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 존재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유전자에 달려 있다고 말이죠. 이처럼 인체를 소위 ‘유전자세트‘로 보고, 내 유전자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짓는다는 유전자 결정론이 오랫동안 진실인 것처럼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마치 알파벳 글자와 같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DNA라는 글자를 가지고 우리는아주 두껍고 커다란 책을 만들어내죠. 그 책이 바로 생명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한글로 쓰인 책 속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수는 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릅니다.
글자를 읽는 법만 배웠거든요. 마치 책 안에 적힌 글자 하나하나가 그 책이 아닌 것처럼, 몸 안에 있는 유전자가 곧 우리인것은 아닙니다. 글자는 그들이 사용되는 언어를 벗어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유전자 또한 생명체 밖에서는 무의미한 상징에불과하기 때문이죠.
만약 몸속에서 DNA를 끄집어내어 접시에 담아놓고 배양액에 담근 다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고 합시다. 그 접시안에서 생명이 탄생할까요? 수천 년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나의 분자로서 DNA는 어떤 형태의 성질도 가질 수가 없어요. 오직 우리 안에서만 살아 있는 거죠.
따라서 생명이란,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