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공동체 철학의 정원 51
장-뤽 낭시 지음, 박준상 옮김 / 그린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사나 내재성이 아닌, 다른 것들의 열린 뒤섞임의 도래가 공동체라는-미리 주어진 주체나 개인이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읽히는데, 레비나스가 타인의 얼굴을 강조했듯, 장-뤽 낭시의 공동-내-존재, 공동체는 정체성과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나 동일성(동일시?)를 경계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동네 113호 - 2022.겨울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영정 “행복이 들어갑니다?”—쾌락과 돌봄을 다시 발명하기]를 읽고


계간 문학동네를 가끔씩 보는데 메이저 문학 출판사에서 내는 계간지 답지 않게(?)

아주 퀴어한 텍스트나 퀴어링하는 귀한 텍스트가 실리는 걸 보는데

물론 토크니즘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생소한 주제에 대한 퀴어링 아티클은 아주 흥미롭다.

이렇게 평가하는 내가 뭐 된 건 당연히 아니고, 내 상상이 협소했던 탓이다. 

몇몇 특집들엔 내가 흥미 있어 하는 주제가 있었다.

(2021년 겨울호 에디 / <괜히 군대 갔어? 트랜스젠더 에디의 이야기>, 

2022년 여름호 이연숙 / 퀴어-페미니스트의 '돌봄' 실천 가이드」를 위한 예비적 연구

2021년 여름호 류진오 / 〈나는 홧김에 개집을 샀고 할아버지랑 섹스했다〉

참고 더 있을 것음, 내가 모를 뿐임)


나영정의 글은 컴섹스(Chemsex)에 대한 글이다. MSM-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 섹스 전이나 중에 약물(메스암페타민, 케타민, GBL) 등을 사용하는 현실에 대한 글이다.

(유성원의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에선 MSM, 찜방과 같은 게이의 섹슈얼리티 경험에 대한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MSM들이 랏슈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마)약은 나쁘다/좋다, 옳다/그르다, 합법/비합법의 틀을 따르진 않는다. 왜 컴섹스를 하게 되고, 하고, 했었는지를 메타적으로 따라간다. 물론, 탈약물을 권하고 그 길을 따르길 저자는 간곡히 권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컴섹스를 하는 게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어떤 돌봄이 가능한지 묻는다. 이를테면, '나쁜' 돌봄도 가능하다고 나영정은 이야기한다. 법이나 규범을 강조하기보다는 안전한 주사기나 감약, 단약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심리적 지지를 하는 등 돌봄 수행자의 윤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돌봄과 돌봄 노동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이슈다. 비가시화된 여성의 돌봄 노동과, 가치를 생산함에도 그렇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돌봄 노동에 대한 정치적 의제화는 아주 오래된 주장이고 당연히 귀담아들어야 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성소수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돌보는 것은 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취약한 사회라고 하지만, 더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선 '차이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은 MSM(게이가 아닌 MSM도 있다)과 컴섹스를 논하지만, 쾌락과 돌봄을 그리고 처벌과 국가권력을 이어서 생각하게 하고, 어떤 돌봄은 단순히 가시화를 넘어 정치적인 변화 요구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듯 느껴졌다. 


펜타닐 사용/오용/남용과, 각종 오피오이드계 약물 유통, 약물 중독과 사망이 미국에서 뜨거운 주제이다(참조점으로서 역시나 미국을 불러내는 점 양해 바란다). 한국에서는 사용 실태, 유통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며 역설하지만, 펜타닐은 암 환자에게 처방하는 패치이고, 이것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이나 의료 현실과 어떤 관련 있는지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마약 청정국이냐 아니냐 보다 사용자들의 현실과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차이와 상황에 대한 보다 세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 마약을 옹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덧붙이자면, 최근 이슈가 된 여성에게 마약을 복용하게 하여 착취하는 행위나 MSM 관계에서 약물을 권하는("행복이 들어갑니다?") 상황에서 거절하기 어렵거나, 강권하는 상황 혹은 MSM 안에서의 위계와 성소수자의 스트레스, 질병은 다 같지 않고 복잡한 주제이다. 마약 강권이나 속이는 행위는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쾌락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범죄화는 MSM이나 게이 더 넓게는 성소수자-퀴어들의 오래된 역사인데, 돌봄을 퀴어링하면서 어떤 돌봄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 글은 논한다. '나쁜' 돌봄하기는 개인을 돌보는 것을 넘어, '나쁜' 돌봄이 기능하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담았다. 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가 생각난다. 이런 주제는 더욱도 말해져야 한다(이런 주제를 다루면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다).



