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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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꿈틀거릴 때마다 너는 그 부름을 듣게 될 거다. 신변에 위험이 처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주위에서 움직임과 열(熱)을 찾아 흡수하겠지. 네 능력은 힘센 자의 주먹과도 같다. 눈앞에 위험이 닥쳤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을 하는 것을 뿐이지만 네가 그렇게 할 때마다 사람들이 죽을 거다.

p. 58

제미신의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 [다섯 번째 계절] 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하고 있다.

대지의 힘을 느끼고 '흔들' 을 일으키거나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세 시대의 마녀나 다름없다.

혹은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엑스맨들이기도 하다.

단순히 남들이 없는 힘을 가졌기때문에 배척당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 힘이 크고 무섭고 때로는 크나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세 명의 여인, 에쑨, 다마야, 그리고 시에나이트는 모두 초능력을 지닌 오로진이다.

이 셋은 기묘한 연결고리로 나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합치점을 찾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고 알아내길 바란다.

자기도 모르게 능력을 써서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에 대한 복수와 실종된 딸을 찾으려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여인 에쑨,

오로진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에게서 누군가에게로 팔려가는 - 자신의 생각으로는 - 다마야,

그리고 이미 오로진들이 모인 훈련소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시에나이트.

이 중 누가 가장 행복하고 불행한 지 가늠할 필요는 없다.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간은 미지에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다.

그래서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려 한다.

이를 생존 본능이라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 속 오로진들은 일반인들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데 버거움을 느끼게 된다.


다른 잔모래들이 왜 다마야를 괴롭히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그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고, 이건 아이들끼리의 사소하고 무해한 장난이 아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들은 그녀를 얼려 버리고 싶어 한다. 갈레나의 말이 맞다. 다마야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대한 조속히.

다마야는 동맹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p. 271

만약 이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되어 출시된다면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질 만한 장면이 다름아닌 오로진들의 훈련소인 펄크럼 부분이다.

마치 기숙 학교 같으면서도 영화 [다이버전트]나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볼 법한 훈련소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희귀한,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저주받을 능력을 지닌 오로진일 뿐이다.

펄크럼이 제시하는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병기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 곳으로 새로 들어간 다마야는 당연히 왕따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된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지는가 하면, 자기도 모르게 술을 왕창 마시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굴복하고 좌절하면 한낱 '인간' 일 뿐이기에, 오로진인 다마야는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한다.

방법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맹 -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 을 찾아 자기 편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이든 실패든 오로진으로서 다마야의 판단은 힘 없는 인간의 판단보다는 훨씬 낫다.

언제까지 포기하고 당하고만 살 텐가.

아니면, 백마 탄 영웅이라도 와서 구해줄 때까지 기다릴 텐가.

그와 달리 나는 오로지 홀로 서서 모두를 이기는 어린 여성을 보았다.




날 보살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

시엔은 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텁 다문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이논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내가 해 주죠.

p. 473

영화 [매드맥스] 에서나 나올 듯한 황량한 배경.

흔들이 일어나고 정신없이 피해다니는 사람들.

강력한 힘과 이에 따르는 위험성.

숨어 사는 이들과 경계하는 이들.

이 와중에도 로맨스는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와서 놀라고 말았다.

게다가 이미 시에나이트는 남자가 있었다.

아니,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일까?

펄크럼 내에서 오로진 자손을 번식하도록 짝 지어준 열반지 최고 등급의 나이 많은 알라배스터와 함께 도망 나와 살게 된 그녀이다.

그런데 그녀를 바라봐주는 이논이라는 진짜 사랑이 생기게 된다.

지금껏 딱딱하게 흐르던 문체 - 번역체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가 갑자기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부분이라 새삼 신기하다.

시에나이트에 대한 이논의 감정만큼이나 소설의 분위기와 어투가 말랑말랑해져서 내가 읽던 그 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사랑은 현실의 것처럼 단순하진 않다.

단순히 둘만이 아니라 알라배스터라는 또 다른 남성이 있다.

이렇게 셋이다.



시에나이트는 몸을 돌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그녀는 수호자의 보호를 받는 로가가 장벽의 기틀을 공격하는 것을 눈으로 본다기보다 감각으로 보닌다. 곡선을 그리고 있는 메오브 항의 형태에 맞춰 벽이 휘어 있는 부분은 확실히 다른 곳보다 더 취약하다. 로가는 그곳을 노릴 작정이다.

p. 573

소설 속 텍스트가 영상으로 바뀔 때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이지 않을까.

