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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따르르르릉-♪
아주 오랜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핸드폰 벨소리에 컬러링이 유행하고,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집전화에도 음악이 나오는 요즘. 따르르르릉-은 왠지 고전적인 음악같이 들린다.
그녀의 글은 늘- 고전적인 전화벨의 울림같은 정감가는 따뜻하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
그녀가 따르릉 전화벨을 울리면, 망설임없이 오랜 단짝 친구의 전화처럼
번쩍 들게 된다. 그녀의 글은 그런 매력이 있다.
내.가.그.쪽.으.로. 갈.까. ?
내.가.그.쪽.으.로. 갈.께....
# 그 어디선가 나의 영혼의 벨이 울리고,
정윤- 성은 정이요, 이름은 윤이다. 왠지 슬픔을 간직한 것 같고, 왠지 덤덤한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나이에 맞지 않게 어두운 부분과 무관심한 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한 친구가 생각이 났다.
1년쯤, 연락이 안되다가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 반갑게 만났던 친구
"어떻게 지냈어? 어머니는 안녕하시지?" 라는 나의 물음에,
"엄마는 돌아가셨어." 라는 짧은 한마디.
그리고 보통 사람과는 사뭇 다른 이상할 정도의 덤덤함.
그리고 묵묵히 지금까지 자세히 물은 적은 없다. 자세히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정.윤.은 왠지 그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쓸쓸해보이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상처가 있다.
그걸 헤집고 들어가면 무덤덤하지만 스스로의 상처를 스스로 핥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느껴지곤 해서 마음이 찡했다.
# 알아봐주어 고.마.워.
윤교수는 윤미루와의 만남에서 정윤에게 고.맙.다.고한다.
자신은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기에.....
상대방의 상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게 눈에 보이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 상처를 건드리면 그 파장이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해서 알기에...
하지만, 단지 알지 않고 그 상처를 느낀 사람은, 묵묵히 다가갈 수 있다.
상.실.
정윤은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고
미루는 사랑하는 언니를 잃었다.
그 마찰은 큰 울림을 만들고 두 사람의 영혼을 강하게 끌어 당긴다.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상처 받는 사람은 상처 받은 사람을 잘 알아봐.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기를 원하거든."
그렇구나, 두 영혼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알아봐주어. 고.마.워.
# 나는 나. 너는 너. 결국 어쩔 수 없는 이야기
-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봐.
-응?
-나도 혼자인게 좋아. 내가 너를 아프게 할까봐 네 곁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도 했었어. 혹시 말이야, 나 때문에 마음 아픈 일이 생겨도 나를 미워하진 말아줘.
-.........
-내가 너를 아프게 하거든 나르 잊어버려. 기억하지도 말고.
- 왜 그런 말을 해?
-아니야........ 정윤, 나를 기억해야 해. 잊지 말아야 해. -(201-202)
윤미루의 선택은, 읽는 독자를 매우 마음아프게 한다. 왠지 찡하고 왠지 슬프다.
가장 사랑하는 것, 가장 아끼는 것, 가장 소중히 했던 것과 맞바꾼 쭈글쭈글해진 손.
남은 건, 보이는 외상 뿐만 아니라, 내상이었다.
아주 깊은 곳, 내면에서 끔찍하리만큼 꿈틀대는 슬픔이었나보다 싶다.
-고맙다.
미루 어머니가 양팔을 뻗어 내 등을 어루만졌다.
-왜 미루를 그리 두었냐고 하지 않아 고마워. -(323)
결.국.우.리.는.슬.픔.에.익.숙.해.지.고.
아.무.렇.지.않.은.냥.그.렇.게.덤.덤.히.살.아.간.다.
정말 아무렇지 않을 것일까?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
머리로 잊었다하고 가슴에 그냥 묻고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 마음은 그.쪽.을.향.하.고.
신경숙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글에는 잔잔한 여운과 파장이 있기 때문이다.
읽을 때, 눈물도 나지 않는 먹먹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해도 슬프기 때문이다.
그 잔잔한 슬픈 여운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연애 소설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냥 아름다운 청춘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학교에서 배운 '소나기'의 여운처럼.
잔.잔.히.마.음.의. 파.동.에. 반.응.케.한.다, 그.녀.의. 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