나영정이 언급한 연구자료 웹주소《컴섹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

-> http://chemsexsupport.kr/?fbclid=IwAR1N-9AmGwoJ66nzrZkyFZyiT4PiUeP4FV4QlL_O2qdlXq7ERHnYWp2-kPw


하단 핑크 박스 참고, 외부링크 달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곤 과정 -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
조문영 지음 / 글항아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곤 르포 책은 아닙니다. 빈곤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코드들(수급자, 빈민, 피해자 의식 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중국 현장 연구와 한국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빈곤 레짐이 생산되는 과정을 쫓습니다. ‘벼락거지‘ 운운하며 자기 빈곤을 전시하는 내러티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고 아픈 여자들 - 건강 문제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일, 우정, 연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앳(at) 시리즈 2
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 / 마티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영어본 제목은 Invisible이다. 부제까지 붙이자면 

Invisible: How Young Women with Serious Health Issues Navigate Work, Relationships, and the Pressure to Seem Just Fine


대략 해석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젊은 여성들이 얼마나 일과 관계를 조절하고, 자기는 괜찮다고 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가 '정도 될 것 같다.


한국어본 제목도 적절하다. 젊고 아픈 여자들.


많은 책에서 지적하듯, 건강 규범은 아주 정치적이고 선택적인 개념이다. 젊은 사람은 건강하고 나이 든 사람은(노인과 나이 든 사람은 다르다) 건강하지 않을까? 일단, 건강 상태라는 개념 자체가 경합하는 개념이다. 무엇이 건강인가? 장애와 건강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젊고 아픈 여자들엔 무한한 하위갈래가 있을 것 같다.

젊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나이의 스펙트럼도 넓고

아프다는 것도 참 분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아프지 않은 질병 상태는?

당연히 아프지 않은 장애도 있다.

어쨌든 자가면역질환, 근관절계 통증, 신경질환, 정신장애, 비문증, 신체증상 장애(신체화 증상) 등 가시적/비가시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안 건강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자들 역시 차이가 다양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 재현해야 옳은지 늘 고민한다. 그럼에도, 뭔가 어긋나는 몸들은 원치않는 시선, 맨스플레인(폭력) 등을 겪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몸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한다. 어떤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각자 입장을 고려하는 신중함을 보인다. 젊고 아픈 여성이 타자가 되는 경험에 대해 쓴 이 책은, 타자는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자기 재현에 대한 전략은 어빙 고프만이 많이 언급했고, 많은 저자들도 인용하지만 그런 술수에 집중하지 않고, 왜 그런 선택과 어떤 윤리적 딜레마가 있는지에 저자는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나 역시 선택과 딜레마에 놓이는 상황 자체에 관심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은 로즈마리 갈란드-톰슨의 《Staring》인데, 기대한 것과 다른, 해석이 안 되는 '보통이 아닌 몸'을 보는 사람의 응시와 어떠한 내러티브를 요구하는 이 시선을 느끼는 장애 당사자에 대해 쓴다. 


가시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봐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피응시자에겐 응시되어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떻게 응시되어야 하는지를 밝히며

시각의 장 안에서 발생하는 장애의 응시의 이슈를 복합적으로 살핀다. 물론 《젊고 아픈 여자들》은 가시적인 장애를 갖고 있다기 보단 중병과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 응시보다는 '보통이 아닌 몸 상태'의 젊은 여성에 더 초점을 맞춘다.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나 아름다움, 임신 등 여성 이슈와 아픈 여성 건강 약자들이 등장한다.(퀴어,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유색인' 등도 당연히 겹친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퀴어와 장애에 대한 이슈가 많이 출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주제나 내용상 겹치는 책들도 있다. 건강 약자의 소수자성 역시 중요한 이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판단한다. 이 책은 번역도 좋고(개인적으로는 able-bodies를 비장애-신체보다는 능력 있는 신체로 번역한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함. 물론 dis-able, able과 장애-비장애, 능력-무능력(?) 등 역어에 대한 주석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값지다. 페미니즘, 퀴어, 장애, 건강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할만큼 멋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고 아픈 여자들 - 건강 문제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일, 우정, 연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앳(at) 시리즈 2
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 / 마티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몸 이미지는 평범하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표정, 얼굴, 신체, 피부, 걸음걸이 등을 품은 지극히 선택적이고 편협한 개념임을 이 책은 여실히 드러낸다. 번역도 좋고 내용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