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연필 촉에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그러면서도 이상적인 형태를 향해 계속 정진해야 한다. 세상일은 어찌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각자가 놓인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생각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면서도 현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것이다. ㅡ데이비드 리스 "연필 깎기의 정석"
그리하여 연필깎기의 기술은 삶의 기술이 된다. 연필 촉을 완벽하게 가다듬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다. 어디그뿐인가. 깎으면 깎을수록 짧아지는 연필처럼, 더 나은 삶을 위해노력할수록 우리의 남은 시간은 점점 짧아질 뿐이다. 그것이 바로향나무와 흑연의 쌉싸래한 연필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연필을 깎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야만 한다.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없습니다.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1978년부터 1980년 바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를 담은 강의록이다. 바르트는 첫 번째 강의를 단테의 인용으로 시작한다. "단테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 삶의 노정 중간에서 이 구절을썼을 때 단테의 나이는 35세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보다 나이가많고, 따라서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아 삶의 노정에서 중간보다 멀리 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중간은 산술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일종의 분기점이다. 분기점에 선 그는 생각한다. "뭐라고요? 죽을때까지, 내가 죽을 때까지 단지 바뀔 뿐인(아주 조금!) 주제들에 대해 늘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강연을 하게-기껏해야 책을 쓰게될 거라고요?"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특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 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평범한 존재는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특별해진다. -장유승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