 나에게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온 구절이다. 그동안에도 이런 가르침은 다방면으로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내려온 사실임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관점을 달리 보아 상황을 단순하게, 그리고 거시적으로 본다면 기쁨이라는 것이 단어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체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바꿀 수 있다면 싫어할 것이 무엇이며, 만약 바꿀 수 없다면 싫어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리와서 내 옆에 앉아 나를 웃음의 소재로 삼더라도 함께 웃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너를 웃음거리로 삼아서 또 함께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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