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안경 - 위대한 철학자가 되어보는 체험형 철학입문
미요시 유키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                                (이 사진이 이 글의 첫 서두가 될줄이야...)

 

예전에 내가 보고있는 사물에 관해서 내가 보는것이 "맞는 것인지" 꽤나 충격을 먹었던 일이 있었다.

 

왠만큼 인터넷 하는 사람들이면 모를 수 없는 사진이다. 이른바 '파검'이냐 '흰금' 또는 '흰검'이냐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진이다. 난 보자마자 파검이잖아?했었는데, 그 후에 주변 사람들 중  이건 '흰금' 또는 '흰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몇번을 봐도 파검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보일 수 있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되려 나에게  어떻게 저 드레스가 파란색 검은색이냐며 물어보았다. 하지만 둘 다 더이상 물음 외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서로 같은 사물을 보고 다른 색으로 보면서, 그렇게 보이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 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란색 검은색인걸 어떻게 설명을 하는가. 그냥 보기에 파란색이잖아? 라고밖에 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 의 패러독스-자신의 눈을 자신의 눈으로 본다(하지만 불가능하다)-에서 시작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똑같은 과정으로 상대방도 보고 있는 것인지, 내가 보는 저 파란색이 상대방이 인식하는 그 파란색과 같은 것인지, 이는 과학의 안경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하여 "철학의 안경"을 쓰고 철학자의 시선으로 이러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패러독스와 그 다음장에서 설명하는 존재론의 패러독스-존재를 알기 위해서 존재가 아닌것, 즉 무를 알아야 한다(하지만 無라는 것도 결국 하나의 존재로서 존재한다, 언급한 순간 존재가 되는 것 )-을 설명한다.

 

이 두가지 패러독스는, 사실 여기서 쉽게 설명한 것이지만, 철학이 시작된 때로부터 지금까지도 패러독스로서 풀지 못하는 난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한 패러독스를 단 2챕터로 설명되었다는 것은 가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 뒤 철학에서는 이러한 두가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후의 말" - 존재론의 패러독스를 넘어서기 위한 無를 초경험적 존재로서의 神과 인식론의 패러독스를 넘어서기 위한 무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식 의 종점으로서의 사후 의식-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패러독스를 넘어서기 위해 "가정" 했던 "사후세계""신" 으로부터 종교가 발생하고, 그 종교에서 "도덕"이 발생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점에서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종교에서 도덕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또 일본에서는 종교가 크게 도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일본 고유 문화인 무사정신에서 "수치의 도덕"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한국 독자에게는 또 다른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같은 동양권 문화에서 우리는 무사도보다는 문인정신이 가득했던 사회에서, 어떠한 논리로 도덕을 습득하고 체화했는지 (종교가 국내로 들어오기 전), 이는 또 다른 생각할거리로서, 한 번 탐구해봄직한 주제일 것이다.

 

또한 과학이 "신의 시점"에서 -이는 사후세계의 시점과도 같다- 세계의, 자연의 모든 것을 대상화 시켰다는 시각 또한 과학은 마치 종교와 대척점에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에게 또 다른 깨우침을 주었다. 과학이란 신학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신의 정통 적자라는 표현에서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시야를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책은 처음에 인식론의 패러독스, 존재론의 패러독스에서 나아가 죽음, 과학, 종교등을 넘나들며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이야기들의 중심 축(Core)인 아이덴티티(Identity)로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합시킨다.

 

일상에서 "왜그렇지?" 라고  생각했지만,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설명과, 그러한 대답할 수 없었던 철학의 난제들을 쉽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보여줌으로서 거부감 없이 철학의 중심 주제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나오는 니체, 하이데거, 칸트 ,파스칼, 키에르케고르  등등을 접하며 좀 더 심도있는 철학을 읽고 싶다면, 여기에 언급된 작품을 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철학자를 부담없도록 접할 수 있게 한 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읽을 독자들도 나와 같은 "인식"을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같은 감정을 공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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