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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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책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나와 아무 상관도 없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경험을 지인의 지인을 통해 건너 들은 것도 아닌데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생강" 김치에서 생강을 씹으면 불쾌하다고. 생강이란 것은 그런 것이라고. 
김치 맛을 내기엔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씹으면 기분이 한없이 불쾌해진다고.
이 소설은... 생강을 말하고 있다, 그런 생강을 !  

우연히 천작가가 티비에 나와서 생강에 대해서 독자와 나누는 프로를 보았다.
천작가는 이 글을 통해 그녀도 한층 성장했다고 했다. 이 소설을 통해서 그녀도 자라났다고 이야기 한다. 어릴 때 싫어하던 생강을 이제는 씹어넘길만큼이 되자 자란 것 같다고 작가는 느꼈다고 한다. 그만큼 성장이란 것은 성장통을 겪는 다는 것은 어느 한 시점을 두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의 영혼에게 각자의 성장통의 시기가 주어지는 것 같다.
사실, 생강을 성장 소설만 볼 순 없지만 분명히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하나둘씩 성장하고 크고 그리고 생강의 쌉쌀한 맛을 느끼면서 인생의 진미를 느낀다. 그래서 쌉쌀하지만 꼭 필요한, 김치를 담글 때 생강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수정과를 넣는데 계피맛이 없으면 "이게 수정과야?"라고 하는 것처럼, 그녀의 글에 인생을 나눈 '생강'이 없다면 이 소설이 과연 생강이란 제목을 가지고 당당하게 탄생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꿀이 살짝 감이된 그린티를 얼음에 주욱 따르고 잠시 생각해 본다. 언제부턴가 '아저씨' 같은 영화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그 영화의 눈알을 도려내어 들고 달랑이는 잔인함이나 피를 수없이 보는 고문하고 남을 괴롭히고 죽이는 것보다는 '원빈'이란 배우의 멋진 모습과 그의 연기력, 그리고 그가 주인공이 되어 날라다니는 영화 포인트에 더 주목하게 된다. 그러니까 '원빈 뭐 별로야.'라고 하고 옆을 바라봤는데 왠 오징어가 오징어를 씹고 있더라는 유행어가 나올정도로 그렇게 우리는 영화의 잔인성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씁쓸해 진다.

자! 잘생긴 옆집 아저씨는 뒤로 하고 그럼 이제 생강의 본연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생강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람들은 아버지를 악마라 부룬다. 아버지가 내 다락방에 숨어 들었다."
물론 나는 북한 이란 존재하면 빨갱이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 세대에 태어났다.
인터넷에서 북한을 욕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중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정세를 두고 북한을 논하지 북한을 한 개체로 바라보면서 북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북한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느끼지 못하는 세대인 것이다.
'고문'이란 단어조차 익숙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만큼 특별한 나라도 없다.대통령이라는 사람들이 감방을 다녀오고 본인이 아니면 자식이라도 보냈던 나라. 뭐 다른 나라도 라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려 18년간이나 장기 독재 집권을 한 사람의 기념관이 세워지고 수많은 고문과 죽음을 독재란 이름으로 합리화 시킨 집안에서 또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얼굴을 내미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은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나는 지역감정에 동요되는 지역 태생도 아니고 그런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 나의 세대도, 나의 윗세대도, 또 그 윗세대도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라는 명 연설문을 남긴 링컨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가가 나라를 통치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음은 아쉽지만 분명한 것이다. 
"아름다워야 한다. 승리는 언제나 아름다움의 차지다. 완벽한 기술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기술. 완전한 굴복. 완벽한 승리." -(7)
"사람들은 아저씨를 뭐라고 불러요?"
"반달곰. 장의사집 둘째주인. 안부장." -(25)
우리의 주인공이다. 고문기술자. 안이다. 사실 유신 독재 시절에 우리가 떠올리는 독재자와 그 뒤를 이은 정치판을 이어받은 군부들에게 '고문'이란 단어가 얼마나 익숙했을까. 그들은 눈에 거슬리면 죽였을 것이다. 그냥 죽이지 않고 고문을 해서. 그런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눈에 가시들은 외국으로 출장보내 조용히 처리한다는 말까지 들은적이 있으니..(그 방법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고 싶지 않기에 생략하겠다).
그 고문기술자들 중 한명인 '안'이 이제는 남을 고문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쫒기는 신세가 된다.
사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고문하고 죽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받을 수 없는 정말 인간으로서 치가 떨리고 소름이 끼치는 방법이다. 인간이 인간을 고문한다는 것. 독일인들이 유태인을 생체실험 한 것과 일본인들이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을 가지고 생체실험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고문.

