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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 란 이름은 나에겐 무조건 책을 사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이름이다. 그의 첫 작품인 '용의자 x의 헌신'은 dvd로 까지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임펙트를 크게 준 작가이고, 애거서 크리스티가 최고인 줄 알던 그리고 가장 즐겨읽던 작가의 책을 잠시 내려놓게 했던 작가이다. 이 작가가 25주년 기념으로 특별한 호텔 이야기를 꺼내 놓았으니 '매스커레이드 호텔'. 이 단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영국에서 봤던 감흥을 새롭게 주었던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좋아하는 중 하나이기도 한 제목의 '가면무도회' !
물론 이 책을 펴는 순간, 유가와 교수나 가가 형사가 나올거라고 기대했지만 그완 다르게 이 호텔 미스테리의 주인공은 닛타 형사이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과 뭔가 색다름이 함께 공존하는 25주년을 알리는 책이 등장을 했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책장 한켠에 히가시노의 작품들을 쭉 나열할 정도로 열심히 읽었지만, 최근 작품들은 그다지 기대만큼에 미치지 못했다. 용의자 x의 헌신, 그 여운이 컸던 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봤던 백야행 의 여운. 그 여운들을 이어갈만한 책이 요즘은 나오지 않는 거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세사람의 피해자들,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의 주부, 53세의 고등학교 교사.
이들의 살인에는 유일한 암호같은 숫자만이 남겨져 있을 뿐.
이 단서를 이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
이 모든 암호들이 호텔을 가리키자 형사들이 호텔로 파견되고, 호텔에서 이야기가 풀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관전 포인트는 일류호텔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재미있는 모습들을 다양한 이중성과 교묘한 눈가림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형사와 그의 옆의 파트너의 소소한 충돌, 그 안에서 일어다는 다양한 소잿거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 관전포인트 원- 가면
"호텔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 해요. 결코 그걸 벗기려고 해서는 안 되죠. 어떤 의미에서 손님들은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찾으시는 거니까요."
"태연한 저 얼굴의 가면을 벗겨주자"
사실 가면과 호텔이라니 ! 놀라운 연관성이다. 사실 해외여행을 가면 호텔을 이용할 뿐, 국내에서는 호텔 이용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참.... 뭐지.. 이 연관성은?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 라는 생각이 들게 한 대사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간결하면서도 단아한 문체들에 박수를 보내게 한 부분이다.
현대인들에게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면'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가면을 벗는 다는 것, 나의 포장을 한풀한풀 벗기다는 것은 나의 알몸을 보여주듯이 나를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현대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자 힘든 일이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음을 파고드는 '가면'이 단지 내가 보이는 '이중성'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체였다.
2. 서로 다른 각각의 너와 나 - 호텔이라는 닫힌 공간
히가시노 게이고가 택한 소재는 호텔 이었다. 그만큼 공개적이면서도 그 안이 커튼이 쳐져있는 공간이다. 그가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이 매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안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 그리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 안에서의 관계. 이익과 행위로 이어지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존재하는 곳.
호텔리어와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수없이 빠르게 지우는 호텔이라는 주제.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택한 주제 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사실 추리소설에서 호텔은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색다르게 선택한 소재라는 생각은 든다.
아주 일반적인 곳에서 그가 찾아내는 소재는 놀라울 만큼 일반적이면서도 놀라울만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 독자들 그리고 해외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사실 여태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쭈욱 읽으면서 탄복을 지르게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히가시노 답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최근의 책들에 별 다섯개를 주는 것은, 그가 여태까지 독자에게 보여준 성의와 창의 그리고 글의 냉철함과 단호함에 대한 예의라는 말은 꼭 첨가하고 싶었다. 신참자를 비롯해 최근에 나온 책들을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뇌리에 그리 오래 남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임팩트가 떨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그의 25주년 책을 덮으면서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하자면 꼭 주인공을 바꾸어야만 했는지, 그리고 내용 스토리가 뭔가 흔하면서도 그렇구나 하는 예전의 그 창의성과 다양함에 미치지 못하는 씁쓸함도 공존하는 것이다. 그의 책을 덮으면서 물론 다음 책을 기다리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마치 그 장르의 오감이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듯 자유로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다음 작품은 좀 더 임팩트 있고 좀 더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마치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짜릿하고 섬짓하면서도 백야행같이 탄탄한 스토리의 드라마 같은,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인상 깊었던 게이고 스럽지 않지만 게이고 스러웠던 작품인 '산타 아줌마'만큼 뭔가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 같지만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모든 내용들이 포함된 함축적 언어로 말하는, 예전처럼 유가와씨와 가가형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의 글에 탄복할만한 작품이 다음번엔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