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첫페이지부터 웅장하고 무언가 꿈을 꾸게 만든다.

달의 바다.

 

 

정한아 작가의 작품이자 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이 타이틀 만으로도 뭔가 읽고 싶게 만들지 않는가... 정말 상콤한 푸른 바닷빛 표지에 주인공의 눈이 번뜩이는 이 책은 짧지만 굵고 굵지만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사실 이 짧은 소설에서 이 많은 심리 묘사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그만큼 임펙트를 줄 수 있는 짧고 굵은 수상작이다. 그리고 짜증나는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고 하하하.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1. 만감의 교차, 주인공의 이야기 교차

 

이야기는 주인공 '나'와 고모의 '편지'가 교차한다.

나는 27살에 백수 이고 이모는 나사 항공 우주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취하고 있다.

이 대조 !!!

 

설상가상으로 나의 20년지기 친구는 트렌스젠더가 되겠단다.

할머니는 죽음을 위하여 약국마다 돌아다니며 강력한 A약을 20통이나 구매한 나에게 미국에 고모를 만나러 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오고 나는 '죽음'이라는 결심을 잠시 뒤로 하고 미국으로 친구와 떠나게 된다.

 

 

꿈의 미국 ! 이 아니라 할머니 등에 떠밀려간 미국.

그 미국에서 우주비행사로 고된 삶을 그러나 누구보다도 인정받는 삶을 살고 있다는 고모를 만난다.

그 둘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2. 마시멜로의 인연

 

이모의 친구를 만난다. 미국에 도착하니 친구가 이모에게 데려다 준다. 그 인연은 마시멜로의 인연이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다.예전에 마른 친구에게 마시멜로 먹으면 살찐다고 마시멜로를 두봉지 선물해준 기억이 문득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지구 한바퀴반을 돌아야 빠진다는 그 살을 보유하게 한다는 마시멜로의 인연으로 순이 고모는 친구와 함께 하게 된다.

 

 

그 인연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 인연으로 고모의 삶의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 시작한다.

 

 

3. 허구와 거짓 그리고 진실

 

할머니에게 이모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마치 아무 희망없이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밭에서 나온 다이아몬드 같은 . 그런 존재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할아버지의 예상처럼 고모는 공주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바보처럼 남자에게 메여 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모의 삶은 독특했다. 그시절에 석사까지 취득을 했고, 그 시절에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으며 그 시절에 외국인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리고 이혼을 했고 그리고 우주비행사라는 큰 틀의 허구와 거짓을 어머니에게 들려주어 삶의 활기를 되찾게 만들었다. 진실은 그녀는 그저 우주비행국 모양의 항공 여행지에 샌드위치를 만드는 여주인일 뿐일지라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든다. 거짓을 말해서 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것이 과연 그 사람을 위한 길인가.

진실만이 답은 아닌 것인가.

 

 

사실 이 짧은 소설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수시로 교차한다. 그렇게 잘 생긴 나의 친구는 트렌스잰더가 되고 싶다니, 오랫동안 여자가 되고 싶었다니.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여자가 되는 시험에서. 이 말이 참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보통 일반적으로 아니, 나부터도 남자가 되면 어떨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삶이란 것은 자연스럽게 내 한부분이고 그 부분들이 조각조각 만들어져 추억이되고 쌓여 나란 사람을 만들어간다고 그냥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사람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하고 살다가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게이 친구를 보고 "우와-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인생이지만 어머니에겐 나사 최고의 우주비행사인 이모

조각같은 외모를 타고 났지만 여자가 되고픈 친구

할아버지와 아빠 가게에서 일하게 된 백수 삶을 살고 자살을 결심하려던 나.

그리고 이모란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할머니.

 

 

이들의 공통점은, 적당한 포장과 허구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살아가는 인생의 과정이 결코 찌질하거나 지저분하거나 짜증나거나 보는 이에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웃게 만드는 것이다.

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호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4. 삶이란 굴레에서.

 

대한민국 전 대통령 어록중에 "역사는 진전하고 인생은 아름답다."란 말이 있다. 특별히 그 분을 좋아하거나 싫어한 건 아니지만 이 어록은 참 와닿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오늘 하루가 역사로 기록되고 역사는 계속 앞으로 진전된다. 그리고 허구를 이야기하거나 거짓을 이야기하거나 무엇을 이야기 하더라도 우리삶은 아름답다.

우리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아름답게 살고자 하루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리라.

 

고모의 삶이 아름답고, 트렌스젠더의 삶이 아름답고, 백수였던 주인공의 삶이 아름다운 거라고, 그래서 우리 인생은 유쾌하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열받으면 "제길" 한마디 내뱉으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달의 바다에 허우적 거리면서 달토끼를 그리는 삶의 한 켠에서 작가와 소통할 수 있었다는데 즐거움을 느낀다.

허구와 거짓으로 얼룩신 삶이라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절규하고 괴로워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하루를 열심히 사는 주인공들에게 우리는 박수세번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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