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Butch Blues (Paperback)
Firbrand Books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인 레슬리 파인버그는 2014년에 사망했다. 저자는 이 책의 20주년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완수하지는 못했다. 사후 20주년 개정판이 나왔고 이 책은 인터넷상에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다. 

(이 책을 CeCe Mcdonald 에게 바친다고 저자는 밝혔다)


-> https://www.lesliefeinberg.net/ 참고


이 책은 레즈비언 부치로 정체성을 깨닫는 베이비 부치가 he-she를 건너, 호르몬을 맞고 남성으로 패싱 되면서 겪는 어려움, 사랑, 관계, 노동, 돌봄, 희망, 윤리를 절절하게 그린 소설이다.


여기서 스톤 부치는 우리말로 하면 돌부치 같은 부치 중 남성성이 강한 부치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부치니스와 남성성에 갇혀 있는 돌 같은 성질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돌을 녹여줄 관계를 바라는 유성애적인 서술이 많이 나온다. 


트랜지션 혹은 '성전환'의 과정은 자기 몸으로 돌아오는 것 혹은 잘못된 장소에 놓여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이행 하는 것이라는 장소/위치적 설명을 쓰지만, 저자는 탑 수술을 하면서도 '내 몸이 집으로 돌아온 것(a coming home to my body')이라고 썼지만 애초에 집에 돌아온 것과 집이 편하고 행복하고 안전한 것은 다른 차원이다. 즉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이런 내 생각에 어울리는데, 작중 등장인물인 제스는 레즈비언 부치이지만 탑 수술을 하고 호르몬을 맞는다. 호르몬 전 부치였을 때에 펨들과의 관계와 호르몬 후 여성들과의 관계, 남성으로 패싱 되는 이후 (이성애) 여성과의 관계가 모두 등장한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긴장이 미묘하게 잘 드러난다(전형적인 부치적인 성격, 부치적인 애티튜드, 부치적인 성역할(?)에서 시스젠더 부치와는 다소 결이 다른 퀴어 부치에 이어 퀴어한 남성성을 수행하는 부치 등). 호르몬을 맞으면 여성이 아닌가? he-she가 아닌가? 부치인가? 남성인가? 이런 고민을 제스는 끊임없이 한다. 그 안에서 '외로움이 환경이 된' 유령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면서, 과거의 인연들을 반추한다.


레즈비언 부치와 FTM 남성의 불확실한 경계와 긴장감을 포착한 잭 핼버스탬의 《여성의 남성성》(영어 제목 : Female Masculinity)도 이 책을 많이 언급한다. 지금은 '트랜스젠더퀴어'정도로 명명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배경인 미국의 과거에는 퀴어적인 인식이 지금보다 더 적었다고 간주할 수 있는 시기였으므로 제스의 방황과 고민 그리고 외로움은 상당 부분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의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여전히 현재 시점에 유익한 부분들도 많다. 과거를 잊지 않고 자신을 길러준(?) 올드 부치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올드 부치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책 속에서 올드 부치들은 다소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있긴 하지만) 측면은 지금도 페미니즘 이후 가시화된 성소수자들에게(꼭 성소수자들이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선배' 세대나 미국식 명명법이 한국에 많이 도달하기 전에 '바지씨'로 살던 여성애자들의 삶은 어땠는지 추적해야 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이영 감독의 영화 《불온한 당신》참고,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바지씨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레즈비언 혹은 성소수자 '선배'들의 삶이 매우 궁금하지만 이것은 발굴해야 할 영역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부치 투 부치 로맨틱/섹슈얼 관계에 대한 제스의 편견 어린 시선도 부치들간의 차이와 부치-펨이라는 전형성은 일종의 각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다소간 약자로 지목되기 쉬운 노동계급 헤테로 여성의 노골적인 동성애 혐오도(제스가 남성으로 패싱 되면서 만난 직장 근처 식당의 웨이트리스 여성의 동성애 혐오) 페미니즘 입장에서 퀴어 혐오하는 이성애 여성이라는 복잡성도 생각하게 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구구절절 마음을 만지는 문장들이 많다. 외로운 사람이라면, 특히나 사회적 규범과 자신의 경험이 불화하기 때문에 깊은 외로움을 갖고 살아가는 돌과 같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가 밝혔든 이 글이 영상화나 영화화되길 원치 않았기에 실제로 영상화될 가능성도 적어 보이고, 번역이 된다고 해도 영어적 표현(유머나 문화적인 입장)을 모두 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영어본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성폭력, 폭력이 트리거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하고 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one Butch Blues (Paperback)
Firbrand Books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부치니스, 부치셰임, 탈가정, 아웃팅, 폭력, 경찰, 용기, 사랑, 젠더 등을 지나는 슬프고 아름다운 글이다. 미국적 맥락에서 ‘남성으로 패싱 되며 그러길 다소간 바라는 레즈비언 부치 여성‘이라는 복잡함이 통과하는 핍진함이 잘 드러난다. 제목처럼 슬픔이 만연하지만 그러면서도 힘이 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맹의 풍경 - 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 메두사의 시선 3
엘리자베스 쇼버 지음, 강경아 옮김, 정희진 기획 / 나무연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 제목은 의역하면 《기지의 조우》. 남한 내 미군 군사기지와 젠더, 인종, 계급 등이 조우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을 그려낸다. 남한 사람뿐 아니라 이주 성판매 여성, 미군 남성의 초남성성, (당시에 만연했던) 반미의식 등 다양한 레이어의 풍경을 서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객체지향 지도학 - 지도의 시대, 지도의 삶, 지도의 이야기 모빌리티인문학 총서 48
타냐 로세토 지음, 박민지 옮김 / 앨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를 재현하고 상징하는 지도가 아닌 제 나름대로의 역할과 수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지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흥미롭다. 지도를 객체지향 철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참신하고 흥미로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객체지향 지도학 - 지도의 시대, 지도의 삶, 지도의 이야기 모빌리티인문학 총서 48
타냐 로세토 지음, 박민지 옮김 / 앨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년 4월 4일 현재 기준 


