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113호 - 2022.겨울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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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정 “행복이 들어갑니다?”—쾌락과 돌봄을 다시 발명하기]를 읽고


계간 문학동네를 가끔씩 보는데 메이저 문학 출판사에서 내는 계간지 답지 않게(?)

아주 퀴어한 텍스트나 퀴어링하는 귀한 텍스트가 실리는 걸 보는데

물론 토크니즘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생소한 주제에 대한 퀴어링 아티클은 아주 흥미롭다.

이렇게 평가하는 내가 뭐 된 건 당연히 아니고, 내 상상이 협소했던 탓이다. 

몇몇 특집들엔 내가 흥미 있어 하는 주제가 있었다.

(2021년 겨울호 에디 / <괜히 군대 갔어? 트랜스젠더 에디의 이야기>, 

2022년 여름호 이연숙 / 퀴어-페미니스트의 '돌봄' 실천 가이드」를 위한 예비적 연구

2021년 여름호 류진오 / 〈나는 홧김에 개집을 샀고 할아버지랑 섹스했다〉

참고 더 있을 것음, 내가 모를 뿐임)


나영정의 글은 컴섹스(Chemsex)에 대한 글이다. MSM-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 섹스 전이나 중에 약물(메스암페타민, 케타민, GBL) 등을 사용하는 현실에 대한 글이다.

(유성원의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에선 MSM, 찜방과 같은 게이의 섹슈얼리티 경험에 대한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MSM들이 랏슈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마)약은 나쁘다/좋다, 옳다/그르다, 합법/비합법의 틀을 따르진 않는다. 왜 컴섹스를 하게 되고, 하고, 했었는지를 메타적으로 따라간다. 물론, 탈약물을 권하고 그 길을 따르길 저자는 간곡히 권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컴섹스를 하는 게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어떤 돌봄이 가능한지 묻는다. 이를테면, '나쁜' 돌봄도 가능하다고 나영정은 이야기한다. 법이나 규범을 강조하기보다는 안전한 주사기나 감약, 단약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심리적 지지를 하는 등 돌봄 수행자의 윤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돌봄과 돌봄 노동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이슈다. 비가시화된 여성의 돌봄 노동과, 가치를 생산함에도 그렇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돌봄 노동에 대한 정치적 의제화는 아주 오래된 주장이고 당연히 귀담아들어야 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성소수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돌보는 것은 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취약한 사회라고 하지만, 더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선 '차이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은 MSM(게이가 아닌 MSM도 있다)과 컴섹스를 논하지만, 쾌락과 돌봄을 그리고 처벌과 국가권력을 이어서 생각하게 하고, 어떤 돌봄은 단순히 가시화를 넘어 정치적인 변화 요구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듯 느껴졌다. 


펜타닐 사용/오용/남용과, 각종 오피오이드계 약물 유통, 약물 중독과 사망이 미국에서 뜨거운 주제이다(참조점으로서 역시나 미국을 불러내는 점 양해 바란다). 한국에서는 사용 실태, 유통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며 역설하지만, 펜타닐은 암 환자에게 처방하는 패치이고, 이것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이나 의료 현실과 어떤 관련 있는지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마약 청정국이냐 아니냐 보다 사용자들의 현실과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차이와 상황에 대한 보다 세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 마약을 옹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덧붙이자면, 최근 이슈가 된 여성에게 마약을 복용하게 하여 착취하는 행위나 MSM 관계에서 약물을 권하는("행복이 들어갑니다?") 상황에서 거절하기 어렵거나, 강권하는 상황 혹은 MSM 안에서의 위계와 성소수자의 스트레스, 질병은 다 같지 않고 복잡한 주제이다. 마약 강권이나 속이는 행위는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쾌락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범죄화는 MSM이나 게이 더 넓게는 성소수자-퀴어들의 오래된 역사인데, 돌봄을 퀴어링하면서 어떤 돌봄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 글은 논한다. '나쁜' 돌봄하기는 개인을 돌보는 것을 넘어, '나쁜' 돌봄이 기능하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담았다. 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가 생각난다. 이런 주제는 더욱도 말해져야 한다(이런 주제를 다루면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다).



나영정이 언급한 연구자료 웹주소《컴섹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

-> http://chemsexsupport.kr/?fbclid=IwAR1N-9AmGwoJ66nzrZkyFZyiT4PiUeP4FV4QlL_O2qdlXq7ERHnYWp2-kPw


하단 핑크 박스 참고, 외부링크 달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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