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다. 세차다. 빗물이 옷과 발에 튄다.

나뭇잎은 더 푸르고 꽃은 색이 덜 보인다. 빗물이 맺힌 나무는 조금 무거워 보인다.

유난히 큰 내발은 걷기에 아주 좋다.

손목에는 새롭게 충전된 만보기도 채워져 있다. 새롭다고 한 건 만보기 충전기를 어디 두었는지 잊어 한동안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이 만보지 만보를 채우는 건 그리 쉽지 않다.

한 시간 사십분 정도, 옆도 안돌아보고 씩씩하게 앞만보고 걸으면 만천보쯤 된다.

수목원이 집 가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이즈음엔 축하 받을 일도 없고 뭐 복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차가 달리는 길을 이십여분 걸어야 수목원입구가 나오긴 하지만-어찌 하다보니 숲이 있는 근처에서 살게 되었다.

해가 쨍한 날은 오히려 걷기 힘들다. 더워서라기 보다 모자를 쓰고 햇빛가리게를 해도 얼굴이 벌곃게 달아오르고 한 번 그을리면 벗겨지지가 않는다.

나이가 드니 안되는 게 점점 많아지기만 한다.

 

발이 축축하다.

 

차들은 물창을 튀기며 내달린다. 비가 온다해서 속력을 줄이지도 않는다.

내맘이 오히려 조마조마하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우산을 좀더 낮게 쓴다. 비가 조금 잦아든다.

다시 세진다.

집을 나설 때와 별반 다르지않은 보폭과 힘으로 돌아온다.

힘이 있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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