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진흙탕에 가곤 했다. 진흙의 일렁임. 그 향기를 들이마실 때 새로운 단어들이 떠오를 거라는 것, 이것이 내가한 생각이었다. 내 앞에 도달해야 할 무언가가 아직 있고, 나는 마음 깊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여전히 아침에 눈을뜨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나는 열렬히 기뻐하며 그사실을 감지한다. 그것은 나를 저편으로, 좀 더 먼 곳으로, 가까운 끄트머리로 끌어당긴다. 그렇다, 그것. 다른 것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나의 몸과 함께. 내 몸에 남은 것과 함께. 숲에 남은 것과 함께. 내 몸과숲. 닳아 버리고 구멍 난 우리의 몸들. 누더기가 된 것들. 찢기고 없어진 것들 사이에 작은 우주가 남아 있다.
그렇게 평범항 날들이 하루, 또 하루 더해졌다
그리그는 새벽 3시쯤 우리가 있는 침대로 왔다. 그의 방문이 조용히, 최대한 부드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밤에 나는 문소리는 매번 겁먹은 말 울음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긴 하다. 이윽고 그리그가 나무 계단을 한 단씩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한동안 들썩거리다가 암흑 속을 더듬거리며 내게로 와서 지쳐 쓰러졌다. 나는 그 순간을 가장 사랑했다. 그런 순간이면 우리 셋이 같은 배낭 안에 담긴 기분을 느꼈다. 배낭 또는 운명이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마찬가지다. 둘 다 지구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눈 건 모든 혼합된 종이라는 점에서
기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위로 떨어지는 섬광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오는 것이다. 전적으로 과분한 것. 그 섬광은 최악의 순간일지라도 예외가 없다. 예를 들어, 진흙탕 같은 전투 중에도 불현듯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는가.
현재 나는 책 읽는 걸 그만두었다. 대신 쉬지 않고 외부세계를 살고 있다. 바깥세상을 책처럼 읽어 나간다. 끊임없이 바깥을 탐구하고 경험하는 가운데, 나 자신을 인식하는방식도 변화했다. 다시 말해 어느 때보다도 나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라고 덜 느낀다. 내게 연필 한 자루만남을 임종 직전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이해하게되었다. 인간이 우리 종(種) 안에 격리된 존재, 즉 다른 종들과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그들과 다르긴 하지만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가 인간에 속한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지극히 제한된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보다 훨씬 광대한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