이 책에서 참고한 단행본들 중 국내 번역된 것으로 파악한(더 있을 수 있음) 것들을 올립니다.

책은 아주 재밌으며 유익합니다.


영어 제목을 좇아 검색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출판사와 아무 관계가 없지만, 저도 보고 혹시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까봐 씁니다.)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이언 보고스트, 김효진 역, 갈무리, 2022)

젊은 과학의 전선(브뤼노 라투르, 황희숙 역, 아카넷, 2016)

생동하는 물질(제인 베넷, 문성재 역, 현실문화, 2020)

객체들의 민주주의(레비 R. 브라이언트, 김효진, 갈무리, 2021)

쿼드러플 오브젝트(그레이엄 하먼, 주대중, 현실문화, 2019)

존재의 지도(레비 R. 브라이언트, 김효진, 갈무리, 2020)

사물들의 우주(스티븐 샤비로, 안호성, 갈무리, 2021)

로드(코맥 매카시, 정영목, 문학동네, 2008)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셰리 터클, 정나리아·이은경 역, 예담, 2010)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W.J.T 미첼, 김유경 역, 그린비, 2010)

판도라의 희망(브뤼노 라투르, 장하원·홍성욱 역, 휴머니스트, 2018)

비재현적 방법론 : 연구를 재상상하기(Phillip Vannini, 김진영 엮음, 김수정·김지혜·김현철·이보아·이지선·정예슬·정학성·최하니 역, 전남대학교출판부, 2023)



저자가 자주 참고하는 티머시 모튼(Timothy Morton)의 《Realist Magic》은 번역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책은 두 권 번역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실재론적 마술, 갈무리, 2023, 번역 출간됨)

기본적으로 브루노 라투르의 ANT(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쪽 보다는 그레이엄 하먼의 OOO(객체-지향-존재론)에 더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나 해러웨이나 스테이시 알라이모의 주장으로 이해한, 얽힘 혹은 횡단-신체성과 같은 관계적인 견해와는 다소 다른, 비관계적 관계(?) 혹은 객체들의 우주를 말하는 듯한 관점이 흥미롭고, 인간 아닌 존재(당연히 여기선 지도 혹은 사물 혹은 객체)들의 이합집산과 뒤엉킴, 수행성을 말하는 것도 흥미롭네요. 여전히 읽고 있습니다. 표면의 수행성, 세계 내 행위자인 객체(지도)라는 견해도 재미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