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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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은 마음으로 계속해서 궁구해 나가는 싯다르타의 모습도 궁극의 앎을 깨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무너지는 모습도, 지혜란 말로써 전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르침을 원하는 자에게 내어준 것도 모두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어떤 점에서 싯다르타는 인간상의 롤모델, 스승의 모습이다.

"저는 빈털터리이지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당신이 말씀하시는 의미대로라면 말입니다. 확실히 저는 빈털터리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저는 곤궁한 것은 아닙니다."
"한데 당신이 빈털터리라면 무엇으로 살아가실 작정이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으리. 저는 삼 년 이상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얼 먹고 살아가야 할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 살아오셨군요?"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만 사실 상인도다른 사람들의 물건으로 살아갑니다."
"그럴듯한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상인은 남의 물건을 거저얻는 것은 아니지요. 그는 그 대가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 물건을 주지요."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 P-1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 P-1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오, 과연 그 누가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사실을이해할 수 있으리! 그는 그것을 이해하거나 파악하지는 못하였으며, 단지 예감이, 먼 기억이, 신의 음성들이 활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 P-1


바주데바는 매우 주의 깊게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그는싯다르타가 이야기하는 내력, 유년 시절, 배움, 구도 행위, 기쁨, 곤경, 이 모든 것을 경청하면서 자기 내면에 받아들였다.
이것이야말로 뱃사공의 가장 큰 미덕들 가운데 하나였으니,
남의 말을 그보다 더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싯다르타는 바주데바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하는 말을 고요하게, 마음을 툭터놓고, 느긋하게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바주데바가 자기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초조하게 다음말을 기다리는 법이 없이, 자기가 말하는 중에도 칭찬의 말도꾸중의 말도 하지 않고서, 다만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만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이런 식으로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자신을 고백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의마음속에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구도 행위, 자신의 고뇌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느꼈다. - P-1

바주데바의 얼굴이 밝은 미소로 가득 찼다.
"그래요, 싯다르타." 그는 말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시냇물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바로 이런 것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배웠을 때 나는 나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나의 인생도 한 줄기 강물이었습니다. 소년 싯다르타는 장년싯다르타와 노년 싯다르타로부터 단지 그림자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을 뿐, 진짜 현실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전생(前生)들도 결코과거의 일이 아니었으며, 싯다르타의 죽음이나 범천(梵天)에로의 회귀도 결코 미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으며,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현존하는 것이며, 모든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니고 있습니다." - P-1

벌써 오래전부터 그는 자기가고타마와 이제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는없었다. 그렇다, 진실로 도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도를 얻고자 하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미 득도한 자는 모든 각각의 가르침을, 모든 각각의 길을, 모든 각각의 목표를 인정할 줄 아는 법이며, 그런 경지에 도달한 자를, 영원 속에 살며 신적인 것을 호흡하는 수천의 다른 성자들과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 P-1

그는 싯다르타의 팔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친구여,
그 점에 대해서도 강물한테 물어보세요. 강물이 그 말을 듣고어이없다는 듯이 비웃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당신이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던 것은, 당신 아들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설마 정말로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도대체 당신이 무슨 능력으로 당신 아들을 윤회의 소용돌이로부터 보호해 줄수 있다는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요? 가르침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훈계를 통해서 그럴 수 있다는겁니까? 이보세요. 친구. 도대체 당신은 벌써 그 이야기를,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의 그 교훈적인 이야기를 몽땅 잊어버렸단 말인가요? 당신이 나에게 그 옛날 바로 이 자리에서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 말이에요. 누가 사문인 싯다르타를 윤회로부터, 직업으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 주었던가요? 아버지의 경건함, 스승들의 훈계, 자신의 자식, 자신의 구도 행위가 그를 지켜 줄 수 있었던가요? 어느 아버지,
어느 스승이 지켜서서 그를 말릴 수가 있었겠어요? 스스로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런 일을 못하게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친애하는 친구여, 이러한 길이 어느 누구한테는 혹시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 아이에게는 제발 - P-1

