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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제목이 와 닿는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혼자'의 연속이다. 혼자라는 말이 왠지 어색하고 왠지 쓸쓸하게 들려도 그래도 우리 삶은 결국 스스로 혼자 남는 것에 익숙해 지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는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순례자'라는 책 때문에 산티아고는 더욱 각광받게 되었지만 그 의미를 떠나서 나를 단련하고 수련하고 돌아보게 되는 길. 마음에 응어리진 것들을 내려놓고 나를 비우고 시험하는 관문이자 길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길을 묵묵히 혼자서 회상하고 회고하면서 걸어간다는 것.
가끔은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고 자신의 삶의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산티아고.
그 이름이 선사해 주는 선물인 것 같다.
아무튼, '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는 산티아고에 관한 책인 것이다. 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구미당기지 않는가? 거기에 주옥같은 글과 사진까지 더해진 작품이니 손이 안갈 수 없는 아이인 것은 틀림이 없다.
삶의 맛은 '채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비움'에서 오기 때문이다. (23)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한가지 맛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인생이라면 얼마나 무미 건조하고 재미없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소유'라는 가르침이 있지만, 그 무소유를 하기는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하지만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인생이란 정말 '무소유'구나 ! 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 비움을 배우는 길이 산티아고 이고 그 비움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길이 아닐까 싶다.
"지중해 사람들은 약속을 하지 않는다. 과거의 추억을 반추하지도 않는다. 떠날 때 어깨를 툭툭 치며 악수를 하고 그냥 돌아선다. 수년이 지나도 편지한장 없는 수가 많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어떤 까페 테라스에서 마주치면 씩 웃으면서 마치 잠시 전에 헤어졌던 사람처럼 말한다. 그 동안 소식이 왜 없었냐고 물으면 변명하지 않고 '다알잖어"라고 짧게 말한다. (중략) (238)
어딘가를 둘러보고 다녀본 것은 여행이다
어딘가를 걸어보고 느껴본 것은 기행이다
하지만 오늘 나의 현존 가운데 재위치시키는 것은 '생의 철학' 이다 (250)
사실 이 책의 느낀점을 난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한다. 서평을 쓰기엔 그저 책한권을 말해야 하기에...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산티아고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산티아고라는 곳을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느끼는 자에게는
가고자 하는 충동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름이
될 것이고
여행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잔잔하면서도 강한 임팩트를 주는 여행기일테고
그저 호기심으로 열어본 독자에게는
산티아고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주옥같은 글들이 선물 패키지로
떨어지는 책일 것이란 것.
추천한다.
그리고 읽기를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