'액션' 이라고 불릴 만한 부분은 군데군데 등장하지만, 가장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건 소설 후반부에서이다.

상황은 주인공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독자에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을 안기고 다소 짜증나게 만든 후 끝나버린다.

읽으려면 아직 몇 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 후속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리라.



그냥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사이언스 판타지라서 그런가 내게는 많이 무거웠다.

600페이지에 다다르는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와 어투가 내내 그러했다.

처음 몇 장만 제외하고는 빨리 읽혔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고상을 수상한 데에는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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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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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우리 목적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아래 일하고 있어. '행복'이야말로 인류의 희망! '행복'이야말로 존엄한 희망의 빛!

p. 15

이승에 미련이 남아서 한을 품고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사신들.

어쩐지 컨셉이나 큰 개념에서 웹툰이자 영화 [신과 함께] 를 생각나게 한다.

[신과 함께] 에서는 단순히 사자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사신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데,

일본 판타지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아무런 이유없이 평범한 고등학생이 사신으로 뽑힐 리는 없고, 사쿠라 신지도 하나모리 유키도 각자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읽다보면 좀 된 영화 [식스 센스] 도 생각난다.

어찌되었든 남들은 못 보는 사자들을 사신은 볼 수 있는 거니까.

적어도 사자들의 거짓된 역사를 간파하고 그들의 아픔을 꿰뚫어 본 다음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니까.

다만 후지마루의 일본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에서는 주인공 2명이 고등학생이고,

따라서 위에서 언급된 타 영화들보다는 훨씬 풋풋하고 젊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저승사자가 저승으로 사자들을 데려간다는 자칫 진부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경쾌한 문체와 분위기, 말랑말랑한 썸에 관한 내용으로 인하여 라이트 노블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 '사자'는 다들 기뻐해. 당연하지. 이미 죽었는데도 죽지 않은 셈이니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아. 추가시간이 몹시 잔혹하다는 사실을.

p. 65

과연 어떤 기분일까.

이미 죽은 후에 다시금 시간을 부여받은 기분이.

거기에 원하는 대로 가짜 역사를 살아갈 수 있다면?

나의 한을 풀지 않고 이대로 더 오래오래 이승에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저승으로 되도록 빨리 돌아갈 것인가.

소설 [걸리버여행기] 에서는 주인공 걸리버가 대인국, 소인국, 말이 주인인 나라, 천공의 섬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럭나그(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고,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럭나그 안에서도 영생을 누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영생을 누리는 이가 어떠한 표식을 달고 태어나면 그 집안은 저주 받은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생명이 끊어지지 않을 뿐, 그 삶은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총기는 모두 다 사라지고,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도 모두 죽은 상황에서 작은 지렁이 같은 영생을 누리는 자가 있다.

그들은 움직이지만 살아있지않고 존경받지도 못한다.

라이트노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에서 추가 시간을 받게 된 사자들도 조금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돌아다니지만 그것은 진짜 삶이 아니고, 내가 저승으로 돌아가자마자 지워진다.

다시 말해서, 죽은 후 만드는 역사는 아무리 화려하게 잘 그려도 사라질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한계가 있는 제2의삶(?)은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그 후의 공허함은 어찌할까.


그럼 술래잡기 하자. 상대방 가슴을 터치하면 공수 교대. 자, 시작.

좋아... 뭐라고?

사쿠라 왜 그래? 얼굴이 빨개. 우히히히.

이게.

p. 127

판타지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의 여주인공 하나모리 유키는 완전 나의 롤모델이다.

외모가 뛰어나고 성격이 좋으며 잘 웃고 남자아이들에게도 거리낌이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대는 면이 있고 요샛말로 '관종(관심종자)' 으로 여겨질 만한 행동들을 많이 하지만,

워낙 그녀 자체가 호감형이고 예쁘기때문에 전부 용서된다.

내가 있는 공간에 함께 있는 이성들은 모두 나를 좋아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녀인 듯하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그들은 넘어올 것이지만, 그래도 왠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명이 신경 쓰인다.

"내게 관심이 없는 건 네가 처음이야." 라는 분위기?

또한, 하나모리 유키는 성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고 한다.

만약 같은 말을 못생기고 뚱뚱한 여학생이 했다면 성희롱일 수도 있지만, 예쁜 아이의 예쁜 입에서 나온 말이라 유쾌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가 부럽다.

