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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울하십니까? (특별판) ㅣ 문학동네 시인선 4
김언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를 보고 혹해버린 책이다.
집에 데리고 와서 보니, 작가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생각했던 시집이다.
시라는 장르 자체가 쉽지 않고,
함축된 언어와 그 언어들의 조합이 짧게 이루어져 글로 완성되기 때문에 더더더욱 쉽지 않다.
시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단편소설보다 어렵게 느껴지고,
그 시를 이해한다는 것, 작가의 의도를 알아서 받아들인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겁먹기 전에 이 시집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오늘 우울한 당신은(?) 혹은 누군가에게 우울하냐고 묻고 싶은 당신은 이 시집을 펼쳐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시인의 말
책을 끝내는 것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총으로 쏴버리는 것 같아, 카포티가 말했습니다
은둔자는 늙어가면서 악마가 되지 뒤샹이 말했습니다
웃다가 죽은 해골들은 웃어서 죽음을 미치게 한다네 내가 말했습니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습니다
2011년 이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김언희
작가의 말부터 눈을 사롭자는 이 문구.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좋은 글을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고 머릿속에 맴도는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그녀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쓰고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던 마음이 담긴 시집!
평가는- 괜.찮.다. :) 입니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바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물드려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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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십시오
-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中 >
사실 이 시의 매력을 생각해보면 읽으면 읽을수록 음미하면 음미할 수록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 같다. 단지 한 줄의 시도 감흥을 줄 수 있고 열줄의 시로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듯이.
문학동네 시선에서 몇가지 시집들을 택해서 보곤 한다.
이 시집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동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그런 작가의 노력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우울하지 않은 나도,
오늘 우울하시냐고 묻는 이 시집에
손을 한번 내밀어 보았다.
우울해지거나, 혹은 감정의 변화가 생기진 않았지만
시를 음미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