그가 도망을 치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락방 생활을 시작한다. 사실 아주 좁은 공간에 홀로 심리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독방에서 평생을 썩게 하는 것과 사형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이 더 낳은 것일까? 라는 딜레마처럼, 자수해서 벌을 받는 것과 다락방에 공소시효가 끝날때까지 숨어있는 것의 숨막히는 대결이다.
딸과 아내가 그의 수족이 되어 또 다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을 선택하는 두가지 방법- 메두사의 머리를 바라보고 돌이 되거나, 아니면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나도 차라리 간첩 자식이었으면 좋겠어. 그럼 동정이라도 받지.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편이 되어 준다고 했잖아. 무소건 내편이라고 했잖아!"
고백을 한 순간부터 잘 못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한번 내리막길을 뛰기 시작한 내 혀는 걷잡을 수 없는 속력으로 나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33)
첫사랑이었다. 그녀에겐. 안의 딸에겐. 하지만 그 사랑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마치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편두통이 이제는 머리 안켠을 훅훅 쑤지는 두통으로 매일 자리잡는 것처럼 아버지의 다락방이 그녀의 어깨를 잔인하게 짓누루고 있는 한은 그녀는 그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메두사의 눈을 바라보고 돌이 되고 만다. 즉 그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아 누군가를 지켜주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돌이 되어 망부석이 되어 그 사랑은 그냥 그 자리에 굳어져 깨져 버린다. 마치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아버지라는 편두통은 이미 두통으로 뼛속깊이 내려 친구도 사랑도 모두 차갑게 식혀 버린다.
다락방의 괴물은 그녀의 스무살 마음부터 처참하게 짓밟기에 손색이 없었다.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하여
보조들은 대부분 보조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나는 그 말이 주는 어감이 참 좋다. 새초롬하면서도 발랄하고 어슬프면서도 조숙한 느낌. 새곰하면서 아릿아릿한 아오리 사과의 맛 -(161) 
대학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가위질을 시작한다. 머리를 만지는 가위질. 엄마가 하던 일을 딸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큰 미용실에서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다락방의 괴물은 쉴세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는 그 괴롭힘에 익숙하지 않다.
결국 마음을 다시 잡지만 괴물이 튀어나올 때마다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잘못 없으면 왜 숨어.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그렇게 가르친 건 아빠잖아.
네 아빠야!
.......................
네 아버지라구
........................
우린 가족이잖아. 가족은 서로 지켜야 하는 거야. 무슨 죄를 지었든, 어디 떨어져 있근, 그게 가족인거야. -(85)

우리집에도 유령이 살아요. 초대장도 안 줬는데 제멋대로 들어앉은 막돼먹은 유령이요. 사람들은 누구나 유령을 하나씩 품고 살아. 그 사람 정말 악마였을까요? 악마였을까? 지옥을 보여 줬잖아요. 영혼을 팔면 천국을 주겠다고도 약속했지. 누구 죽이고 싶었던 적 있어요? -(233)

결국 지키기 위해 다락방에 사람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아버지를 숨기고 돌본다. 사실, 그 안에서 겪는 갈등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심리적 변화와 지침,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결국 새구두를 사달라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는 자꾸 늘어나는 공소시효에 발목이 잡혀 죄값을 치르게 된다. 열아홉살부터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그녀는 이제 서른살이 되었고 낡은 간판을 새로 단다. 그리고 앞치마에서 두 손을 빼고 기지개를 편다. 봄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머리를 짓누르던 편두통을 살포시 내려놓고 봄을 맞이한다. 또 그렇게 살아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불가사리는 썩은 발을 잘라낸다. 그러면 새 발이 자라기 때문이란다. 이제 썩은 발은 아무 필요가 없으니, 미련없이 잘라야 한다. 그런 미련따위 용납되지 않는다.

