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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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헛통증(phantom pain) 또는 환상통증은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물리적으로 없는 상태임에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위키백과 발췌)

환상통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흔치 않은 경험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환상통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예전에 넘어질 때 심하게 넘어져, 무릎의 표피가 다 벗겨지고 그 안의 살점이 통째로 날아간 적이 있었다.
꽤나 깊은 상처여서, 한달간을 양 무릎에 붕대를 감고 학교에 다녔어야 했다.
하필 무릎을 꿇는 자세로 넘어지는데, 날이 선 벽돌에 찍힌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무릎을 잘 꿇지 못한다. 무릎에 그 생경한 느낌에 몸서리가 쳐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 강도가 너무 심해서 이불같은 포근한 장소에서조차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약 15년이 지나서야 지금은, 간신히 매트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이정도로 통증이 오래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처를 너무 크게 입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상처가 아니다. 급성의 단말마의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였다.
순간 걷지 못할 것 같았고, 너무 아픔에 아픔을 잊을 정도였으니.

이 소설의 제목이 환상통인 것을 보고, 그러한 단말마의 고통을 여기에 적어내려갔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펼쳐보니 이건 사랑 이야기였다.

단지 다른점은, 일방향의 사랑의 단말마였다는것 뿐.

1부는 m의 이야기, 2부는 만옥의 이야기 3부는 민규의 이야기이다.

1부는 m의 만옥을 만난 이야기와, 그 외 둘이 같이 공방을 뛰면서 겪은 경험들 -그리고 만옥에 대해 느낀 점들-을 차분히 그려내고있다.

m은 우연히 공방을 뛰다가 만옥을 만난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익명성을 유지한 채
공통의 화제로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같은 가수를 좋아하기에 같은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감동, 공통의 슬픔, 공통의 분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항상 일방향적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사랑은 항상 넘치기만 할 뿐이다.
그 넘치는 사랑에 감당을 못하는건,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이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한가지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누구보다 그를 잘 안다. 이다.

사실 너무나도 웃긴 일이다. 그저,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공연때의 모습, 공연이 끝난 뒤의 모습, 연습실에 들어가는 모습, 좀 더 캐내봐야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서의 모습들 뿐이다. (물론 사생도 있겠지만 여기에선 논외로 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매니저같이 그들과 같은 스케줄을 같이 뛰면서, 어느샌가 그들의 일상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 그렇게 생각이라도 해야 지탱할 수 있는 사랑이 이러한 팬심 아닐까.

2부에서는 만옥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렇기에 2부에서는 온전히, 만옥의 민규(3부의 민규가 아니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일방향 적이고, 상당히 단순하고, 그렇기에 더 절박해보이는 순간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너무나 맹목적인 자신의 사랑에 비해 3부의 주인공인 민규에 대한 언급은 너무나도 가볍게 쓰여져 있다.

3부에서는 민규라는 인물이 나온다. 만옥을 짝사랑하던 사람이자, 그렇기에 자신이 몰랐던 만옥의 모습을 알기 위해 m에게 연락을 한 사람. 그렇게 m과 민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만옥의 이야기와 맞물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일방향적인 사랑이 서로에게 비껴가는, 그러한 상황들을 담고 있다. 결국 서로가 대화하는 모습은 아주 미미하고, 단지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못하게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두고, 서술하는 이야기들이 전부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닿지 않은 채 서로 다른 곳만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에 담겨있다.

그리고 사실, 팬심을 표현했다고 국한하기에는 조금은 아까운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지독하게 짝사랑 해보았다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오히려 스스로가 무너지는 경험,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를 겪어보았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온전히 그 사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해보았다면 이 책을 읽고 공감을 많이 할 것이다.

왜 이책은 환상통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 사랑이 너무나도 깊은 고통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의 후유증이 환상통처럼 시간이 흘러서도 아픔을 느끼기 때문일까.
그렇기도 하지만, 사랑 자체가 환상이 가미가 되어 , 현실에서는 고통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두가지 의미 모두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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