산중턱에 자리한 신사로 이어지는 도로에 야키소바를 비롯한 갖가지 노점이 죽 늘어서 있었다. 그렇게 비좁은 곳을 남녀노소가 유카타 차림으로 오간다. 사과사탕,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소다, 다양한 동물 모양의 거대한 풍선. 잡다함, 떠들썩함, 설렘이 뒤섞여 우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분위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풍경이었다.

p. 159

소설 전체를 통틀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사자와 사신이라는 다소 클래식하고 무거운 소재를 택했을 진 몰라도, 읽으면 정반대로 유쾌하고 생생하며 사랑스러운데,

그 이유는 사쿠라 신지를 둘러싼 여학생들의 썸 분위기와 그들이 노는 광경을 기분 좋게 감상하는 듯한 문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껏 도쿄, 오키나와, 오사카, 이렇게 총 3번 일본에 가보았지만 축제 시즌에 축제를 하는 장소에 있어본 적이 없기에

그 분위기는 일본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간접적으로 접해보았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일본의 풍경은 예쁘고 아름답고 설레이는 것이었다.

읽는 내내 일본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와 유카타를 좋아한다고 할 순 없지만, 나도 축제에 참여하여 일원이 되고자하는 마음은 크다.

그들과 어울려서 노점 음식을 먹으며 즐기고 싶다.



소설은 살랑살랑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사랑스럽다.

일본 소설엔 관심이 적고 일본 애니나 일드가 오히려 취향에 맞는 나조차도 맘에 들었으니 말 다한거다.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학창 시절 연애담을 목격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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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 코드네임 빌라넬
루크 제닝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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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는 불르바흐 슈셰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서쪽으로는 볼로뉴 숲과 오튀유 경마장이 있다. 클럽 정원의 경계를 둘러친 격자 울타리에는 재스민 꽃이 만개했고, 그 향기는 따뜻한 공기 속에 스민다. 나머지 테이블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앉아 있지만 대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빛이 잦아들면서 밤이 다가오고 있다.

p. 10


얼마 전 열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BBC 아메리카의 인기 TV 드라마 [킬링 이브] 로 배우 산드라 오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시상식 사회를 보면서 상까지 받는 겹경사가 생긴 날로,

특히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의 공동사회를 맡았고 역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및 수상까지 한 사실이 인상적이다.

산드라오는 한국말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해서 다시금 뉴스에 회자되었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자신의 SNS 계정에 BBC 인기드라마 [킬링 이브] 를 추천하면서

자기네들의 계정에는 없지만 훌루를 이용하라는 익살스러운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인기 있는 TV드라마 [킬링 이브] 의 원작 소설 [킬링 이브 : 코드네임 빌라넬] 을 읽어 보았다.


산드라 오는 극 중 보안 서비스 요원 이브로 분하는데, 소설 속에서 이브는 영국정보부 요원으로,

남편과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과 요원 생활을 이어가다가 여성 암살자인 빌라넬 뒤를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빌라넬이 사이코패스인자 최고의 킬러이다.


소설 [킬링이브 : 코드네일 빌라넬] 은 빌라넬과 이브,

빌라넬에 관한 사실, 이브에 관한 사실, 빌라넬의 생각과 행동, 살인과 사건을 마치 드라마처럼 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드라마화된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상상만 하지 말고 직접 BBC 인기드라마 [킬링이브] 를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벌써 시즌 2가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옥사나는 남들이 느낀다고 하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고통이나 공포를 경험할 법한 상황에서도 철저히 냉정함만을 경험했다. 남들의 정서반응(두려움, 불안, 애정에 대한 절실한 욕구)을 흉내 내는 법을 학습했지만 실제로 그런 감정을 온전히 겪어본 적은 전혀 없었다.

p. 32

빌라넬이 팔짱 낀 앤로르의 팔을 자신의 팔로 꼭 누른다.

"너를 아끼니까. 네가 상처받는 건 보고 싶지 않아."

p. 60



빌라넬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후천적으로 아버지와 고아원 생활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녀의 유전자 속 무언가가 결핍되거나 과잉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남들이 흔하게 느끼는 순전한 기쁨, 애완견이나 가족, 연인, 친구에 대한 사랑, 창피함 등을 오롯이 느끼지못하고,

대신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굴욕감, 성행위로 인해 상대를 정복했다는 성취감,

권력욕, 싸움이나 살인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했을 때의 승리감 등을 느낀다.