장의사집 둘째 아들, 죄값을 치루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지만, 
그는 정치적 산물인가? 아니면 그저 시대를 풍미하는 죄인인 것인가?
마지막까지, 그런 여운이 머리를 맴돈다.

천운영 작가는 마지막 작가의 말에 생각이 꼭 자신의 첫소설 같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다락방 생활을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고도 적었다. 사실 한가지에 있어서 그녀는 성공한 것이다. 나에겐 천운영 작가의 생강이 첫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첫 소설의 여운이 깊이 있게 남는다. 소설가와는 당연히 글로 소통하는게 맞는데, 그 글이 한 곳을 뱅글뱅글 도는 단조로움을 주면서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녀가 다락방 생활을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기 때문에. 

끝까지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떠오르는 불가사리의 썩은 발이 야곰야곰 생강의 맛처럼 쓰고 텁텁하더라도 그 잘려나간 발이 생강처럼 보기에 좋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때 그 발을 필요로 했고, 그리고 그 발을 유용하게 잘 썼음을, 마치 예전에 그렇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샀으나 손에 넣자 아끼지 않고 시큰둥해지는 것처럼, 그런 불가사리의 발을 품은 생강이란 소설.  

그냥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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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낭독 훈련 세트 (교재 + 코치매뉴얼 + MP3 CD) - 전5권 Show & Tell 시리즈
박광희.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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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쉽지만 익숙하지 않은 낭독에 좋은 훈련이 되는 책! 굿굿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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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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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학교 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이 책의 내용과는 별로 관계 없는 학교 생활이었다. 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을 떠올려본다. 그러니까 이 기억은 연필로 꾹꾹 눌러쓰긴 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지우개로 지워버려서 눌린 자국을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리속 뇌세포들을 빙글빙글 돌려야 하는 작업이었다.

# 이지매 왕따 그 무엇으로 부르든지간에.
나도 중학교 때인 것 같았는데 꼭 몇명이 주도해서 왕따를 만드는 사건이 있다. 그러니까 사실 그걸 주도하는 아이들은, 나와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반은 태준이처럼, 혹은 반은 그 일과 관계없는 타인인 것처럼 그 사건을 기억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때 그 담임이 아마 하마 담임처럼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그 작은 이지매 사건으로 상관없는 반 아이들 모두가 혼이 났다. 업드려뻐쳐를 하고 담임에게 맞았고(물론 관계자들은 더 세게 맞았으리라) 혼났고, 그리고 그걸로 사건이 일단락 마무리 된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내가 방관자처럼 무심해서 그렇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정말 학교는 정글이 아닌 사바나 초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줄 사람따위는 없고 표적이 되버리면 가차없이 먹히고 상처를 무수히 남기는 그런 곳.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서 우리는 걱정하고 아파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괴물 한쪽 눈을 뜨다, 그 괴물은 도대체 학생입니까? 선생님 입니까?
사실 하마 담임은 맘씨 착한 선생님 같다. 적어도 학교에 관심이 많고 학교의 학생들을 돌보고 싶어하는.
지인중에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 한번은 졸업 후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어떤 아이에게 무척 화를 내셨다고,
"내가 그 때 그렇게 화를 내는게 아니었는데..."
라면서 아쉬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당시에 볼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나이가 들어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가르친다'는 스승의 자리는 그리 쉬운 자리 같지가 않다.
교수처럼 머리가 큰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래도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지만,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남에 대한 이해가 적은 작은 사회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뭐 물론 대학에서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전에 김인혜 교수 사건은 얼마나 언론을 놀라게 했던가! 
사람들은 경악했다. 티비에 나와서 그렇게 잘 가르치려고 하던 선생이 사실은 폭력 교수 였다는 사실을 !!!
그리고 지인 중에 그와 관련된 사람 이야기를 듣고 나는 경악했었다.

과거에 이런 일도 있었다. 무슨 일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화가나서 의자를 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라고 화를 냈었다. 사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그런 모습은 좋지 않았는데. 그 사건이 교장 선생님 귀에 까지 들어갔고 그 다음날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엄마에게 말 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의가 없는 사건이다. 선생님이 화가난 것,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행동, 납득은 안가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엄마에게 말 한 사람 손들어 보라는 행동은 또 무엇인가? 그 행동은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올바르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 말하지도 못한단 말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그 사람의 그 질문 이외에 다른 질문에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건 인권 침해인 것이다. 선생님이라고 해도 넘어설 수 없는 개인적인 일인 것이다.

