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석주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헐어 책 사는 일에쓰는 것은 말년을 대비한 노후 보험이라면서, 왜 책을 읽느냐는 물음에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소설가 최인훈의 말을 인용한다. 누군가가나에게 책을 왜 사느냐, 왜 읽느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아름다운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
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아무 목적도 없어요." 그렇다. 책은 그저 내가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되어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을듣는 것처럼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된다. 나의 책 읽기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 목적이 없는 책 읽기이기에 그 안에서 교훈이나 길잡이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양과모양새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싫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며 조금 바뀐 점이 있다면, 책 읽기의 목적이 순수한 즐거움에서 조금 확장되기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제 순수한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책을 통해 세상을 보려 한다. 알지 못했던 것을 알려고 하며분노도 하고 연대도 한다. 책 안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을 내일상으로 끌어당겨 적용해 보려는 노력도 한다. 사는 방식이읽을 책을 결정해 주기도 하고, 읽은 책에 따라 살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아이와 어떤 시간을 함께할까.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 고민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아이와 어떻게 이별할까를 생각한다. 조금 이른생각일지 몰라도 잘 이별하고 싶다. 때가 되었을 때 질척대지 않고 엄마의 자리를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나의 새로운목표이다.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하며 바라보리라 다짐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조금씩 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듯하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존재로서의 아이를 잘 떠나보내고, 나보다 조금 어릴 뿐인 새로운 친구로서의 아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책을 읽는 일이 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 공감하는것이라면, 글을 쓰는 건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고민을 하는 너는 분명 두려움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거야. 생각하고 묻는 일을 멈추면 나쁜 일에도 쉽게 익숙해지고 편안한 타협을 찾게 될 텐데, 너는 쉬지 않고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아이니까, 네가 지닌 그 많은 질문들이앞으로 만날 두려움과 고민에 하나씩 답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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