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새벽에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멍멍해졌다. 책을 덮으면서......
그렇지만 나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아직도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라고 믿고 싶다. 

   
  그 무렵 강하는 장자를 어린이용 다이제스트 판으로 엮은 학급문고 도서를 읽고 있었대요.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대요.  
   

 나는 사실 위저드 베이커리도 읽지 않았고 구병모 작가가 생소했다. 그저 좋은 책이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접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글들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없이 시작한 책이 아가미 였다. 
작가에게 묻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이벤트가 알라딘에서 있었는데 나는
"맑고 깊은 녹색 에메랄드 빛 호수에서
곤의 아가미가 그 빛으로 더욱 찬란해 보이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
남들과 다른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랑이야기 같지만 진부한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정말 매력적인 글이란 생각이 드는 구병모 작가의 글 :) " 
이라고 적었고 구병모 작가는
"지니칭구님/ 사랑이야기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피도 눈물도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 속에 살짝, 창호지 끝에 물 적시듯이 사랑에 발가락 끝을 담가보았습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셨다면 기쁠 거예요."
라고 답글을 달아 주었었다. 

사실 이 글에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강하, 그리고 곤. 세사람 누구하나 정상적이고 평범하지 않다.
딸이 버린 외손자를 키우는 할아버지, 그리고 막말과 험악함의 상징 같지만 사실은 할아버지와 곤을 누구보다 생각하는 강하. 그들의 사랑 이야기.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꼭 진부하게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여야만 하는것인가......
그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가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도 진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단지 그 사랑이 구병모 작가가 나에게 말해 주었듯이 창호지 물 적시듯 했지만 그 창호지의 물이 번저 무엇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곤은 강하와 할아버지를 잃게 되고 그들의 시체를 찾기 위해
물속을 헤엄쳐 다닌다.
그들을 찾기 위해 그의 생명력을 좀 더 강하고 온건하게 만드는 한없이 넓고 드넓은 바다속을 헤매는 것이다.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어서 두 다리가 생긴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 버릴까?

 
   

 강하가 처음 곤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처음 곤의 아가미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구박과 욕설을 하면서도 그 아이가 자기 곁을 떠날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보호하고자 했던 그 때.
사실 그 아이가 만진 것은 만지지도 않고 함께 공유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곁에 떠날까, 
혹은 그 아이의 존재가 사라져 버리게 되면 자기가 담담하고 초연해 질 수 있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 아닐까. 

사실, 곤은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았고 때묻지 않은 말그래도 순수한 영혼이었다.
그 영혼의 빛이 아가미와 비늘에 반사되어 순수함을 발사하니,
사람들은 그저 그를 호기심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사랑' 오직 그 하나를 
보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참 뒤, 나와 친구가 노래를 듣다가 "영원히 기다린다" 는 가사를 들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영원히 기다리냐?"는 나의 반문에 친구는 자기는 어머니를 영원히 자기가 죽을 때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곧 휴학과 함께 인도여행을 3개월간 떠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곤도 강하와 할아버지를 영원히 찾을거라고. 그가 눈 감는 그 순간까지.
그래서 이 사랑은 완벽한 거라고.
기다림과 영혼의 울림이 동반되어 순결한 빛을 반사시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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