그냥 싸이코패스나 사회부적응자, 아니면 정신병원의 장기 입원 환자로 살 수 있었던 삶은 콘스탄틴이라는 이와의 만남으로 바뀌게 된다.

그의 지시, 정확히 말하면 지령에 따라 빌라넬은 주어진 암호를 풀어 목표물을 언제나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그녀를 살인병기로 만들어준 혹독한 - 그녀 자신이 혹독하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훈련은 모든 살인을 성공으로 이끌어준다.

여기에 빌라넬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헤어, 의상, 악세사리와 말투, 그리고 고급 사교계의 정보 등을 통하여

모두가 원하는 여성으로 거듭 태어난다.


그녀는 모든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기위하여 연기를 할 수 있다.

친구 비슷한 여성에게 '친구답게' 행동할 줄 알며,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위한 놀잇감을 위해 '사랑에 빠진 척' 연기 할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않고 자신의 정복욕 아래 두어 결국에는 성취하고 만다.

심리치료사, 길거리에서 만난 자, 너나 할 거 없이 빌라넬의 지배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성생활과 전문적인(?) 연쇄살인범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을 보면서 영화 [레드 스패로] 가 떠올랐다.

주인공 둘 다 외모가 매력적인 여성으로 한 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다른 한 명은 러시아를 성장 배경으로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성적 매력과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킬러로 변신한다.

물론 빌라넬은 사이코패스이고 레드 스패로는 발레리나에서 스파이가 되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분위기가 비슷하다.





새러는 아주 살짝 안나 이바노브나 레오노바를 떠올리게 한다. 안나는 산업지구 중등학교 교사로 아버지를 빼고 빌라넬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애착을 느낀 유일한 성인이다.

p. 96

그런 굴욕 중 빌라넬이 지금까지도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것은 프랑스어 교사인 안나 이바노브나 레오노바에게 거절당한 것이다.

p. 158



빌라넬이 인생에서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해보지 못한 건 아니다.

고아원도 감옥의 창살도 나날이 이어지는 훈련도 그녀를 무너뜨리진 못했지만, 단 한 번 고통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게 한 여성이 있다.

학창 시절 프랑스어 교사였던 안나 이바노브나 레오노바는 빌라넬의 언어적 천재성을 알고

그녀와 함께 소설을 읽고 대화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런 안나에게 빌라넬은 남다른 애착을 느껴서 그녀를 오감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성적인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거절당하면서 좌절하였고 이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떠올리는 기억이다.


빌라넬이 안나에게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버지에게 느꼈던 것과 같은 애증?

정복하고 정복당하고 싶은 성적인 매력?

그것도 아니면 사랑?


정신은 사악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않을지 몰라도, 그녀의 외모만큼은 부럽다.

누구든 무너뜨릴 수 있는 눈빛과 외모가 부럽다.

더불어 여러가지 언어로 꿈을 꾸고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는 언어적 천재성도 닮고 싶다.




루크 제닝스의 스릴러소설 [킬링 이브] 에서는 킬러 빌라넬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실제로 할애하는 양도 많다.

반면, 영국정보부 요원인 이브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묻힌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런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산드라 오의 역할이 바로 이브이다.

그만큼 BBC 드라마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기에 꼭 보고 싶다.

소설로 익힌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시각적 즐거움도 경험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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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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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단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그들의 디테일에 반해버릴 것이다.

아니, 반하는 것 까진 아니라 할 지 언정, 눈치 정도는 챌 수 있다.

그들의 역사의식, 우익이 차지한 정치 지형 등은 비판 할 만 하지만, 

적어도 생활방식이나 고객을 상대하는 브랜드의 자세는 뭐라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도쿄의 디테일] 에서 생각노트는 도쿄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디자인, 마케팅을 위한 요소들을 적어 내리고 있다.

그리하여 마케터나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라면 한 번 쯤 읽어도 - 물론 이미 다 아는 사실들도 있긴 하지만 -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모든 직업군의 모든 사람들을 타겟으로 했다기 보단,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마케터, 디자이너, 기획자를 타겟으로 잡은 듯 보인다.



