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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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민감한 부분이 침략의 역사라면 미국에서 민감한 부분은 아무래도 유색인종에 대한 역사가 아닐까 싶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유색인종으로 차별을 어느정도 당하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마음 아파하거나 공감하거나 혹은 좋은 평점으로 책을 읽는데 비해 서양인들은 우리 동양의 역사나 동양인의 관점이나 정서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해 수준이나 글의 매력을 느끼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다. 마치 우리가 페루나 어느 작은 섬의 작가의 글을 읽는 그들의 정서를 느끼는 기분 처럼 말이다.

아무튼, 은근히 평점이 좋거나 아니면 은근히 입소문이 난 책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홍보가 들어가면 어느정도 거품이 있다는 걸 책을 사보면서 알고 있기에 큰 기대를 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내 추측이 감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감동이 있었고 시사해주는 작은 그 무엇인가가 있었고 생각하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었다.

THE HELP ! 

# 삶이 우리에게 끊임 없이 요구하는 것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화하기를 요구한다. 어떤때는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흐름에 몸을 맞겨 변화시키기도 하고 스스로 파이터가 되어 변화에 동참하길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단순하지 않은 오묘한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이 변화에 곧잘 맞서기도 혹은 그 변화를 과감하게 때려 눕히기도 한다. 
여기서 아주 황당한 백인들의 우월의식이 들어나는 발언이 나타나는데 바로 '가정부 위생 발의안'이다. 세상에 유색인종과 화장실을 같이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쩜 그럴 수가! 라고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다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때 따로 화장실 쓰니 좋지?"
라고 물으면 "네,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해야 하는 그런 더러운 세상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세명의 여자가 파이터로 나선다. 유지니아. 미니. 그리고 아이빌린.
백인 여자 유지니아는 은근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이빌린과 미니의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는 즉- 파이터 대장 아닌 대장 역할을 해내는 여자이다. 
 

"네가 남자를 만날 상황만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엄마." 나는 어서 이 대화를 끝내고 싶다. "남편 없이 살면 정말 끔찍할까요?" -(1권,100)

신여성 다운 발언이었다. 그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것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 조금은 시대의 발상에 앞서 나가는 여인. 글을 쓰고 싶고 기자도 되고 싶은 이 여인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헬퍼들에 대한 글이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세요, 유지니아." 어머니의 규칙에 따라 가끔이라도 유지니아라는 본명으로 나를 불러준 사람은 콘스탄틴이 유일하다. "진짜 못난이는 가슴속에 살지요. 못난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야비한 사람이거든요. 아까지도 그런 사람일까요?" " -(1권,110) 

삶을 물흐르듯이 흘려보내도 가끔은 돌에 걸리기도 그리고 벽에 부딪치기도 그리고 멍안히 조용히 흘러가기도 한다. 어릴때는 마치 정말 엄마마냥 따른 흑인을..... 나이가 먹으면 똑같이 부리고 무시하는 현실,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고 당연히 부리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이 글은, 그저 마음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시선으로 생각을 해보게 한다. 바꿀 수 있다면 바꾸길! 그게 현명한 길이라고. 

# 다르다와 다른 것 

처음엔 같은 말인데?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큰 차이를 느끼지는 않지만 어감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유색인종에 대한 발언을 들으면 나는 언제나 친척언니의 말이 더오른다. 어린 나이에 이모의 유학 때문에 몇년간 같이 유학길에 올랐던 나와 나이차이가 조금 나는 친척언니는, 나의 엄마가 "어때? 학교 생활은 재미있니?"라고 묻자 "이모는 어항속에 파란 고기들이 많은데 빨간 고기 한마리가 들어가면 어떨 거 같아?" 라는 말만 남기고 그 이후에는 유학 생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유색인종 차별이 있었지만 이미 오래전에 유럽이라면 그럴만도 하다 싶은데, 그래도 그 비유는 엄마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한다.

