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말들 - 불을 밝히는, 고독한, 무한한, 늘 그 자리에 있는, 비밀스러운, 소중하고 쓸모없으며 썩지 않는 책들로 무장한 문장 시리즈
강민선 지음 / 유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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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면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 본 이것들을 글로 쓰면 좋겠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단편소설 하나는 나오겠군.‘ 그런 결심이 섰다면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어딘가에 적어야 했는데, 정신을 차렸다고 착각한 나는 계속해서 글감을 따라 꿈속을 거닐었다. 잠에서 깬 후에 남은 거라곤 꿈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기억뿐, 한 장면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수가 싶지만 자주 있는 일이다. 일부 강렬한 꿈은 오래도록 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각성과 함께 산화되어 날아간다. 걸었던 길, 보았던 풍경이 모래 위에 그린 그림처럼 밀물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머리맡에 필기도구를 두고 자는모양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다. 세상에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 중에 내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두 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평생을 살아도어떤 장소는 오직 꿈과 상상으로만 가 볼 수 있다. 시립 도서관 사서로 시작해 국립 도서관 관장이 된 보르헤스는 시력을 잃고 낙원을 그린다. 가 본 적 없는 낙원을 생애 가장 행복했던 공간에 빗대어 상상한다. 도서관, 그가 평생을 읽고 쓰던 곳. 꿈에서조차 글쓰기를 간절히 원했던 작가의 무한한 기록이 그곳, 낙원 혹은 도서관에 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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