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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아길라르 교수님, 그럼에도 아직 나를 사랑한다면, 내일 아침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주세요."-P396
론도뇨양,넥타이 색이 마음에 드시는지요?-P297
"우린 지금 미쳐가고 있어............"
작가가 광기를 쓰게 된 동기는, '폭력과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개인의 광기와 집단의
광기를 파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그냥 소설만 읽는 것보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읽으면
조금 더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광기란..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세계가 서로 모순되어 있음을 말한다.
그럼으로 인해, 두 세계가 충돌하는 상태이다.
소설 속에 주인공은 아구스티나.
그녀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광기에 시달린다.
그녀는 한번의 낙태, 그리고 집을 나와 히피처럼 생활하다가 교수직에 있던 지금의 남편
아길레르를 만난다.
아길레르는 원래 가정이 있던 남자였지만,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하고 그녀와 함께 살아간다.
교수직에 '있던'이라는 과거형 표현은 지금의 그는 교수가 아니라는 말인데,
지식의 풍요가 소용없는 시대의 역동속에 배달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전직 교수님이 되었다는 말이다.
아구스티나,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누구나 탐낼 것 같은 조건을 가진 여자지만, 그녀의 사랑하는 하나뿐인 동생 비치는 남자답지 못하다.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런 모습들이 아구스티나의 내면속에 속속속 자리잡아 결국 그녀를 광란스러운 정신 상태로
내몬다.
소설 속에서는,
여러 인칭이 자유자제로 구사되면서
각자의 심리 묘사.. 그리고 현실을 왔다갔다 한다.
모두들 '노력했다'는 말 안에 무관심함을 내포하는 관계 속에서,
결국 광기에 사로잡힌 아구스티나를 구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과 소피 이모.
동생 몰래, 그녀의 남편과 비밀스런 관계를 갖다가,
비치의 광기에 몰려 사진이 공개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비치를 따라 나섰다가 아구스티나를
돌봐주러 오는.. 어쩌면 무능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보다 더욱 엄마같은 느낌이 나는 여인...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길레르는..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아내에게로 돌아온다.
사실 현대 남성들에겐 쉽게 볼 수 없는 헌신적인 설정이어서 작가도 글을 쓰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옆에 사람이 미쳐있으면 같이 있는 사람도 점점 미쳐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정상적인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우리는 모두 미친듯한 광기에 시달리면서도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가, 과연 누구인가?"라는 문구로
나를 사로잡았던.. '광기'는,
인간이 어릴 때부터 느껴온 고통과 괴로움이
결국 머릿속을 어떻게 갈기갈기 쪼개는지.. 그리고 결국은 광기로 들어내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사실, 제목에 매료되어 너무너무 읽고 싶었으나,
읽는 내내 글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란 걸 확인하는 과정을 겪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글을 훌륭하다고, 인간 내면의 광기를 속삭여주는 그녀의 시도는 훌륭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