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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아주 예전에 자주 들었던 노래의 제목 ‘비행운‘
그 노래에 나온 가사가 이 책에 나오는 문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그러니까 제 말은요. 그렇게 우연히 노래랑 나랑 만났는데, 또 너무 좋은데, 나는 내려야 하고, 그렇게 집에 가면서, 나는 그 노래 제목을 영영 알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드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용대가 물었다. "그럼 다 듣고 내리지 그랬어요."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런데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요. 참 좋다. 좋은데, 나는 영영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바로 그 사실이 좋을 때가 있어요." "
자신이 이 세상의 풍습에 속하고, 풍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게 좋아서였다. 기옥 씨에게는 요즘 그런 게 필요했다. 때가 되면 중년들이 절로 찾게 되는 글루코사민이나 감마리놀렌, 혹은 오메가3처럼 .. 몸이 먼저 알아채 몸이 나서서 요구하는 것들이. 이를테면 설에는 떡국이, 보름에는 나물이, 추석에는 송편이, 생일에는 미역국이, 동지에는 팥죽이 먹고 싶다는 식의. 그래야 장이 순해지고, 비로소 몸도 새 계절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는, 어느 때는 너무 자명해 지나치게 되는 일들이 말이다. 제사는 조상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지내줘야했다. 기옥 씨는 음식으로 자기 몸에 절하고 싶었다. 한계절, 또 건너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시간에게, 자연에게, 삶에게 ‘내가 네 이름을 알고 있으니, 너도 나랑 사이좋게 지내보자‘ 제안하듯 말이다. 기옥 씨는 그걸 ‘말‘이 아닌 ‘감‘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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