비닐봉지 속에는 도시락 말고 일회용 물티슈와 이쑤시개도 들어 있었어요. 저는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편의점은 식사 중인 소비자만 생각하지 않고, 식사 전후의 소비자까지 생각했으니까요.


p. 25

걸음이 불편한 사람이나 빨리 움직이기 힘든 노인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차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길을 건너곤 합니다. 


p. 27

저와 친구들은 별 기대 없이 통을 열었습니다. 순간 우리는 감탄했어요. " 와 대박이다!"


p. 28



각각 오사카, 도쿄, 오키나와 등에서 저자인 생각노트가 겪고 느꼈던 일들이다.

그런데 상당 부분이 나의 도쿄, 오키나와, 오사카 여행의 경험과 유사해서 순간 친근감이 확 들게 되었다.

수년 전, 처음으로 도쿄에 갔을 때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종류의 편의점 음식에 반해버렸고, 

그 안의 디테일에 두 번 반했다.


물론 저자가 도쿄에서 감동한 포인트 중 몇몇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나, 

여하튼 적어도 일본인들이 디테일에 강하여 작은 지점을 놓치지 않고 고객의 마음 속에 파고든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길거리로 나가면 공사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너저분하여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각종 건축 자재들이 위험하게 쌓여있는 건 예삿일이다.

반면, 일본의 거리를 걸으면 같은 공사장이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일단 모든 현장 직원들이 제복을 갖춰 입은 상태이며, 늘 한 두 명이 보행자를 위하여 길을 안내하고 있다.

공사장 주변이 깔끔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다.

식민지, 한국전쟁과 급격한 경제 성장을 모두 겪은 우리나라는 따라 갈 수 없는 걸까.




주로 제철 농산물 중심으로 상품군을 꾸리고 있으며, 도쿄의 전통 채소와 같은 진귀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에 잘 어울리는 조미료, 과자, 식료품 등 약 300종의 아이템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p. 291

그래서인지 무인양품은 가정 간편식을 대량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일본 도시 곳곳에 카페 앤 밀 무지Cafe & Meal MUJI를 오픈해 음료와 함께 식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p. 296

고객이 스스로 인테리어 정보를 구하러 다닐 필요 없이 이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인양품스러운'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무인양품 콘셉트를 그대로 집 안에 가져올 기회이기도 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 무인양품은 숙박업도 시작했습니다.

p. 304

책 표지에는 작가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서거한 작가들을 기리는 무지 북스만의 방식입니다. 작품 대부분은 작가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객 입장에서 처음 접하는 작가도 많다고 합니다.


p. 311



내가 중학생이었던 때, 설탕과 같은 제품을 주로 팔았던 기업이 이름을 갑자기 영문으로 바꾸더니

영화, TV, 요식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갔다.

다들 문어발식 확장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지금에 와서 말하건대 그 결과는 훌륭하다.


아주 같진 않지만 비슷한 예가 무인양품에서도 보인다.

지금껏 무인양품은 그저 생활잡화 판매점인 줄로만 알았다.

가끔 화장품도 보이길래 그런가보다했는데, 저자의 글을 보니 그 수준이 아니다.

무인양품은 지금 의, 식, 주 를 아우르는 일본인들의 전반적인 lifestyle에 성큼 다가갔다.

비록 '무인양품스러운' 게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인테리어 소품이나 그 외 다른 제품들에는 관심이 없지만, 

적어도 농산물 판매에는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 있는 무인양품에서도 지점별로 지역의 농산물 생산자들과 협업하여

싱싱하고 귀한 야채나 과일을 공급한다면 기꺼이 살 생각이 있다.




생각노트의 [도쿄의 디테일] 은 책 자체가 도쿄스럽고 예쁘다.

중간 중간 도쿄의 사진이 실려 있어서 마치 내가 일본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진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모두가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책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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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바서부르크 상공을 날고 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뒤였어. 사실 발아래 펼쳐진 것은 도시가 아니라 달빛에 일렁이는 강물이었단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공습의 위협을 피해 등화관제 중이었기 때문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p. 202
 

스텐나돌니의 이 소설을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장르로 예상한다면 큰 일이다.
갖가지 마술과 마법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소설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손녀 마틸다에게 마법과 더불어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잔잔한 편지이다.

이 편지 소설 안에는 마법사 파흐로크의 유년시절부터 병원에 누운 바로 오늘까지 삶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읽다 보면 느끼게 되는 건, 자서전을 편지글 형식만 빌려 썼다는 것이다.
누구도 읽지 않는 자서전은 자기 만족일 뿐이라, 대신 마법사 파흐로크는 마틸다에게 전하는 편지를 쓴다.
그래서 양식은 편지이지만 내용은 자서전 그 자체이다.