또 다른 사건은 달라이 라마가 한창 방한을 해야 한다고 몇 번 한국에 붐이 일었었는데 그 때 한 선생님이 종이를 들고 오더니 거기에 사인을 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달라이 라마가 방한을 해야 한다면서.
뭐 그 부분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 사건을 제대로 아는 나이도 아니고 그 사건에 무척 관심을 갖거나 거기에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인하는 아이는 몇이나 될 것인가! 즉, 그냥 이름 숫자 늘리자고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인을 하지 않았다. 물론 선생님의 개인적인 입장은 존중하지만 나도 내 입장이 있기 때문에 사인하라고 강요하시는데 나는 그냥 넘겨 버렸던 사건이 있었다.

이 책에도 하마 선생님과 영섭과의 분명한 선이 있다. 하마 선생님은 다가가려고 해도 도와줄 수 없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누군가를 구하지 못한다. 노력은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썩 그리 좋은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의 학교 생활을 돌이켜 볼 때 선생님들에게도 끔찍하고 담당하기 싫고 정말 때리고 싶은 학생이 있었다면, 학생 입장에서도 끔찍하고 저 사람이 왜 저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의심스럽고 정말 학생을 봉으로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한 선생님도 많다.
사실, 촌지 문제도 그렇고 (물론 내 주변엔 정직하신 선생님들이 많아서 그런 선생님도 계시다느 걸 잘 안다) 그 촌지 때문에 학생을 때리거나 물건을 요구하는 등의 선생님도 주변에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에 나는 정말 학생 안에만 괴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처럼 학생들은 자기 안의 괴물의 한쪽 눈만 뜨게 하지만 선생님들은 어른이 되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것이다. 그게 정말 무서운 눈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 누구나 마음속에 괴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사실, 정말 동감한다. 아주 천성이 착하고 선량한 사람도 안에 괴물을 가지고 있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듯이, 임영섭이 가시두더지가 되어 정진을 무차별하게 찌르고 싶어 하듯이.
사실, 그렇다.  
코끼리 반장, 야동태준
기린 영섭
하태석 사자
정진 하이에나 처럼 '청소년'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은 아직 '인격적인 사람' 즉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단계까지 가기 전인 동물의 세계, 사파리 같은 것이다. 약자는 돈을 빼앗고 때리고 괴롭히고.

예전에 한 두어번 일진 정도 되는 깡패 비슷한 사람들이 돈을 달란 적이 있었다. 지나가다가 만난 여자 깡패였는데 나한테 돈이 있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없는데?" 라고 했다. 몇마디 오고가다가 내가 사람들 있는 곳으로 나가니까 자기들이 피했었다. 뭐 동네가 동네이니만큼 그런 애들이 판치고 다니지 못했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맞서니 그들도 그저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섰으리라.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마치 하나의 사파리를 지나온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사실, 나는 무심한 편이어서 그리 많이 무언가에 엮이는 일은 별로 없었다. 또 동네가 워낙 조용하기도 했었다.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괴물 하나씩을 가지고 살아. 그 괴물을 꺼내보이느냐 잘 감추고 사느냐는 너한테 달린거야. 그러니까 결국 모든 건 너한테 달린 일이라는거지."
그렇다! 그 괴물을 어떻게 조련하고 다루느냐는 나한테 달린 일이다.


너는 참 괴상망측하게 생겼구나. 하지만 뭐, 옆에 두고 길들이다 보면 익숙해 지겠지. 당분간 조금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괜찮아. 어떻게 생겼든 괘찮아. 나는 짐승을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220) 

# 착한 아들이 되어 주기를
"학원은 어떻게 할꺼야? 계속 그 학원 다닐꺼니?" 
"그만 다닐 거야. 혼자 공부하고 싶어. 공부하다가 어려운 과목 생기면 그때 단과 학원만 다닐래."
"할 수 있겠어?" 
엄마가 나를 보았다.
"하면 되지."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 듬직한데. 우리 착하고 성실한 아들." -(222-223)