이제 그는 사람들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았더. 예전보다 덜 총명하고 덜 오만스러워진 대신에, 더 따뜻하고 더 호기심이 많고 더 많은 관심을 지닌 눈길로 사람들을 보았다. 혼히 볼 수 있는 그런 통상적인 부류의 여행자들, 그러니까 어린애 같은 인간들과 장사꾼들, 그리고 무사들과 부인네들을 건네다 줄 때면 예전과는 달리 그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들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그는, 생각과 통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충동과 욕망에 의해 좌우되는 그들의생활을 이해하였으며, 그 자신도 더불어 그런 생활을 하였다.
그는 그들과 똑같이 느꼈다. 비록 그가 완성의 경지에 가까이가 있었고, 최근 마음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불구하고, 그에게는 이러한 어린애 같은 인간들이 자기의 형제들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외동아들에 대해 우쭐해하는 아버지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자부심, 몸에 달고 다닐 장신구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사내들이 자기들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하여 애쓰는 허영심 많은 젊은 여인들의 맹목적이고도 거친 열망, 이 모든 충동들, 이 모든 어린애같은 유치한 짓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다르타에게는이제 더 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 P-1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모든 욕정들과행위들 하나하나에서 바로 생명, 그 생동하는 것, 그 불멸의것, 범(梵)을 보았다. 그런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맹목적인 성실성, 맹목적인 강력함과 끈질김으로 인하여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부족한 것이 없었으며, 지식인이자 사색가인 자기가 그들보다앞선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 빼놓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미하고 사소한 그 한 가지란 것은 바로 그 의식, 즉 모든 생명의단일성을 의식하는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싯다르타는 심지어가끔씩 이러한 지식, 이러한 생각이 과연 그렇게 매우 높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생각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혹시 생각하는 인간, 아니 생각하는 철부지인 자기의 어린애같은 유치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품는 일까지 있었다. 생각한다는 점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는 세속적 인간들이 현인인 자기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자기를 훨씬능가할 때도 자주 있었다. 이는 짐승들도 불가피한 경우에는끈질기고 확실한 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능가하는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과 흡사한 일이었다.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도대체 지혜란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온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인식과 깨달음이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 P-1

그 무엇이라는 것은 바로 매 순간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할 수 있는, 그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영혼의 준비 상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하나의능력,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술에 다름 아니었다. 조화, 세계의영원한 완전성에 대한 깨달음, 미소, 단일성이 그의 내면에서서서히 꽃피어났으며, 바데바의 늙은 동안(童顔)으로부터그에게 반사되어 비추었다. - P-1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내가 스님에게 들려드릴 말씀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혹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도대체 어째서 그렇다는 겁니까?" 고빈다가 물었다.
"누군가 구도를 할 경우에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 사람의 눈은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찾아낼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오로지 항 - P-1

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스님, 당신은 어쩌면 실제로 구도자일 수도 있겠군요.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바로 당신의 눈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P-1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자네 농담을 하는 건가?" 고빈다가 물었다.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닐세. 나는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세.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이미 젊은 시절부터 나는 이따금씩 예감했으며, 이 때문에 내가 그 스승들 곁을 떠났던 거야. 나는 한 생각을 얻었지. 고빈다. 내가 그 생각이 무엇인가를 말하면 자네는 그것을 또 농담 또는 어리석은 말이라고 여길 터이지만 그 생각은 나로서는 최고의 생각이네.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그리하여 세존 고타마께서도 이 세상에 대하여 설법을 하실 때에, 이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혹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달리 어떤 방법이 없지.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방 - P-1

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도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고빈다. 나는 이것을 몇 번이나 거듭하여 체험하였네. 그리고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현세와 영원 사이에, 번뇌와 행복 사이에, 선과 악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간격이라는 것도 하나의 착각인 셈이지." - P-1

이야기야. 그 죄인의 미래라는 것은 모두 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네. 자네는 그 죄인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자네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아니 모든 중생 개개인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바로 그 생성되고 있는 부처를 바로 그 부처가 될 가능성을 지닌 부처를, 바로 그 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안 되네. 고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네. 그럼, 아니고말고,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慈悲)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스스로의 인생행로에서 얼마만큼 나아간 경지에 있는가를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네. 도둑과 주사위 노름꾼의 내면에 부처가 깃들어 있고,
바라문의 내면에 도둑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야. 깊은 명상에 잠긴 상태에서는 시간을 지양할 수가 있으며, 과거에 존재하였던,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 존재할 모든 생명을 동시적인 것으로 볼 수가 있어. 그러면 모든 것이 선하고,
모든 것이 완전하고, 모든 것이 바라문이야. 따라서 나에게는 존재하고 있는 것은 선하게 보이며, 나에게는 죽음이나 삶이 다 같게 보이며, 죄악이나 신성함이 똑같이, 지혜로움이나어리석음이 똑같이 보여. 세상만사의 이치가 틀림없이 그러하며, 세상만사는 오로지 나의 동의, 오로지 나의 흔쾌한 응낙, - P-1