어릴 적 마법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이야기, 학창 시절 선생님과의 추억, 결혼 후 가족과의 생활,
그리고 전반적인 배경에 독일의 시대적 상황이 깔려있다.
아!
저자 스텐 나돌니가 독일 출신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학부 시절 배운 독일문학은 언제나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괴테, 귄터 그라스,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읽다보면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해서 다시 앞 장을 들여다봐야했다.
특히 세계대전을 겪은 독일 작가의 문학은 배로 어려웠다.
전범국가의 국민이라는 죄의식이 깊게 밴 독일 소설은 읽은 재미를 준다기보다는 철학적 사유를 요하는 무언가였다.

스텐나돌니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독일의 전쟁 중, 그리고 전후 상황을 소설 속에서 묘사한다.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마법은 단순히 능력을 과시한다거나 연습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법이었다.
어느새 파흐로크에게 마법은 살기위한 불가피한 수단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젊을수록 아름답다고 말하지. 하지만 그것도 청춘의 얼굴에 암담한 그늘이 드리우기 전의 얘기란다.
고집, 분노, 오만, 집착 혹은 여타 정신질환이 시작되면 얼굴이 망가지는데도 우리는 그런 것을 보지 못하고 쉽게 단정해 버리지.
반대로 젊은 시절 크게 눈에 띄지 않던 얼굴이 나이가 들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경우도 있단다. 거기에는 다른 힘이 작용하지.
그것은 진실한 마음과 유머, 그리고 좋은 심성의 힘이야.
p. 44
 

팔 늘이기, 돈 만들기, 벽 통과하기와 같은 마법은 해리포터에서 볼 법한 판타지이다.
하지만 파흐로크가 말하고자하는 건 그저 기술적 의미의 마술이 아니다.
그는 마법을 전달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경험하고 깨닫게 된 삶의 지혜를 말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마틸다의 비밀 편지] 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마틸다에게 "이러이러하게 해라~" 라는 충고나 조언의 어조가 계속하여 등장하기때문에
읽다보면 소설을 가장한 인문학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가령 필요에 따라 순식간에 몸무게를 줄인다거나 아예 완벽한 외모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를 '아름답게 그리고 다르게 보이기' 마법이라 부른다.
그러나 파흐로크는 마치 요리 레시피처럼 중간 중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마법 실행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놓다가도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낸다.
마술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거다.
 어쩌면 그는 마틸다에게 보이는 위대한 마법사의 기질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지혜로운 인간이 되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사실상 마술을 펼치지 못하는 한낱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부드럽게 조언해주는 자기계발서와 같다.

 

 

우리는 일주일에 서너 번 극장에 갔단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극장에 가고 싶어 하는지, 혹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았지.
p. 102-103
 

물론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파흐로크를 첫 눈에 반하게 한 귀족 출신의 여성인 엠마는 알고 보니 그와 같은 마법사였다.
둘은 모든 것을 함께하며 급기야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파흐로크가 감옥에 갇히게 된 나날 동안에는 엠마 혼자 고분분투하며 가계를 이어나간다.

드라이한 어투의 편지 소설을 읽다가 엠마와 함께 하는 두근두근한 데이트 장면에서는 눈이 커졌다.
한 번이라도 사랑을 해보고 연인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둘이 영화를 보는 장면이 그렇다.
파흐로크와 엠마처럼 나 역시 일주일에 한두번은 최신 영화 개봉일에 맞춰 영화관에 간다.
서로의 영화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할 지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영화라는 소재는 [마틸다의 비밀 편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저자 스텐 나돌니는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를 원했을까?
소설의 첫 장에서부터 이 편지가 영화화되길 원한다는 말을 하고,
화자인 파흐로크는 영화 세트장에서 소품 담당 등의 직업을 가진 바 있다.
만약 작가가 살아있는 동안 [마틸다의 비밀 편지]가 영화화된다면 그가 소설 속에 직접적으로 제시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겠지?

 


소설은 할아버지가 손녀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은 이 둘의 현재 대화이다.
저자는 자신을 할아버지로 독자를 손녀 마틸다로 상정한 채,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자상한 충고를 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내가 작가가 원한 것 만큼 그의 뜻을 받아들였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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