사실 백인들중엔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 여행중에 종종 만났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다. 아무튼, 그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과 나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고난 그 무언가 때문에 혹은 주어진 그 무언가 때문이든, 우리는 어느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하나의 객체이다. '다른 것'은 다르다는 것을 그냥 무시한체 다른 것이라고 분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분류를 해버리면 더 이상 가까이하거나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그 다름에 대해서 받아들이는데 사람들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예전에 초등학교 시절 나의 첫 비행은 미국행이었고 LA에 도착해서 나도 모르게 "깜둥이다!" 라고 흑인을 보고 외치자 이모가 내 입을 막으면서 그런말을 함부로 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다면서 내 입을 꼭 막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는 어려서 그런 개념이 없었는데 그 사람의 눈에서 맑음을 나는 보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데 나의 눈에는 아마 이모의 말을 듣고 작은 공포와 호기심이 섞여 있었으리라. 아무튼 그는 나에게 어떤 헤코지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이후로 그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그 한마디는 절대 무시하거나 나쁜 투는 아니었지만 '흑인이다' 가 아닌 '깜둥이다'를 왜 외친걸까......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커가면서 교육으로 인해 다름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만큼 교육은 중요한 것 같다.

아이빌린이 키운 꼬마 모블리는 자기를 까맣게 칠하자 나쁘다고 말한 선생님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앞을 꼭 읽어보시길) "누가 이런 걸 가르쳤니? 메이 모블리?" 미스터 리폴트가 말하자 꼬마 아가씨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숨도 제대로 못쉬겠다............. "몰라요" 아이는 시선을 돌려 바닥에 놓인 보드 게임을 다시 그것을 하고 놀것 처럼 본다.............."메이 모블리, 아빠가 묻고 있잖아. 어디서 그런 걸 배웠지?" .......... 그러자 아이가 또랑또랑하게 말한다. "테일러 선생님이요." 미스터 리폴트가 허리를 편다. 그가 부엌으로 들어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그가 미스 리폴트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우며 말한다. "당장 내일 학교에 가서 메이 모블리를 다른 반으로 옮겨. 테일러 선생님은 안돼." "네? 선생님을 바꿀 수는 없어요." 나는 숨을 참고 기도한다. 아무렴, 할 수 있어. 제발. "그냥 가서 바꿔 달라고 해.".......(2권, 322-323) 

아이들은 자기가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배반이나 배신을 하지 않는다. 그걸 알고도 이익에 따라 마음을 오만하게도 져버리는 것, 그건 어른이다. 사실 이 글에서 시사하는 건, 저런 작은 착한 심성을 가진 어린 아이도 어른이 되면 똑같이 권력의 압잡이가 되어 흑인들을 괴롭힌다는 것인데, 왠지 그때 시대에 발맞춰 그렇게 변해갔던 아이들을 생각을 하니 서글퍼 진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그 선은 우리 머릿속에 있어. 미스 힐리 같은 사람들은 항상 그 선이 있다고 우기지. 하지만 선은 없어." -(2권 129)

"정말 괜찮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떠나도?"
"뉴욕으로 가세요. 미스 스키터. 자기 삶을 찾으세요." 
그녀가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거둔다. "고마워요." -(2권, 329) 

나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권위주의와 권력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녀의 고맙다는 한마디가 마치 세상을 바꿀 것 같다는 희망찬 고백처럼 들린다. 

결국 세명의 여자의 합작인 책이 힐리에게 누구의 글이며 누가 쓴 이야기인지 발각 당하고, 아이빌린 마저 쫒겨나는 상황이 생긴다. 사실 아이빌린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은식기를 훔친 죄를 뒤집어 쓰고 쫒겨나리라곤. 아들을 잃고 산송장처럼 살았던 세월에도, 그리고 백인과 흑인의 글을 써서 세상에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했던 아들의 꿈을 들었을 때도, 만약 미스 스키터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 그녀가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당당히 그 집을 걸어나오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착해요." 아이는 계속 말한다. "나는 똑똑해요. 나는 소중해요." -2권 341
 
햇살이 환하다. 나는 눈을 크게 뜬다. 사십 년 남짓한 세월을 그래온 것처럼 버스 정류장에 선다. 내 삶이 삼십 분 만에........ 송두리체 끝났다. 어쩌면 나는 계속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신문에 싣는 글만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내가 겪은 모든 것에 대해. 어쩌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내 나이는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생각에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터진다. 어젯밤만해도 나는 내 인생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 했으니까 - 2권 343 끝 

꼭 무언가 바뀌는 날은 여느 날처럼 햇살이 좋고 찬란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사실 바뀐 것은 없다. 단지 도우미. 가정부라는 책이 한권 나왔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주는 여파는 어떨까?
트렌스포머가 3D로 사람들에게 놀람을 선사하고 슈렉이라는 녹색 괴물이 프린스 챠밍을 누르고 피오나의
선택을 받은 것만큼..... 그만큼 우리들 머릿속에 새로운 이슈를 안겨주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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