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후반부의 강력한 울림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고심하다가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나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진정한 나를찾느라 번민하는 이들, 혹은 너무 많은 나 앞에서 자신을 위선자라자학하는 이들에게, 이 일본 소설가는 그냥 우리에게 여러 개의나가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나‘란 나눌수없는
‘개인個人, in-dividual‘이 아니라 여러 개의 나, 즉 ‘분인ㅅdividual
들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 사람을 언제나 똑같은 ‘나‘
로서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누군가와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그 앞에서만 작동하는 나의 어떤 패턴(즉, 분인)이 생긴다는 것. ‘나‘란 바로 그런 분인들의 집합이라는 것.
이런 관점으로 ‘사랑‘과 ‘죽음‘이라는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