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요조의 이름의 기원에 대해 듣다 알게 된 책
전도연과 류준열이 찍은 드라마 인간 실격을 보며 다시 한 번 내 마음에 와닿은 책
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전주에서 읽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인상 깊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도 읽게 되었다.(두껍지 않아 손이 가기 쉬웠다고나 할까?)
세상에 무슨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지극히 공감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어떤 부분에서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다자이 오사무의 자서전같기도 한 책. 그래서인지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단 자신의 경험을 일대기로 써내려 간 것 같아 더 몰입하게 되었다.
자기 파멸, 멸망

비합법. 저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즐겼던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고(그것에서는 한없는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구조가 불가해해서, 도저히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거기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이르는 편이 저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음지의 사람‘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비참한 패자,또는 악덕한 자를 지칭하는 말 같습니다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다정한 마음‘은 저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정다운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뭐든 상관없으니까 웃게만 만들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삶‘이라는 것 밖에 내가 있어도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몰라.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거슬려서는 안 돼. 나는 무(無)야.바람이야. 텅 비었어. 그런 생각만이 강해져서 저는 익살로 가족을 웃겼고, 또가족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무시무시한 머슴이랑 하녀들한테까지도 필사적으로 익살 서비스를 했던 것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다자이가 자기 자신을 직설ET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너무 부끄럼을 타는 작가였다는 사실, 그의 소설이 늘 자전적 사실의 변형이었다는 점에서지나치게 자전에 결부시킨 접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에 접근하는 데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벌」을 유의어가 아니라 반의어로 수용하거나 ‘여자‘의 반의어는 ‘꽃’이고 유의어는 ‘내장‘으로 생각하는 작중의 반대말 맞히기 놀이를 해독하는 것이 더 유효할 것이다. 와타나베 요시키, 도고 가쓰미 등의 다자이 연구가는 세상을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남성 세계와 비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여성 세계로 나누어, 사회의 실세를 형성하고 있는 남성 지배 세계에서 소외된 주인공 요조가 결국은 어느 세계에도 귀속하지 못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작품론 다자이 오사무』, 1976) 한편 오쿠노 다케오는「인간 실격」한 편 때문에「다자이 오사무론」을 쓴 것이라고 전제한 후, "나는 ‘서문’ 을읽고 나서 이 작가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깊은 고뇌에찬 인생을 경험한, 통상적인 인생과는 완전히 다른 심각한정신 생활을 영위한 인간임을 느끼고(중략)그 확신하에이 평론을 썼다."라고 하고 있다.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상과 확고하게 틀 잡힌 듯한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인간 실격」만큼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
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수 있다. 넙치와 호리키가 드러내는 상식적인 인간상의 (적어도 그들은 이 사회에서 당당히 존재 가능하다.) 추악함은, 그 틀에 젖어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 사회가 멸망해 가는 도정에있음을 이 작품만큼 명백하게 제시해 보인 작품은 없다고할 수 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성 없는 사회는 결국 소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조의 고뇌를 인정할지하지 않을지가 다자이를 받아들일지 부정할지를 가름하는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