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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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자기 앞의 생" 이다

이 책은 버려진 한 소년이 로쟈 아줌마에게 키워지면서, 혹독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지는 방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들, 하지만 부러움보다는 지금 현재 있는 곳에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더 돌아볼 수 있는 성숙함을 지닌 아이의 이야기이다.

로쟈 아줌마의 그 투박한 애정의 방식을 그대로 잘 받아들이는 모모가 대견하면서도 , 한편으론 너무 슬펐었던 기억이 난다.

자기 앞의 생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더 현실적으로, 더 처절하게 그린 작품.

고통스럽지만, 거쳐가야 할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

누군가에겐 평생 모를 수도 있는 그런 상황과 감정들을 어렸을 때부터 겪고 그걸 극복해나가면서 커가는 아이들.

자기앞의 생을 읽으면 오히려 마음은 담담해져왔다. 마지막 장까지 쉴틈없이 몰아쳐 읽고 나는 마지막장을 덮고 그냥 창 밖을 보았다
(창이 바로 보이는 책상에 앉아서 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기 전과 후, 풍경은 똑같았지만, 똑같지 않았다.
달라져있었다.

그렇게 사랑에 관해서,(이성의 사랑만을 뜻하는게 아닌, 이성이라 하더라도 그 이성 존재자체에 대한 人間愛)처절하게 휘갈긴 글도 없을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 때문에 미친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라고 첫 구절부터가 절대적 사랑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한 이 소설을 ,


마지막 구절도 '사랑해야 한다' 로 끝나는 이소설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은 다른 구절이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 부분이었다)

아무튼, 이런 사랑에 대해 처절하고도 절대적인 신봉을 나타내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가슴 깊이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사랑에 대하여 열변할 수 있다는게, 부럽기도 하고 어떤 경험을 했기에...? 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그런 사랑이 원천이 어디인지 이 책 '내 삶의 의미(le sens de ma vie)'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처음의 원동력은 , 그의 어머니였다. 서른 다섯에 혼자가 되어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어머니의 열정을 그리고 그 기대를 로맹가리는 저버릴 수 없었다. 프랑스에 대한 사랑 하나로 러시아에서 폴란드를 거쳐 프랑스까지 건너가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온 어머니와 로맹가리, 다양한 문화의 습득이 삶에 있어서는 고단했겠지만, 진짜 드골 장군의 이야기처럼 "미치지 않고 프랑스 작가가 된 것"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민자의 삶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소설로 자기앞의 생으로 그 삶을 발현해낸 것이 아닐까.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진세버그(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배우다. 너무 이쁘고, 너무 똑똑하다) 와 사랑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이상주의와 자신의 이상주의를 함께 하게 된다. 비록 그것이 미국에 의해서 진세버그가 비극적 말로를 걷게 되었지만, 로맹가리는 그녀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할 수도, 그러다고 그녀를 도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돌보는 일을 그만둔 적은 없습니다.

그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로맹가리는 말미에 이렇게 쓴다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여성입니다. 주의하세요 여자들이 아니라 여성, 여성성 말입니다. 여성들, 여성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내 삶의 큰 동기이자 큰 기쁨이었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나의 모든 책, 내가 어머니의 이미지에서 출발해서 쓴 그 모든것에 영감을 준 것은 여성성, 여성성에 대한 나의 열정입니다.

(중략)

나와 여성들의 관계는 무엇보다 나를 위해 희생한 내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숭배였고, 물론 성을 포함한 모든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말입니다. 만약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부분에서 아- 나는 이해는 잘 하고 있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중략)

한 인간이 자기 삶을 망쳤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를 저버렸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지요.

(중략)

그저 훗날 사람들이 로맹가리에 대해 말할 때 여성성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를 말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로맹가리의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이 잊혀지질 않았다면, 그리고 그런 잊히지 않는 작품을 써왔던 로맹가리, 그리고 그의 다사다난한 인생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선 만족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도 로맹가리는 내가 존경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일 것이고, 그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가지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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