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토미 바이어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행복'이란 단어는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자. 여기 - '나'가 있다.  나는 행복한가? 

예전에 유학시절 유난히 우울증이나 우울함에 잘 시달리고 했던 아는 언니의 동생이 있었는데 마침 동갑내기라 친해지게 되었었다. 그녀가 유난히 우울해 할 때, 나는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 매일 아침 세수할 때, 세수한 후 거울을 보는거야.
그리고는 나한테 말을 거는거지. 
오늘 하루도 많이 웃자. 오늘 하루도 화이팅.
오늘 나를 지겹게 하는 것들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들 따위, 이겨낼 수 있어.
삶이란 그런거야. 나의 삶은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우니까.

라고 주문을 걸라고.
그러면 그녀는 하하 웃으면서 나에게 "너도 우울할 때가 있냐."고 반문하곤 했었다. 그리고 "많이 경험해본 거 같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냐." 고 물었다. 나는 NO라고 말했다.
사실이 노우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울함을 자주 느끼는 성격이나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도 아닌데다가 나의 아침은 토할 것 같이 바빴다. 매일 쏟아지는 아침수업들의 홍수속에 나는 노를 열심히  저어 방학을 기다리고 방학이 오기 전엔 여러가지 계획들을 세우면서 즐겁게 살았던 아주 '단순'한 인간 유형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그녀에게 가르쳐 준 내 비법이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 최면이 중요한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꾸리꾸리해 우울하군.' 이라기 보단 '이런 꾸리꾸리한 날엔 옷이 젖이 기분이 축축하지 않게 레인 부츠를 신고 나가야지!' 가 나의 마인드와 더 자어울리기 때문에 :)


자자!  책 내용과 관계 없이 행복에 관한 서론이 너무 길었나 싶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물어본다.
"야- 너 로또 당첨된 적 있어?" 
"아니." -> 나의 대답 ( 추가 "그래서 네 책을 읽는거지. 내가 당첨 되었음 내 경험담을 썼을지도? ㅋㅋ")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사건, 로또 당첨.
그 8,145,060분의 1의 행운을 움켜쥔 남자!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 독일어로 '아무개'란 이름을 가진 이 주인공은 대박 로또에 당첨되었다.
드라마같은 연애로 결혼에 골인했지만, 현실속에 몸을 맞기자 시시해져 버린 애정과 점점 무심해지는 부부의 관계
그 관계 회복을 위해 꿈꾸던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지만 호화 여객실 취소가 되는 바람에 아내 화를 돋우고
거기다 아내가 세미나 떠나는 날 작업실에서 자다가 아내가 떠나버리는 걸 발견하지 못한다.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다가 아내의 메일속에 남자를 발견
이 남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흔한 그 흔한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주제로 쓰이는 그 불륜남인 것인가.
그렇다. 

참, 로또 하나 당첨되면 인생이 바뀐다! 
라는 표어 때문에 로도리~에 열중하던 이 남자. 결국 그 행운의 스포트라잇을 받았지만
일은 하나둘 꼬이고 결국 고독한 배 속에 홀로 서서 멍안히 망망대해만 응시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아내를 잃고, 친구들의 신뢰도 잃어버리게 되는 이 남자!

물질 만능주의인 세상에 돈이면 사랑도 얻고 여자도 얻고 권력도 갖을 수 있다는 물질 만능 시대에 작가가 아무개씨를 등장시켜 과감하게 우리에게 묻는다. 

"야- 니 생각엔 돈만 있으면 다 행복할 것 같냐?"
"그...글쎄요 ☞☜ (꼭 대답해야 되나.....)" 

사실, 아직도 주말이면 뜨는 로또 번호와 로또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내가 완벽하게 행복하기만 해서가 아니라 행복의 요행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지 억지로 불러들이고 강제로 우기고 땡깡 부려서 얻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 돈주고 로또를 사 본 적도 없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얻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것들은 물론 당연히 많겠지만, 만약 그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어야만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압**,청*에 소형차를 끌고 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어떤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꼭 눈에 보이는 행복, 눈에 보이는 부만이 중요한 것일까.
돈이 있는 사람은 소형차를 몰아서는 안되고,
돈이 있는 사람은 꼭 명품을 써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현재보다 더 많은 부를 얻게 해줄 로또에 집착해야만 하는 것인가.
보여지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보여지는 것만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아무개씨에게 우리는 배울 수 있었다.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모호하다.  
그 순간을 꽉 움켜쥐지 않았으므로. 아니, 의식조차 못 하고 지나가버렸으므로. -(20)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을 덮기 전에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그런데?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무개씨는 행복을 찾았을까? 아내를 잃고도, 친구들을 불신하고도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거꾸로 질문하자면, 돈이 이 모든 불행을 덮어주고도 남을 만한 행복을 그에게 선물해주었을까? 예기치 못한 작은 반전과 함께,우리의 주인공 알만이 우리나라의 돈없어도 외제차에 멋지게 한방 날려주는듯 한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명언을 남기 듯, 그가 무슨 차를 샀는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책을 안펴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얼마전에 엄마와 함께 지나가는데 어떤 청년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행색을 보니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나온 것 같았다.
엄마가 조용히 다가가서 만원을 주면서 "왜 이러고 있니? 집에 들어가렴." 이라면서 만원을 주셨다.
내가 엄마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사지가 멀쩡한 청년이 구걸을 하는데 만원을 왜 주세요? 그걸 준다고 해서 저 청년은 구걸을 그만두거나 혹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만약 마약을 한다거나 다른 나쁜 일을 한다면 돈을 주는 것은 자꾸 타락으로 모는 길일지도 몰라요."
엄마가 나에게 "도둑질을 하는 것보단 구걸이 낳잖니. 만원으로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배고픔은 달랠 수 있을테니 괜찮다." 
라고 하셨었다.
내 예상대로 청년은 만원을 스윽 집어넣고 계속 구걸을 했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물음을 갖는다. 그 청년은 비록 로또에 당첨되진 않았지만 백원, 천원이 아닌 만원을 얻었다.
천원을 열명이 주고갈 돈이다.
이 청년은 만원을 손에 넣고 행복했을까?
그런데도 계속 하루 목표한 돈을 위해 구걸을 하는 걸까?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이되고, 누군가는 여전히 구걸하거나 가난하게 살면서 희망을 가지고 로또를 한다.
누군가는 명품으로 휘감고 누군가는 만원짜리 티셔츠 한장을 걸친다.
누군가는 같은 조건인데도 행복하고 그 같은 조건 아래서도 누군가는 불행하다.
자.
이 책의 마지막을 물으면서 나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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