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부쩍 ‘어떤 상대와 결혼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받는다. 최적화된 상대란 없다. 15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이 세상엔 내 남자, 내여자란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체념했다. 사람을 소유할 수도 없고, 상대를 내 입맛대로 바꿀 수도 없고, 끊임없이 같은 깊이로 사랑할 수도 없다.
결혼이 인생에서 하나의 큰 획을 그어주면서 기분 전환

이나 새로운 도전이 될 수는 있어도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결혼은 동화책처럼 "그들은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살았다"도 아니고 결혼 전 일상처럼 좋았다가 좋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이다. 결혼을 해도 둘다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래도나는 서로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완전에가까운 애정 표현은 결혼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하면서 다른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내가 이해받으려고 노력한다는 면에서는 결혼이 꽤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결혼에도 행복과 고통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결혼을 하면 보이지 않던여러 갈등 요소가 생기며 어두운 그림자의 부분을 끌어안을 인내심과 이해심이 중요해진다. 결혼하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겠지만 배우자 포함 그 어떤 가까운 인간관계도 나의 인생을, 나의 행복을,
내가 외롭지 않음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고독은 스스로떠안고 처리해야만 할 것 같다.

‘태도 attitude‘란 ‘어떻게 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알기어려운 것이 나다. 이제부터 집중해 생각하자고 해서 바로생각을 길어 올릴 수도 없다. 그 생각은 자칫 당시 분위기에 휘둘린 감상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행동‘을 하면서 ‘생각‘이 따라서 정리되었다. 그때의 청승맞은 여행도 그저 생각을 비우는 역할을했을 뿐이었고, 깊은 생각은 돌아온 후 새로운 일의 가능성을 손수 알아보려고 움직이면서 비로소 자극받아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의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나의 밖을

둘러봐야 했던 것이다.
일단, 어쨌든, 움직여보는 것의 중요함을 통감했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에만 너무 중점을 두다 보면 자칫 행동하지 않을, 움직이지 않을 부정적인 이유를 만드는 데 생각이 더 쓰인다. 나한테는 무리니까, 난 이것밖에 못하니까,
라며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든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것보다 더 나쁜 것은 나를 ‘이렇다‘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나에겐 뭐가 있지? 내가 뭘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이뻗어나가면 또 하나의 내가 나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다.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냥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 그게무난해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보기도 전에 ‘아냐, 됐어. 나따위가 뭘‘이라며 부푼 마음을 누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나한테는 이것이 최선이야. 라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용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을 일으킨 다음 자신에게 맞

는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지, 아무것도 하지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선만 긋는 것과는 다르다. 확고한 생각이나 단단한 가치관이 되어주는 것들은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체득된다.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사실상 행동이 생각을 예민하게 가다듬고 정리해준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일단 그 상황에 나를집어넣어보는 것이 좋다. 가장 확실한 리트머스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용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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