사실 한 사람의 성격이 좌우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를 잘 알기도 하고 잘 못 오해하고 편견으로 한쪽 눈으로만 바라보기도 해서 왜곡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아들이 사고를 치고 왔다거나, 다쳤다거나, 누구를 때렸다거나,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가정 환경이 화목하고 부유한 집안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경우의 수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 안의 괴물을 잘 다독여서 한쪽 눈만 뜨게 하지 말고 양쪽 눈을 다 뜨게 해서 잘 조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객체 뿐 아니라 하나하나의 '나'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중학교 때부터 심리학 분야의 과목을 필수로 넣어 놓는 것은 어떨까? 물론 점수는 매기지 않고 PASS 제도로 말이다. 우리는 모두 '나'를 읽는데 급급해서 '남'을 읽기가 어렵다.
이 소설은 정말 괜찮은 청소년 소설인 것 같다.
주변에 청소년이 있다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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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의 아기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7
아이라 레빈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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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해문 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해문 출판사를 검색하면서 다른 추리 미스터리 작품 시리즈가 있다는 걸 알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x,y,z의 비극, 노란방의 비밀 등 유명한 책들은 이미 읽었고 눈에 들어온 책이 '로즈마리의 아기' 였다. 

아이라 레빈이 첫작품 이후, 14년만에 침묵을 깬 작품!
그의 작품이 탄탄한 구성력에 감탄 했다. 첫작품인 완전 범죄 소설과 달리 두번째 작품에서는 괴기공포소설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으니! 아무튼 이 소설도 손에 잡는 순간, 그 순간부터 계속 읽어내려가게 하는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길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읽는 것이 가능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로즈메리이다. 배우 남편을 둔, 하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닌 남편 때문에 가족들에게 지탄받고 거리가 생겨버린 그래서 지금은 무교에 가까운 아주 평범한 24세 여인.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오랜 나이든 벗의 충고에도 불고하고(이 친구, 이 아저씨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웠다. 그는 너무 똑똑했고 악마숭배자들에게 너무 솔직하게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이상한 소문을 가진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이사를 한 후, 그녀와 지하 세탁실에서 첫만남을 가진 아가씨가 자살을 하고 그리고 그 부부와 마주치면서 로즈메리는 그 부부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거이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자꾸 그 부부에게 빨려든다.
그의 남편 거이를 살펴보면 심리적으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라는 약간 허왕되면서도 보여지는 화려함에 자신의 영혼까지도 아니 자신의 아내와 아이까지도 바치는 남자.
이런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하는 생각은 책을 덮는 순간 들었다.
그의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여간 그들은 결코 당신을 헤치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했고 사실 지금까지 그랬어. 이번 아기는 잃은 걸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게 그거 아니겠어? 그대신 우리는 굉장히 많은 걸 얻게 된다고, 로." -(257)

이 소설의 결말 또한 일반 다른 공포괴기소설과는 다르다. 
'길은 하나, 죽이는 것이다. 뻔한 일이 아닌가? 그들이 모두 의자로 돌아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로라 루이즈를 밀어내고 그걸 집어들어 창 밖으로 내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뒤를 따라 뛰어내리면 그만이지.'-(258)
"아직 웃는 거 모르지 앤디? 안다고? 어디 웃어봐. 귀엽고 이상한 눈의 앤디. 어디 엄마에게 웃어봐." 그녀는 은장식을 떼내어 눈앞에서 흔들면서 재촉했다. "자 웃어봐, 빙긋, 귀여운 웃음을 웃어보렴. 나의 앤디야." -(263)

이 소설의 심리 변화와 '사탄'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 그리고 결말은 충분히 섬짓하면서도 충격이다. 어머니의 모성애와 이익을 따라서 자식은 안중에도 없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아내도 가차없이 이용하는 남편과 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정해서 아이를 얻어낸 악마 숭배자들 ! 

이 소설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군림하고 영화로 만들어져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그만큼 '공포괴기소설'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끔찍하고 흉직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소설의 심리나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 탄탄한 스토리력으로 보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놀랍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매력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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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English - 영어가 습관이 되게 하는 영어책
샘박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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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함께 연상학습이 되는 책,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어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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