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만약에 - 에세이를 위한 에세이
이광호 지음 / 난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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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비밀을둘러싼 옆길들삶이 정연하게 요약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삶은 개념들로 압축될 수 없는 무의미하고 사소한 디테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디테일을 이루는 구성은 신체·시간·공간·물질 같은 요소들이다. 삶이 비밀스럽다면, 어떤 결정적인것을 감추는 세계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 하나의 진실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비밀이란 말로 표현되고 정리되기 힘든 것들,
‘언‘되기 힘든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비밀secret의 어원은 라틴어 ‘secretus‘, ‘분리된, 떨어진‘의 의미이다.
비밀은 감춰진 정보가 아니라, 언어의 그물망에서 빠져나간것, 의미화의 체계로부터 ‘분리된 것들이다. 비밀은 감춰진 것이 아니라 드러날 수 없는 것이다. 빛이 닿으면 드러나는 깊고 어두운 세계의 진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빛 자체가 의미가 없는 삶 안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미시적인 비밀들


삶의 비밀이 어느 순간 드러나는 것은, 구체적인 감각의 회복이다. 그 사람을 사랑했는가‘라는 질문이 있다고 해보자.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한 완벽한 정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질문은 사실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해야 한다면, 가령, 그때 그런 ‘시간·공간·신체를 둘러싼 함께 있음‘의감각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더 많이 알수록,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더 모르게 된다‘와 동의어이다.
고유한 그 사람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사랑의 방식. 사랑은 ‘그사람‘을 더욱 비밀스러운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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