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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종소리 - 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
김하나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평점 :
책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삶을 긍정하는 태도로.
한 권의 책에 꾹꾹 눌러 담은 독서 기행기
‘자, 이 문학 작품의 주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대답할 의무가 없다. 몇 마디 말로 요약될 거라면 무엇 때문에 작가가 애초에 그토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 한 편을 완성한단 말인가? 글로 완성된 작품은 거대한 태피스트리 같은 것이고, 여러분은 그것을 다시 몇 개의 색실로 환원시킬 필요가 없다. 소설에서 교훈이나 주제를 뽑아내려 하는 것은 인생에 미치는 독서의 효용을 곧바로 확인하려는 조급함에서비롯되는 것이다. 오히려 더 깊은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라. 문장의 리듬감, 이야기 구조의 균형, 전개의 참신함등장인물이 지닌 성격의 미덕이나 매력, 근사한 대사, 저마다의 작품이 연기처럼 휘감고 있는 분위기 같은 것을 감상하라.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누군가 던져 준몇 마디 말이 아니라 인생을 겪으며 몸소 체득한 것이다. 그러니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도 문학 읽기를 통해 할 일은 추출하고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몸을 제대로 담그는 일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 교감하는어느 직무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유르스나르는 참으로창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종횡으로 뻗어 나가던가지가 점점 굵어지며 우람하고 균형 잡힌 수형으로 단단해져 가는 나무처럼, 점차 나라는 무대의 키나 자루를 손으로단단히 거머쥐도록 성장하는 어느 직업인의 내면이다. 나라는 인물은 유능하기도 하고 비열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하고 못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한 그 모든 사람이자 또한어느 한 사람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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