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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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그만 돛단배로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팔십사일동안 그는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한마리도 못잡았다.

 

그는 사람*.인***에서 몇장의 이력서로 혼자 취직준비를 하는 취준생이었다. 팔십사일동안 그는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한번도 최종합격을 못하였다.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구절이다. 그래, 이건 노인과 바다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특히 취준생에게는) 취준생과 바다 인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산 것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였다.

나는 행정고시를 보았었고

2년이 되던 해 떨어진 뒤, 고시를 접은 상태가 되었다.

그때 이 책을 집어들었다.

 

무슨 마음인진 모르겠지만, 바다 한가운데에 돛단배와 노인의 아련한 뒷 모습은, 나와 같다고도 생각했다.

 

'운이 다한것이다' '살라오'

 

나도 운이 다했나보다. 싶었다. 그래, 운이 다한것이다. 시험이란건 이제 지긋지긋해. 나에게 운이 다한걸꺼야.

 

새로운 길목에 들어서기 전 이 책을 꼭 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사실, 내용은 청소년기 시절, 읽었던것과 다름없고, 지루하기도 매한가지였다.

솔직히 내용은 끝없는 도전과 허탕의 과정같아서, 그게 남같지 않아서 더 보고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보다 달라진건, 좀 더 눈에 띄는 구절구절이 늘어났다는 것.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줄을 정확하게 드리우지. 노인은 생각했다. 다만 더이상 운이 없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알아? 오늘이라도 운이 트일지?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하지만 난 우선 정확하게 하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을 테니까.

 

 

이 글을 읽고 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운이 없다고 치자. 내일이면 모르는것이다. 내일의 운이 또 나타날지도. 다만 그 운이 갑자기 나타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게, 너무 당황해서 놓치지 않게 운이 없을때에도 준비는 확실히 해 놓아야 한다는걸 , 이렇게 보여주다니!

 

결국 그렇게 꾸준히 운이 도래할 '그날'만을 기다리며 꾸준히 낚싯줄을 드리우고 기다리던 노인은, 큰 물고기(청새치라고도 하고, 티뷰론이라고도 하지만 결국엔 중요한건 물고기 종류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이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를 잡게 되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의 습격으로 5.5미터길이의 뼈만을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이 소설에서의 재미는, 아무래도 큰 줄거리인 바다에 나가 청새치를 잡는다는 이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노인이 혼자서 독백을 하는 장면, 만새기와 휘파람새 등에게 말을 거는 장면, 그러한 장면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 무언가 와닿게 하는 감동을 불러일으켜준다.

그리고 노인이 자연에게 한마디 한마디 건네는 말들은,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아 더욱 더 마음이 일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는 말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노인이 휘파람새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소설 속 휘파람새보다 감동을 받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이제 꿋꿋하게 도전하며 나답게 살아야지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한번씩 고비를 맞이했다고 느껴질 때

더이상 앞으로 나갈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운이 다했다고 느껴질 때

 

사자꿈을 꾸는 노인과 같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올지 모르는 운이 도래할 날을 고대하며,

이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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