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엄청난 햇살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현실은 언제나 길 모퉁이에서 기다리는 법이지

그 진흙탕에 가곤 했다. 진흙의 일렁임. 그 향기를 들이마실 때 새로운 단어들이 떠오를 거라는 것, 이것이 내가한 생각이었다. 내 앞에 도달해야 할 무언가가 아직 있고,
나는 마음 깊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여전히 아침에 눈을뜨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나는 열렬히 기뻐하며 그사실을 감지한다. 그것은 나를 저편으로, 좀 더 먼 곳으로,
가까운 끄트머리로 끌어당긴다. 그렇다, 그것. 다른 것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나의 몸과 함께. 내 몸에 남은 것과 함께. 숲에 남은 것과 함께. 내 몸과숲. 닳아 버리고 구멍 난 우리의 몸들. 누더기가 된 것들. 찢기고 없어진 것들 사이에 작은 우주가 남아 있다.

그렇게 평범항 날들이 하루, 또 하루 더해졌다

그리그는 새벽 3시쯤 우리가 있는 침대로 왔다. 그의 방문이 조용히, 최대한 부드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밤에 나는 문소리는 매번 겁먹은 말 울음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긴 하다. 이윽고 그리그가 나무 계단을 한 단씩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한동안 들썩거리다가 암흑 속을 더듬거리며 내게로 와서 지쳐 쓰러졌다. 나는 그 순간을 가장 사랑했다. 그런 순간이면 우리 셋이 같은 배낭 안에 담긴 기분을 느꼈다. 배낭 또는 운명이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마찬가지다. 둘 다 지구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눈 건 모든 혼합된 종이라는 점에서

기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위로 떨어지는 섬광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오는 것이다. 전적으로 과분한 것.
그 섬광은 최악의 순간일지라도 예외가 없다. 예를 들어, 진흙탕 같은 전투 중에도 불현듯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는가.

현재 나는 책 읽는 걸 그만두었다. 대신 쉬지 않고 외부세계를 살고 있다. 바깥세상을 책처럼 읽어 나간다. 끊임없이 바깥을 탐구하고 경험하는 가운데, 나 자신을 인식하는방식도 변화했다. 다시 말해 어느 때보다도 나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라고 덜 느낀다. 내게 연필 한 자루만남을 임종 직전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이해하게되었다. 인간이 우리 종(種) 안에 격리된 존재, 즉 다른 종들과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그들과 다르긴 하지만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가 인간에 속한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지극히 제한된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보다 훨씬 광대한 존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