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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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읽어보아야겠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의 눈은 멀다. 이 먼눈이라면 통영의봄길이든 눈 쌓인 혜산선의 길이든 지척인 것이고 백 년쯤 전에 태어났다는 이나이레쯤 전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나 모두 반갑고 친하고 벅차고 가여운 것이다. 게다가 먼눈을 가진 이가 세상을 먼저 살다 간 다른 먼눈을 가진 이를 살피는 일이라니.
아무래도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박준(시인)

그때에도 보름이면 이세상은 달빛으로 가득차지 않겠나? 달이야 거기 사람이 있든 없든 찼다가 이지러지는 그 자연의 법칙을 반복하겠지. 그런 무심한것이 자연이라는 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거기에 정을 둔단 말이지.
마치 해와 달이 자기 인생을 구원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오호. 우리의 태양이시여, 영원한 달님이시여, 라고 찬양하면서, 하지만 해와 달은 그 누구의 인생도 구원하지 않아. 우리도 그런 자연을 닮아 노래는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되고, 춤은 보이는 대로 보면 되는 거지, 좋으니 나쁘니 마음을 쏟았다 뺏었다 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해와 달의 이야기를 할 때, 상허의 얼굴에서 잠시나마 표정이사라졌다. 기행은 그 무표정이 반가웠다. 잘 모를 때는 그 무표정이 까끈한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여겼으나 상허가 조금 이상해지고 난 뒤부터는 그게 얼마나 인간적인 표정인지를 기행은 알게 됐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사람이 누릴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다. 상허의 말처럼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볼 뿐 거기에뭔가를 더 덧붙이지 않을 수 있을 때, 인간은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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