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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누구나 자기방을 꿈꾼다.
은퇴 후엔 더우기 그러하다.
텃밭, 마당.서재,작업실,부엌,산,배,과수가 있는 , 뭐 어쨋든
꿈 꾸는 것은 각자의 몫일테니
재주가 많은 사람, 학문이 깊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건강한 사람, 기타의 여러 이유로 자기 방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마음 고픔이 덜할 거 같다.
삼십대 후반, 사십대 중반까지 삶이 고달팠다. 유일한 출구는 책읽기
그것도 소설. 연애소설을 참 많이 읽었다.
그런데 내가 읽을 거리를 들고 있는 걸 누가 보는 게 싫었다.
그냥 싫었다.
특히 일요일이 더욱 싫었다.
가족들이 보는 것이 더 싫었다.
다용도실에 작은 돗자리를 깔고 문을 닫고
세탁기와 교자상과 꿀항아리와 세제와 빨래비누와 또 온갖 허드레짐과
함께 살아 있는 나는 숨소리도 안내고 내리 읽어내려 갔다.
그렇게 숨을 쉬곤했다. 그 숨이 나를 살렸다.
문제에서 대단히 소극적인 방법으로 피신한 거였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이겨냈다.
미역창고를 보며 떠 올렸던 건
바로 그 구석지고 다소는 습했던 돗자리 위의 공간이였다.
그곳이 내방이였을까?
할 일도 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근사한 이론을 정확하게 대입시킬 수 있고
도와 줄 지인에 돈까지 허걱.
작업실에 흐르는 전혀 다른 시간.
그것이 어찌 물리적 시간이랴. 한
사람의 삶이 자기만의 방에 담길 때
그건 경건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