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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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물의 삶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소설.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등장하는 [보편 교양]은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물론 그 말을 들은 학생은 은재를 비롯한 서너 명뿐이었다.
스무 명은 엎드려 자고, 다섯 명은 이어폰을 꽂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은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으며 모멸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수업을 듣지 않는 게, 혹은 어떠한 학교교육에도 참여하지 않는 게 부와 권력만을 추종하고 소수자를 배척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불량배로 성장할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노동 착취에시달리며 형벌 같은 생존을 이어가지만 어떤 비판 의식도 벼릴 수 없는 죄수가 된다는 뜻도 아니었다. 아무도 예단할 권리는 없었다. 학교에서 잘 배워야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믿음은, 제도교육에서 ‘모범적인‘ 성취를 얻어서 삶의 기반을마련한 자신 같은 교사들의 고정관념이었다. 공교육이란 중산충의 아비투스를 재생산하고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국가 장치 아닌가. 바른 자세로 수업을 경청하라는 지도는 규율화된 신체를 양산해 사회적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학교-감옥‘의 통치술 아니냔 말이다. 곽은 일리치, 부르디외, 푸코 등을 떠올리며.. 어떤 지도도 하지 않았다. 엎드린 학생들의 뒤통수를 애정어린 눈으로 보았다. 학생들이 버•리고 간 학습지의 빈칸에 숨은,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된 가지각색의 목소리들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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