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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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확실한 날들을 10년쯤 보내고서야 문득 깨달았다. 그어정쩡함이 글쓰기의 동력이었음을. 글 쓰는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고 혼란스러워야 사유가 발생한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아이가 잘 큰다는 것과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건지 온통 혼란스러웠고 그럴 때마다 하나씩 붙잡고 검토하며 써나갔다. 쓰는 과정에서 모호함은 섬세함으로, 속상함은 담담함으로 바뀌었다. 물론 글쓰기로 정리한 생각들은 다른 삶의 국면에서 금세헝클어지고 말았지만, 그렇기에 거듭 써야 했다. 어차피 더러워질걸 알면서도 또 청소를 하듯이 말이다. - P-1

소설을 읽다보면 바틀비가 답답하고 불안하다. 제 발로 사무실에 들어갔으면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안 할 거면 왜 안 하는지 적어도 이유는 말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 모든 걸 안 하고 ‘끝까지 버틴다. 그런 행동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 없이 소설은 장탄식으로 끝난다.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 (102)그 허탈함, 황망함, 난감함, 쓸쓸함 속에서 사유가 일어난다(좋은 소설인 것이다). 나는 내 생각을 생각했다. 처음엔 바틀비가 이유도없이 일하지 않는게 이상했는데, 아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 게 이상하다. 바틀비는 왜 자기 생각과 입장을 설명하지 않을까 궁금했다가,
그럼 나는 구구절절 말함으로써 타인을 이해시키고 타인으로부터이해받은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회의가 들었다. 말하는 대로 이해받는다는 믿음이야말로 헛것 아닌가..... - P-1

추상적인 다짐이 아닌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복기해보면자기 감정과 생각. 욕망의 여러 층위와 갈래가 보이고, 나라는 사람은 하나로 정리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자기에대해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서 타인도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워진다. 조심스러워지는 일은 섬세해지는 일. 그렇게 내 판단을 내려놓고 남의 처지가 되어보는 게 공감의 시작이다.
언젠가 누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서 가장좋은게 뭐냐고. 나는 이 얘기를 들려주었다.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된 점이라고. 저마다 고유한 사정과 한계, 불가피함을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았다고.
그리고 그때 답하지 못한 게 더 있다. 글을 쓰면서 행복이나 희망이라는 붕 뜬 단어를 내 사전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던 점이다. - P-1

에릭 호퍼는 이런 통찰도 내놓는다. "우리는 일이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건 있을 수 없어요."(190쪽) 일이 의미 있기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몰염치‘라고 했다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까지 덧붙이면서, 삶의 유일한 의미는 배움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 P-1

사람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이불을 덮고 죽는다.

박세미 외.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 P-1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좁은 곳,
무엇도 영원히 숨길 수 없"(184)다. 그런데도 "티를 덜 내고 감정을참고 내 자신을 속이는 게 언제부터 어른스럽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181쪽). 

김혜경 외. 시시콜콜 시시알콜 - P-1

작은 조언도 큰 이론도 자신의 몸으로 영접하지 않은 한 자신의 앎이 되지 않는다

황현산. 잘 표현된 불행 - P-1

 "무엇엔가 멈추어본 아이만이 자기 삶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삶을 만난 아이만이 자세히 볼 수 있고, 자세히 볼 때 놀라운삶의 경이를 만날 수 있다. (…) 자기를 만난다는 것은 자기 홍을 만나는 것이고 그때 그 무엇에 정신을 팔았다는 말일 것이다."(190)

김영미. 그림책이면 충분하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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