그리고 나의 선선한 양해만을 필요로 할 뿐이네. 이것은 나에게는 좋은 일이지. 나를 후원해 줄 뿐, 나에게 결코 해를 입힐수는 없으니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고빈다. 이것은 나의마음속에 떠올랐던 생각들 가운데 몇 가지를 이야기한 거야."
싯다르타는 몸을 굽혀 땅바닥에서 돌멩이 한 개를 집어 들더니 손 안에 넣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여기 있는 이것은" 하고 그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였다. ‘한 개의 돌멩이네.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아마도 흙이 될 것이며, 그 흙에서는 식물, 아니면 짐승이나사람이 생겨나게 될 거야. 예전 같았으면 이럴 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겠지. ‘이 돌멩이는 단지 한 개의 돌멩이일 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며, 그것은 마야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순환적인 변화를 거치는 가운데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 P-1

나는 그것에도 가치를 부여해 주는 바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였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돌멩이 돌멩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하며, 그것은 또한 신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장차 언젠가는 이런 것 또는 저런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 그러니까 그것이 돌멩이라는 사실, 그것이 지금 그리고 오늘 나에게 돌멩이로 보인다는 사실.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며, 돌멩이에 나 있는 갖가지 줄무늬와 움푹 패어 있는 구멍 하나하나, 노란색이나 회색을 띠고 있는 돌멩이의 빛깔, 돌멩이의 단단한 정도, 두드릴 때 돌멩이가 내는 소리, 말라 있거나 물기가 있는 돌멩이의 표면, 그런 것에서 나는 돌멩이의 가치와 의의를 발견하게 돼, 돌멩이를 만져 보면 그중에는 촉감이 기름이나 비누처럼 미끌미끌한 것도 있고, 나뭇잎 같은 것도 있고,
모래 같은 것도 있지. 모든 돌멩이는 하나하나가 제각기 독특한 것이며, 제각기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옴을 읊조리고 있으니, 모든 돌멩이 하나하나가 바라문인 셈이지. 그렇지만 이와동시에 꼭 마찬가지로 그 돌멩이는 돌멩이이기도 하며, 기름같은 느낌을 주거나 비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내 마음에 들어. 바로 이 점이 나에게는 경이롭고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져. 하지만 이제 더 이상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 말이란 신비로운 참뜻을 훼손해 버리는 법일세. - P-1

1 "무슨 이유로 자네는 나에게 그 돌멩이 이야기를 하였나?"
그는 잠시 후에 머뭇거리며 말하였다.
"별다른 의도 없이 그냥 무심코 한 이야기였네. 그게 아니면 혹시, 나는 바로, 그 돌멩이를, 그 강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관찰함으로써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이 모든 사물들을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 이야기를 하였었는지도 모르겠어.
한 개의 돌멩이를 나는 사랑할 수 있어, 고빈다, 그리고 나무한 그루 또는 나무껍질 한 개도 사랑할 수 있고 그것들은 사물이며, 그리고 우리는 사물을 사랑할 수가 있지. 그렇지만 나는 말은 사랑할 수가 없지. 그 때문에 나에게는 가르침이라는것이 아무 쓸모가 없는 거야. 가르침은 아무런 단단함도, 아무런 부드러움도,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가장자리도, 아무런 냄섀도, 아무런 맛도 갖고 있지 않아. 그 가르침이라는 것은 말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지. 자네가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바 - P-1

로 이 가르침이라는 것, 바로 그 무수한 말들이 아닐까 싶어.
그 까닭은 말이지, 해탈과 미덕이라는 것도, 윤회와 열반이라는 것도 순전한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고빈다. 우리가열반이라고 부르는 것,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 다만 열반이라는 단어만이 존재할 뿐이지." - P-1

"그것 역시." 하고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나에게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네. 그 사물들이 가상이든 아니든 그것은 별문제가 안 돼. 만약 그 사물들이 가상이라면, 그렇다면 나 역시 사실 가상적 존재인 셈이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사물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와 똑같은 종류인 셈이지.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의 존재라는 사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사물들을 그토록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고 그토록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거야.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사랑할 수 있어. 자네가 들으면 그런 가르침도 다 있느냐며 비웃을 터이지만 이것도 아무튼 하나의 가르침이야. 사랑이라는 것 말일세,
고빈다. 그 사랑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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