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남의 책을 평하던 제가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네요.


저는 학교폭력을 겪고 이상한 결론이지만 교사가 된 사람입니다.

부모에게 돌봄을 박탈 당했고 남들이랑 관계를 잘 맺지도 못했습니다.

우울이나 약한 공황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를 찾으려 많은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글을 썼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말을 듣고 말을 했습니다.

제가 절박하게 알고 싶던 다른 몸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사이렌과 비상구》입니다.



제목이 사이렌과 비상구인 이유는 사이렌과 비상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누군가에게는 사이렌 울리고 비상구 돼줄 이야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만 이렇게 살진 않는다는 감각을 말을 들으며 알았습니다.


ADHD 진단을 받은 교사, 코다로 부모를 돌봤던 청년, 소규모 동물단체 운영자, 정신질환이 있는 자녀를 돌보는 엄마, 전라북도에서 지방 교육의 변화를 마주한 초등교사, 지방에서 살다 서울로 이주한 논바이너리 레즈비언 당사자, 섭식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등 교육-돌봄-몸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하나의 정체성이나 이름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삶의 복잡한 맥락과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이야기를 소재로만 삼거나 제가 다 안다며 대신 말하기보다는 본 맥락을 최대한 살리려 했지만, 여전히 남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는 원죄 의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남겨준 분들의 선의와 공감을 핑계로 글을 계속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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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2024-03-2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남겨주신 독서평들이 좋아서 제 독서 경험도 넓어졌는데 이렇게 책도 쓰셨다고 하니 꼭 읽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독서, 저자 활동해주세요 응원합니다!!

2024-03-27 23:49   좋아요 2 | URL
앗 저의 주절거림에 가까운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매우 기쁘네요. 부족한 글이라 창피하지만 소소하게라도 유익한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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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평가를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요. 물론 좀 사소한 이야기도 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소수자 감정(마이너 필링스)‘과 자신의 몸과 관계를 통과하는 소수자성을 생각하는 글이 담긴 책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뻔해 보이기도 했어요(좋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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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동기화, 자유 -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이 가능할까
무라세 다카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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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못 하고, 다르게 기억하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몸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 다른 몸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른 몸을 보는 저자는 동기화되는 몸을 생각합니다. 잊었기 때문에 새로운 말과 행동이 가능한데, 그 행동들을 지켜보고 돌보는 일은 단순하지도 쉽지도 착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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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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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색깔로 표현하면 보라색이다. 우중충한 보라색 하늘, 맞아서 생긴지 조금 된 멍. 흔하게는 아시아계라 ‘마이너 필링스‘가 깔린 소설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의 슬픔은 그런 높은 정치적인 분석보다는 사랑, 관계, 가족, 혐오, 차별의 일상 경험에 더 밀접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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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김동신.신연선.정세랑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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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들만 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동료들을 생각하는 따뜻함까지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니 도서관에 갈 때마다 책 제목이 쓰여있는 책등이 자꾸 눈에 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없을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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