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두개의 달이 뜨면.

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 다시 두개의 달이 뜨면......

다시 두개의 달이 떴다. 하루키가 3권으로 돌아왔다.
사실 얼마전에 지인이 서재에 꼽혀있는 일큐팔사를 보면서 재미있냐고 물어봤을 때,
"볼만해." 라고 대답한 이유가 있는데,
읽다보면 아주 현실주의적이거나 현실직시형인 사람들은 당돌하게 '재미없다' 라고 말 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나의 사랑하는 지인은, 그런 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당신에게 무려 3권이나 되는, 그리고 한편으론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나열되어있는 듯 보이는 하루키의 일큐팔사를 권한다, 아니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저 '소설' 안에 부분을 가지고 조금은 다른 각도로 분석해 보는 재미도 있기에 정말
권.하.고. 싶.은. 책.이다.



Part1 # 너를 그리워하며

일큐팔사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주인공은 아오마메와 덴고이다.
이 둘은 서로를 사랑했고 오랫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고 살고 그리워하며 서로를 찾고 있다.
현실에서도, 그리고 1Q84년에서도,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둘은
현실에서도 즉 1984년에도 그리고 1Q84년에도 똑같이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있다.(물론 대사로 볼때는 아오마메 쪽이 더 강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너를 찾기로 결심했었어." 덴고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너를 찾아내지 못했어. 네가 나를 찾았지. 나는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3권 713

이 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덴고는 공.정.하.지.않.다.고 말한다.
사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얼마전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느낀 것은, 사람들의 불공정과 공정의 잣대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인데, 하루키의 글을 통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사실, 연인이 교재를 함에 있어서 "나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아" "정말 서로에게 좋지 않은 거 같아" 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눈시울이 시큼해지도록 참 슬프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모르면서 연애하는 것도 참 슬픈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 앞에서 누가.더, 누가.덜, 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사랑' 만이 반짝이며 빛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사랑은 그 자리에 있어요. 변하는 것은 사람이죠.' 라고.

내가 이 책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내용 안에서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 사랑을 해피하게 끝낸다는데 있다.


"나는 네게 많은 것을 빚졌어. 결국 나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어."
아오마메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넌 내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
"넌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줬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는 둘이서 하나야." -3권 (713-714)  

Part2 # 마더와 도터, 그리고 '사랑'이라는 강한 결속력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한다. 아주 메마르게 사는 사람은 거.의.없.지 않을까.
심리학적으로도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적으로 (조금이라도) 의지하고 마음을 주며 살아간다. 그런 관계에서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게 우리네 인간관계인 것을 :)

- 리틀피플, 마더와 도터, 그리고 선구 
가만히 읽다보면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 '음' 할 듯한 이야기
그저 소설 한부분같이 공상과학같은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처럼 개미와 이야기를 하듯이, 그냥 그런 이야기.....

하지만, 마더와 도터 관계는 서로 끊을 수 없는 후카에리 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보여지는 모습이다.
무언가 연결되어 연결의 끈으로 이어져 자꾸만 현실속으로 야금야금 잠입한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 꿈의 경계 속에서, 그렇게 우리와 함께 한다.
그림자 같은 모습으로.


'리더'의 죽음, 그리고 후카에리는 사라졌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만났다,
그리고 아오마메의 뱃속에는 그.작.은.것.이 들어있다.
이 사실이 아주 재미있다. 새로운 주인공들에게 그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가 주어지고
일큐팔사년에 있던 그들은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와서도 다른 변화는 없지만 둘은 여전히 이어져있다.
아주 강한 끈으로.

사실, 1권을 지나 2권으로 오면서 그리고 3권까지 오면서 덴고와 아오마메가 가까워 질수록 다른 등장인물들은 떠나가거나 쇠약해지거나 점점 존재감이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사랑'이라는 강한 결속력으로 인해 주위를 굴복시키고, 그리고 주위의 동의를 받는 그런 느낌.
결국 후카에리가 가지고 있던 마더와 도터는,
이 둘에게 넘겨졌다.
아니, 넘겨진 것 같다..



Part3. 만일의 법칙'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꾼다. '만약, 혹시' 라는 꿈.

여기서 몇 가지 '만일'이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만일 다마루가 이야기를 조금 더 짧게 끝냈더라면, 만일 아오마메가 그뒤 뭔가 생각에 잠겨 코코아를 끓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미끄럼틀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덴고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곧장 방을 뛰쳐나가 이십 년 만의 해후에 성공했을 것이다.

동시에,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덴고를 감시하던 우시카와는 그것이 아오마메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을 것이고, 아오마메의 은신처를 파악하여 즉각 '선구'의 이인조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 아오마메가 덴고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게 불운이었는지 아니면 행운이었는지. 그것은 어느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3권 (415)

'우연'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만나야 할 인연은 어디서든 꼭 만난다' 는 말 같이.

내가 지금 이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내가 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 사람을 택하지 않았다면?
내가 기회가 있을 때 유학을 갔더라면?
선택에 기로에서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었다면, 혹은 그.것.을 선택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은 두가지로 갈리는데,
첫번째로 분명한 것은 지금 당신의 모습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선택은 지.금.현.실이라는 것이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아마도..........

아오마메와 덴고가 일지감치 스무살에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쳐서 서로를 알아보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면 일큐팔사라는 이름으로 3권까지 나오지도 않았겠고, 그리고 우리는 그저 평범한 연애소설로 일큐팔사를 읽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정.말....
만날 인연은 언제든 다시 만나고, 그 인연의 실타래가 그리 쉽지 만은 않아서.
쉬운 건, 이런말 하면 한편으론 매우 슬프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리 재미가 없다


Part4. 감정을 가진 동물 그 '아름다운 이름'은' 인간'

"오늘 날이 흐려서 달이 보일 것 같지 않지만,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보도록 하지. 아, 혹시 잊지 않는다면 말이야." 덴고는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혹시 잊지 않는다면. 그것이 수학과 출신의 문제점의 하나다. 자신이 직접 관심이 없는 일에 대해서는 기억의 수명이 놀라울 만큼 짧다. -(140)


보통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다. 자신과 관계 되지 않은 일에는 놀랄만큼 무관심해지기도 놀랄만큼 빠르게 잊기도 한다. 그건 슬프다기보다는, 아름다운 하나의 현.상.이.아.닐.까.
우리는 감정을 가진, 감수성이 예민한 아름다운 ; 인.간.이기 때문에....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아주 어렵죠."
"그래, 롯폰기의 오이스터 바에서 진짜 진주를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울거야. 하지만 어떻게든 노력해보지."
"고마워요." -3권(646)

그래서 감정이, 혹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말로 설명이 되면 좋으련만,
아무리 머릿속을 정리해도, 머릿속으로는 정리가 되어도...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왜 그것이 바.로. 나여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 상대가 가와나 덴고여야 하는가? 그것도 설명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다. -3권 (651)



저 커플은 왜 만났을까? 진짜 안.어.울.린.다.
왜 저 남자에게는 저 여자여야 했고, 저 여자에게는 저 남자여야 했을까?
는, 사실 무관심하게 지나쳐도 될 일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논리에 맞지 않은 일들을 논리있게 설명해야 할 필요도,
억지로 끼워맞출 이유도,
그리고 그것이 왜! 그.사.람.이.여.야 했는가는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1984년,
2010년,
두 개의 달이 떴다.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는가? 라고 
하루키는 또다시 묻는다
그 해답을 다시 찾기위해 1Q84를 편다.

사실, 읽고나서 드는 느낌은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다.
정말 눈을 비비고 내 눈에 비친 달이 몇개인지 세어보고 싶어질 정도로.