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나름 오랜만에 고전을 접했다. 1980년부터 거의 30년간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축포와 함께 그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중에 선택된 것이 쉽지않은 정치적 색이 감의된 소설 '염소의 축제' 였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예전에 만났던 도미니카 공화국 친구가 '도미니카와 도미니카 공화국은 다르다' 라는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나라이지만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   

노벨상이 결정되었을 때, 그는 "나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닌 내 문학 작품 때문에 수상했기를 바란다." 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정치적 색이 강하고 그리고 나름 그런 매력을 배제하고 생각하긴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 "왜 염소의 축제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겠지만 제목 '염소의 축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염소는 트루히요를 암시하고 있다. 염소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의 상징이자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의 상징이다.    
또한 각료의 아내나 딸을 비롯해 자기 맘에 드는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하는데, 이 관점에서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희생제의다. 소설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 아메리카의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는  역설적으로 트루히요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소설에는 7명의 트루히요 암살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1961년 트루히요 암살 사건에 개입됐던 실제 인물들을 모델 로 쓴 것이다.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 역사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살짝 겹쳐지는 것이
대한민국 또한 슬픈 역사와 슬픈 정치적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켠이 왠지 우울해졌다.
제국주의론이 그저  급진적인 마르크시스트의 편견에 불과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지만 결국 
자본주의는 그 제국주의의 검은 손길을 전세계 곳곳에 들이밀고 있었으며, 마치 그 증거물을 보여주듯이 이 소설 속에서 비참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튼.
소설 초반부터 아주 능력있고 매력있는 중년 여성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용서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돌아섰던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이 책은 총 세파트로 나뉘어 긴박하게 흘러나가는데,
트루히요 암살 전에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돌아온 14세 소녀 우라니야 카브랄의 이야기.
그리고 트루히요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7명의 암살자들이 회상을 통해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의 고문, 실종, 납치, 살해에 이르는 폭력 사태를 리얼하게 그려낸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참고로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던 무소불위의 독재자였다.

그 독재자의 밑에서 충성을 다하던 '지식인' 우라니아의 아버지가 총애를 잃으면서 주변인의 말에 현혹되어 우라니아를 산제물처럼 바치게 되고, 그로 인해 상처입은 우라니아가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트루히요의 현실, 암살자들의 이야기가 한파트씩 전개된다. 
14살 소녀 우라니아 카브랄은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는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지식인'으로 불리우는 트루히요 정권의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인물이었다.
우라니아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그녀의 상처와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독재자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던, 그래서 상처로 가득 채워져버린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집안의 몰락을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한편으론 원망도하면서 이유를 추궁하기 시작하고, "도대체 너희 아빠와 무슨 일이 있던 거니?" 라는 그들에 질문에 대해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서 우라니아는 입을 연다. 자신은 '염소의 축제'의 아주 처절한 하나의 희생양이었다고. 그 아픔과 상처로 자신은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남자들조차 냉정하게 거부하게 되어버렸다고.

작가는 암살자들의 회상과 우라니아의 입에서 나오는 트루히요 시절의 독재와 제국주의의 뼈아픈 추억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도미니카 독재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고, 한편으로는 처녀성의 비밀과 고통을 통해 독재정치를 들어내고 거기에 덧붙인 상처까지 고발하는 이 글은 절대적으로 문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함의를 냉철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조금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남미 문학이었지만, 오랜만에 글을 읽으면서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학과 정치의 묘한 결합과 냉철한 비판이 어울어진 매력적인 책이었다.

"펼쳐진 책은 말하는 머리이며, 닫힌 책은 기다리는 친구이고, 잊힌 책은 용서하는 영혼이며, 망가진 책은 우는 가슴이다." -(2권,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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